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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뮤지컬보다 더 묵직한 원전의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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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두 권은 그런 파리의 모습을 무척 세세하게 그려 내는데, 『레 미제라블』과 『파리의 노트르담』입니다.

지금이야 뉴욕에 한참 밀려버린 도시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파리는 세계 문화 예술의 수도라고 불렸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명성은 남아 있어, 몽마르뜨 언덕의 화가들은 지금도 수많은 여행객의 초상을 그리고 있고, 수많은 유럽 여행객들은 파리를 유럽 여행에서 절대 빠뜨리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유럽 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파리는 궁금함만 가득한 도시입니다. 갈리아라고 불리던 로마시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이 도시는 백년전쟁과 프랑스 혁명과 2차 대전을 모두 겪었고, 그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적입니다. 실제로 가보지도 못한 제가 이렇게 파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파리를 묘사하는 몇몇 소설들이 보여준 상세한 묘사 덕택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두 권은 그런 파리의 모습을 무척 세세하게 그려 내는데, 『레 미제라블』『파리의 노트르담』입니다. 『레 미제라블』의 이야기는 예전에 한번 했었고, 오늘은 요즘 한참 뮤지컬로 이름을 날리는 『파리의 노트르담』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노틀담의 꼽추」라는 동화본과 뮤지컬,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보다 널리 알려져 있는 『파리의 노트르담』(원제가 ‘Notre Dame de Paris’) 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장편소설입니다. 제목 그대로 파리 시테 섬에 자리한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15세기 파리 어느 구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위고 특유의 상세하고 방대하고 웅장한 묘사를 동원해 그려낸 소설입니다.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의 위용만큼이나 웅장한 『파리의 노트르담』은 세 가지를 주의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고 풍부한 감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좀 웃기고 유치하지만, 중학교 국어에서 배우는 소설의 3요소를 동원해서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1. 인물 - 꼽추 콰지모도와 집시 에스메랄다

『파리의 노트르담』주인공은 ‘콰지모도’입니다. 그는 유서 깊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종지기라는 일을 맡고 있는데, ‘종지기 콰지모도’라기보다는 ‘꼽추 콰지모도’가 더 유명한 별명입니다. 그는 등이 굽고 양다리의 길이가 다르고 머리는 어깨 속을 푹 파묻힌데다가 귀도 들리지 않고 눈도 외눈인 불우한 외모를 가진 인물입니다.

중세의 영향이 아직 광대하게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추하고 기이한 외모는 악마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피했고, 경멸했고 괴롭혔습니다. 부모조차도 알지 못하는 콰지모도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프롤로 신부의 손에서 키워지고, 종지기가 됩니다.

그런 콰지모도는 세상에서 오직 프롤로 신부만을 따르고 지키는 본능을 발휘합니다.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그에게 프롤로 신부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넘어섭니다. 그와 손발 짓을 통해서라도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프롤로 신부의 존재는 콰지모도에게는 그를 둘러싼 세계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인공 콰지모도는 이처럼 고립되고 소외된 인물입니다. 세상으로부터 따돌림당해 그 언저리를 머물지만,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이름을 가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런 존재를 먹여 키우고, 종지기로 임명합니다. 콰지모도라는 존재는 그런 종교적인 사랑 아래서 유지될 수 있었음을 알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그런 콰지모도에게 프롤로 신부 이후로 처음 다가오는 인물은 집시 에스메랄다입니다. 그녀를 따르는 염소 한 마리가 가족의 전부인 이 아름답고 외로운 집시 여인은 파리에서 이름난 미모와 춤으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입니다.

두 사람은 사실 기이한 인연으로 만나게 됩니다. 콰지모도가 가짜 교황 행세를 하던 축제날 콰지모도는 누군가와 함께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다 실패하고 장교 풰비스에게 체포당합니다. 광장 한복판에 묶여 처벌받는 콰지모도를 모두들 외면하고 손가락질하는데, 이 와중에 그에게 다가와 물 한 모금을 먹여 주는 인물이 바로 납치 피해 당사자인 에스메랄다입니다.

두 사람은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몇 가지를 빼면 사실 유사한 점이 더 많은 인물입니다. 추남과 미녀라는 차이를 빼면 둘은 모두 부모를 모르는 고아이고, 가족 같은 관계라고는 양부(프롤로신부) 와 염소가 전부인 외로운 인물들입니다. 이렇게 외로운 두 인물과, 그 두 인물 사이, 주변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로부터 『파리의 노트르담』은 시작합니다.

2. 사건 - 치정극, 형벌, 그리고 혁명

치정극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두 주인공의 치정극으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미녀의 곁에는 늘 남자가 꼬이는 법이고, 그 첫 시작은 납치되던 에스메랄다를 구해준 장교 풰비스로부터입니다.

풰비스와 에스메랄다가 만나 사랑의 고백을 듣는 순간, 풰비스는 정체모를 한 수도사로부터 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집니다. 범인은 온데간데 없고, 건장한 장교는 쓰러진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은 모두 염소를 데리고 다니는 미녀를 마녀로 지목하기 시작합니다. 에스메랄다는 풰비스 살인미수의 혐의를 쓰고 교수형을 선고받고 지하 감옥에 수감됩니다.

범인은 누명을 쓰고 수감된 에스메랄다를 몰래 찾아오는데, 놀랍게도 콰지모도의 양부인 프롤로 신부입니다. 에스메랄다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겨 그녀를 납치하려고 시도했고, 콰지모도는 은인인 프롤로를 돕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것이 진실이었습니다. 누명을 쓴 에스메랄다 앞에 신부는 외려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런 고백이 먹혀들 리 없습니다. 결국 에스메랄다는 형장으로 끌려나가고, 형장에서까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프롤로 신부와 멀리서 돈 많은 약혼녀와 함께 형장을 구경하던 장교 풰비스를 보게 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콰지모도가 나타납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콰지모도는 갑자기 형장에 달려들어 에스메랄다를 들쳐 업고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아직 법치와 절대통치가 서로 엇갈리던 시대의 형벌은 형벌의 어설픔과 맞설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가 존재했습니다. 노트르담 성당도 그런 해방구의 일종으로, 사형수라 할지라도 성당 안에서는 체포나 처형이 불가능한 것이 당시의 관습이었습니다. 일단 위기를 막은 콰지모도는 이후 에스메랄다를 성당 안쪽의 방에 두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서 보살피기 시작합니다.

성당에서 에스메랄다를 다시 끌어내 사형시킬 것으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번에는 파리의 거지 소굴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미 여러 영화와 문헌에서 다뤄진 바 있을 만큼 파리의 거지 소굴은 유명합니다. 많은 인구와 잘 정비된 거지 조직체계, 놀라운 정보망과 은밀한 행동력을 갖춘 이들은 에스메랄다의 구출과 성당 약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행동을 개시합니다.

빅토르 위고
(1802~1885)
대략 소설의 절정 직전까지를 이루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15세기 파리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입니다. 중세의 말미에 다가오면서 교회의 타락은 극에 달했고, 단지 프롤로와 같은 사제 뿐 아니라 교황에 이르기까지도 사생아가 있는 등 성직자들의 변절은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당대의 형벌 또한 근대 법치와는 매우 다름을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광장에서의 공개적인 처형을 통해 대중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이러한 처벌은 그러나 새로운 부작용, 다시말해 감정에 치우친 군중들의 일탈행동(소설에서 군중들이 콰지모도에게 보내주는 박수와 지지) 을 간혹 낳았고, 이는 처벌이 불가능한 영역, 해방구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후일 근대 형벌 체계에서 지적되면서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서의 처벌로 변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지 소굴로부터 시작되는 군중의 집단행동입니다. 단순한 농민반란 수준의 봉건제 민란이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빈민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집단행동은 집권세력의 공포를 자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인구밀도 덕택에 큰 폭발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농노 중심의 봉건제 민란과는 달리, 도시에서의 군중행동은 응집되는 인구와 확산되는 정보력에 있어 그 힘이 과거의 민란을 한참 능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소설 전반에 걸쳐 묘사되는데, 군중들이 종교세력이나 정치세력을 그리 ?려워하지 않는 광장의 모습이나 그들에 대한 진압을 고민하는 국왕 등의 모습에서 과거 봉건사회와는 달리 힘의 균형이라는 것이 서서히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위고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배경 - 15세기 파리 - 전근대와 근대가 바통을 넘겨주던 순간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노트르담 근처의 파리는 격변의 시대 직전에 나타나는 모든 혼란과 모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입니다.

당장 유서가 몇백 년이 넘어가는 중세 교권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이 그 앞 광장에서 이젠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된 군중들과 마주합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소설은 판단하지 않지만, 이 둘의 관계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립하는 모습임을 소설은 그대로 보여 줍니다. 에스메랄다를 구한 것은 노트르담 성당이지만, 에스메랄다를 구하려고 했던 것은 군중들이었습니다. 에스메랄다의 수호기사가 된 콰지모도를 키워 낸 것이 노트르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를 살인범으로 만든 프롤로 신부는 성당이 상징하는 종교 권력의 타락이기도 합니다.

성장한 시민세력, 타락하고 낡았지만 아직 완전히 몰락하지는 않은 중세의 힘, 그리고 왕권. 프랑스 혁명 직전의 권력 구도를 상징하는 이 왕, 사제, 시민의 구도가 파리의 시테 섬에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시대가 타고 있었던 거센 변화의 물결은 어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억울하고 고된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틱한 소설의 결말을 굳이 리뷰 따위에서 공개하는 건 매너 없는 일임이 분명하기에 조심스럽게 이야기 설명은 닫아 두려 합니다. 혁명과 변화라는 거대한 주제가 휩쓸던 시대의 한 지역 이야기는 결국 그 거대한 변화가 중심을 두고 있었던 주제, 인간이라는 테마를 보다 현미경스러운 시각에서 읽어 냅니다. 외롭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개인들, 그 개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인간이기에 너무도 당연한 사랑과 분노들, 그리고 그 흐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걷잡을 수 없고 통제되지 못하는 힘의 폭발과 슬픈 결말은 마침 불어오는 찬바람에 독자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적셔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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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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