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엣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분명 신조어임이 틀림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단어인가 싶어 추적해 보니 얼마 전에 종영한 김혜수가 출연해서 화제가 된 <스타일>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말인 듯했다. 나는 그 드라마의 인기나 거기에 나온 배우가 어떤 옷을 입고 나왔는지, 아니면 어떤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대사를 했는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궁금했던 건 공채 신입기자에서 편집장을 거쳐 우리나라 대표적인 패션잡지인 코스모폴리탄의 CEO 자리까지 오른 실제 주인공이라 할 윤경혜, 그녀가 더 궁금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30일 중앙일보 맞은편에 위치한 코스모폴리탄 윤경혜 대표의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겸한 독자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여기저기 쌓여 있는 책들이며 어지럽게 널린 봉투들이 분주한 모습들에 잡지사 특유의 공기가 감지되었다.
바로 근사한 집무실로 안내되었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꽃다발을 건네거나 호두과자라며 선물상자를 건네는 이들을 보면서 그간 성공을 꿈꾸는 많은 워킹우먼들의 롤 모델이 많지 않아서 많이들 목말라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책이 나오고 그동안 많은 강연회를 비롯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로 말문을 틔웠다.
‘CHANGE’에서 G를 C로 바꾸면 ‘CHANCE’, 변화는 곧 기회를 의미
그는 ‘변화에 대한 부분이 많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화두가 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본인 스스로는 변화를 많이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변화에 잘 대처했다기보다는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에서, 또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나 현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아쉬웠던 것들을 알려주는 의미로 책을 썼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간 여러 곳에서 책을 내자는 의뢰가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것은 주제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메일이나 독자 엽서 혹은 블로그를 통해 많은 ‘워킹 걸’들의 질문을 받았다. 매달 한 번, ‘from the editor’라는 지면을 통해 꾸준히 답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나의 직장생활 실수담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아마 ‘저 편집장도 저렇게 헤매고 실패했던 때가 있었구나.’ 하는 공감일 것이다.
조언을 구하는 수많은 워킹 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막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늦되어 헤매고 고생하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해줄 말이 더욱 많을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직장생활 속에서 이룬 것들이 평범한 워킹 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테니까.(prologue 중에서)
“중앙그룹에서 코스모폴리탄으로 옮길 때 나라고 ‘편하고 좋은데.’ 하는 생각을 왜 하지 않았겠는가? 가족들도 탐탁해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순간이 올 때 적극적으로 껴안는 것이 나중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드라마(<스타일>)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잡지사에 대한 그림이 화려한데, 사실은 이 직업이 드라마에서처럼 환상적이지 않다. 사무실만 봐도 복층의 멋진 인테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리얼한 현장을 전달하려 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훨씬 고단한 작업이다.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일에 대한 열정을 땀을 쏟아 붓는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관리하지 않는 다이어트가 요요현상을 부르듯 관리하지 않는 꿈도 결국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5년 후에 나는 어떤 자리에 올라 있어야지 혹은 룰루랄라 골프 치러 다니고 여행도 많이 다녀야지’ 하고 10년이든 20년 후든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꾼다.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내 꿈을 향해 땀과 열정이란 노력을 쏟아 부어야만 이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열정적으로 미친 듯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특히나 여성들의 경우 중장기 플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남자들보다는 적다. 장기 커리어 플랜은 사소한 흔들림이나 갈등을 해결해 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이 잘하는 것은 배워야 한다. 그 자리에서 ‘NO’라고 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스트레이트로 표출하지 말고, 컨트롤하는 것, 이런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면은 배워야 한다.
실현 가능한 꿈과 목표를 적되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목표를 잘게 나누어 적으면 꼭 해내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강렬해지며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세상을 읽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Live Big! Go for It! Fun Fearless Female!
아직까지 남성 위주인 사회에서 일하다 보면 환경적으로도 편하지 않을뿐더러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중앙그룹 계열만 보더라도 30여 개 가까운 그룹에 여성 CEO는 자신을 포함하여 단 두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직 구조상, 깔때기를 엎어놓은 것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여성을 엑스트라 내지는 스페셜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대접을 안 해줘서가 아니라 정보의 공유가 적고 남자들끼리만 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번거롭고 불편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 CEO로서의 성공한 그녀에게 많은 워킹 걸들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자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한계를 거꾸로 여성성을 잘 이용하고 전문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불태우는 그녀는
『차가운 열정으로 우아하게 미쳐라』를 통해 자신의 워킹 라이프를 공개하였다.
코스코폴리탄이 추구하는 것은,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 이 책(코스모폴리탄 잡지)에 털어놓을 수 있고, ‘나의 고민은 내 친구의 고민이고 내 엄마도 내 나이 때 이런 고민을 했으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라. 다 똑같다. 너만 고민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라는, 책 전반에 깔린 용기를 주는 메시지인 ‘괜찮아.’, 결국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경험하여야 한다는 것, 비전과 꿈을 찾을 수 있는 바로 여기다!
성공을 꿈꾸는 많은 여성들의 롤 모델로 즐겁고 당당한 여성(Fun Fearless Female)을 모토로 한 그녀의 이 책이 성공하는 1%를 위한 조언이 직장을 준비하거나 현재 다니면서 불안해하는 20대, 30대 커리어우먼들에게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말한 대로 ‘respect’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