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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힙합,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다 - 에픽하이 & 데프콘 & 장필순

2009년에 이어 올해도 ‘후크송’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트로에 나온 4마디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 후크송의 시작이 사실은 힙합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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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이어 올해도 ‘후크송’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트로에 나온 4마디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 후크송의 시작이 사실은 힙합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랩의 일정 부분을 반복하는 힙합 트렌드를 댄스 곡의 후크에 실어 반복하는 데서 발전된 것이죠. 이 매력적인 힙합 비트의 진수를 보여줄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에픽하이’와 ‘데프콘’이죠. 특히, 레이싱 모델 ‘구지성’이 피처링한 ‘데프콘’의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이 눈에 띄네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포크 음악의 든든한 버팀목인 ‘장필순’의 ‘CCM(크리스천 컨템퍼러리 뮤직)’ 앨범도 함께 들어보세요.

에픽 하이(Epik High) - <Epilogue> (2010)

부드럽고 무른 노래들을 모아 놓은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굳어져 있고 딱딱하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투컷의 입대로 당분간 듀오가 된 에픽 하이(Epik High)의 신작 <Epilogue>에 수록된 10편의 곡은 대체로 유약하고 나긋나긋하다. 안에 담은 성질은 그러할지라도 골격이 되는 힙합 비트, 전자음악을 가미한 리듬 등은 이제는 너무 익숙하고, 몇 년 동안 그룹의 음악에서 꾸준히 나타나던 것이었기에 식상한 감이 적지 않다. 표현하는 스타일이 응고되는 것만 같다.

이들은 새천년 이후 대중음악의 코드가 된 전자음악의 기운을 불어넣어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으며 또한 건반과 현악기를 주된 소스로 사용해 랩 음악 본연의 무게감과 거칢을 줄여 대중성을 확충했다. 이는 에픽 하이가 마니아층을 벗어나 이 시대의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래핑으로 내보이는 훅보다는 완전한 선율로 코러스를 단장해 순하게 만든 것도 다수가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방식이 3집 <Swan Songs>부터 익기 시작했고 타이틀곡과 후속곡에서 일반화됐다. 그러한 형태를 띤 노래들은 모두 흥행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Run」에서도 특유의 편곡은 이어진다. 여가수의 코러스가 없을 뿐 건반악기의 리드와 후렴쯤 등장하는 스트링 삽입은 여전하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일렉트로니카 비트도 마찬가지로 동행한다. 과거부터 경험한 전형적인 구성에 몇몇은 시틋함을 느낄 것 같다.

신예 보컬 범키(Bumkey)가 찬조 출연한 「바보」도 그와 유사하다. 댄서블한 리듬을 내재하면서도 몽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반주와 연약함을 강조하는 코러스로 곡은 한층 감상하기에 편안한 상(像)을 완성한다. 노래를 여는 코러스가 5집의 「우산」을 연상시키는 「Coffee」 역시 에픽 하이가 이제껏 드러내 온 서정성에 바짝 닿아 있다. 이와 같은 스타일이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고루 얻는 것들이지만 슬슬 물리는 것도 사실이다.

「비늘」과 「Wordkill」은 각각 기타 리프와 건반 프로그래밍을 통해 감정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잡음」은 록과 힙합, 일렉트로니카를 조합해 신선함을 전달한다. 그러나 노래 사이마다 껴 있는 인스트루멘틀이 또 다른 판에 박은 듯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블루 스카이 블랙 데스(Blue Sky Black Death)나 블록헤드(Blockhead) 같은 앰비언트, 트립 합풍의 연주음악은 타블로와 페니(Pe2ny)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으로 보여 줬고 에픽 하이 앨범으로는 4집부터 지속해 온 탓에 전혀 색다른 멋을 제조해 주지는 못한다.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랍」과 「숲」, 중간에 위치한 「Blossom」은 그룹의 악곡 스타일이 이런 식으로 정착되고 있음만 시사하며 그 이상의 장점을 마련하는 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미 국내에서 상업적 성공의 안정권에 들어섰을 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힙합 앨범 차트 1위를 할 정도로 에픽 하이의 인기는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에서의 흥행은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정취를 힙합에 투여했기에 가능했고 미국, 또는 서구 주류의 힙합과는 조금 다른 구조를 띠었기에 나라 밖 마니아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히트의 연혁과 지위 성장을 떼고 봤을 때 안타깝게도 그룹의 음악은 서서히 재미없어지고 몇 가지 방식에 들러붙는 상태다. 신작은 그러한 문제를 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술가라면 마땅히 고착화를 경계해야 한다.

-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데프콘 - <Macho Museum> (2010)

데프콘(Defconn) 형이 화가 났었나보다. 육두문자 혹은 상소리의 향연과 함께, 탐탁찮게 돌아가는 힙합 신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앨범의 화법대로 풀자면 한마디로 형님의 애정이 담긴 ‘빠따’를 맞을 시간이 온 것이다.

4집 <Macho Museum>은 그의 초기작들에게서 풍겨져 나온 수컷의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다. 그는 「독고다이」에서 일면 고해성사를 하고 있지만, 2집 <콘이 삼춘 다이어리> 이후 힙합적인 요소를 희석시켰던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출사표를 과감하게 던졌다. 한국 힙합의 초창기를 이끌어온 중추로서 현재 느껴지는 힙합 신의 무기력함도 앨범 콘셉트를 하드코어하게 설정한 이유일 수 있겠다.

하드보일드한 화법에는 비호의적인 반작용이 수반될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힙합의 주요 청취자가 대학생 미만 연령의 청소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과거 홍대 지하 클럽에서 좋은 날을 함께 보낸 이들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산전수전을 거치며 관록을 쌓아 온 힙합 형의 가르침이 자칫 한물 간 동네형의 ‘열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마초적인 냄새뿐만 아니라, 나이 서른 줄을 넘어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불편한 혹은 우울한 진실도 발견하게 된다. 「Sexmeifyoucan」은 제목만 본다면 「그의 여름은 화끈하네」 「Sex drive」 시리즈에서 진가를 발휘한 그의 노골적인 ‘떡랩’을 기대하겠지만, 실은 주택담보대출과 각종 고지서에 시달려 기를 세우지 못하는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다. 「우정의 무대」 역시 친구와의 흥겨운 만남, 그 이면에는 세상살이에 대한 넋두리가 공존한다.

근래에 들어 이처럼 혹독한 사자후가 반향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특정 아티스트를 디스하는 번개송이 간헐적으로 등장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라임의 참신성과 플로우의 우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이는 마치 현란한 드리블러의 각축장과 유사했다. 이에 비해 데프콘은 여과되지 않은 속내를 그대로 털어놓는다는 점에서 우직하다.

논란이 있을 법한 앨범에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특히 <Macho Museum>처럼 청취자를 감히 직접 호명하며 독설을 내뱉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청취자까지 두루 포용할 수 있는 킬러 아이템의 부재가 아쉽다. 커리어 초기에 폭넓은 스타일을 아우르며 각 트랙의 특색이 확연하게 드러났던 재미가 부족하다.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장필순 - <그는 항상 내 안에 있네> (2010)

발표한 지 20년이 훌쩍 지나도 ‘오. 장. 박’(오석준, 장필순, 박정운)의 「내일이 찾아오면」은 여전히 ‘장필순’ 보이스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허스키하지만 온기를 품은 독특한 음색으로 포크를 기반으로 한 록과 재즈를 그만의 감성으로 담아내었던 것. 김현철이 힘을 보탠 1집 「어느새」를 시작으로 다듬어 온 음악 스타일은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에서 만개해 이 곡이 수록된 5집을 그 해의 명반으로 남게 했다.

2002년의 6집 이후 발표한 신작은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함께한 프로젝트 앨범이다. 우리나라 포크 음악의 산실인 ‘하나 음악’ 시절 함께했던 동료이자 ‘시인과 촌장’의 멤버였던 ‘함춘호’의 이름이 말해주듯 명징하고도 정갈한 연주는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이는 이번 앨범을 굳이 ‘CCM(크리스천 컨템퍼러리 뮤직)’이라는 카테고리로 가두어 놓지 않아도 대중적 가슴 저변의 감성을 건드리는 접근법을 취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오소영’의 음악이 그러하듯, ‘포크’라는 음악이 속도가 빠르고 간결한 후크에 길들여진 팬들에게 살갑게 들릴 리 없다. 좋은 음악을 가늠하는 기준이 이것뿐이라면 오롯이 서정성에 근거한 ‘스토리텔링’과 어쿠스틱의 질감을 살린 연주 중심의 음반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항상 내 안에 있네>는 혹시나 그의 음악을 전혀 몰랐던 음악 팬들에게도 되새겨질 수 있을 만한 고감도의 연주와 편곡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집이다.

상기하듯 ‘장필순’의 목소리와 ‘함춘호’의 기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란한 편곡은 필요 없다. 유영하는 보컬에 슬며시 얹은 건반이 기타의 울림에 스며드는 타이틀 곡 「그는 항상 내 안에 있네」를 시작으로 ‘원 테이크’ 방식이 생생히 살아있는 듯한 「푸른밤을 여행하다」, 이전 「스파이더맨」의 질주감과 록의 무게감이 살아있는 「꿈」은 여전한 센스로 청취감을 사로잡는다. 특히, 후반부의 코러스의 밸런스가 듣기 좋은 「조금 알것 같아요」는 앨범 중에서도 질감이 가장 좋은 수작.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연주와 온전히 음색하나로 표현력을 만들어내는 둘의 이상적 제휴는 이렇듯 묘한 감동의 울림을 빚어낸다. 한 번에 휘감는 훅 하나 없어도 이렇게 조용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그만의 감각은 신작에서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고정된 틀에 가두어진 대중가요의 히트 양식과는 상관없다는 듯 솔직하게 엮어간 삶의 단상들, 시적인 메시지를 나지막한 사운드로 구현해내는 서정적 미학을 <그는 항상 내 안에 있네>에서도 일궈냈다.

- 글/ 조이슬 (esbow@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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