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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의 보컬 지선, 솔로 앨범으로 돌아오다

젊음이 경험하는 희노애락의 스펙트럼이 열세 곡의 노래 속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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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의 보컬이었던 지선이 솔로 앨범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로 돌아왔다. 러브홀릭을 갑작스럽게 탈퇴하고 한동안 소식이 없던 그였다.

러브홀릭의 보컬이었던 지선이 솔로 앨범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로 돌아왔다. 러브홀릭을 갑작스럽게 탈퇴하고 한동안 소식이 없던 그였다. 많은 팬들이 그가 왜 러브홀릭을 떠났는지 궁금해 했고 그와 러브홀릭의 결별을 아쉬워했고 그의 맑은 목소리를 그리워했다.

그런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열세 곡의 노래가 담긴 앨범으로 다시 팬들 앞에 섰다. 러브홀릭의 보컬 지선이 아닌 지선으로 돌아왔다.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그의 청춘 회고록이며, 사랑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그런 솔직함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기 나이에 맞는 솔직한 노래를 부르는 좋은 가수 한 명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반가움마저 있었다.

달콤함부터 씁쓸함까지, 설렘에서 쓰라림까지. 젊음이 경험하는 희노애락의 스펙트럼이 열세 곡의 노래 속에 펼쳐진다. 러브홀릭 앨범을 들을 때와는 다른 그녀만의 감수성이 느껴졌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사랑에 몸을 던지고, 결국 거품이 되고 마는 인어공주는 지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마치 가수로 처음 데뷔한 것처럼 그녀는 노래한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지선’을 알리듯이. 그의 내면을 노래로 표현한다.

서른, 이제야 자기 길을 찾았다는 가수 지선을 만났다.

2007년에 갑자기 러브홀릭을 그만두었다. 다들 그 사정을 궁금해 한다. 러브홀릭에 잘 어울리는 보컬이었고, 6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된 거니 자부심도 있었을 텐데.

소문처럼 팀 내 불화나 음악적 견해차나 솔로 데뷔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러브홀릭을 그만뒀다. 러브홀릭 활동을 하면서 늘 역부족이라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비참하기까지 했다. 그때 음악은 내게 숙제였고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음악 하는 지선이 인간 지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기적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계속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활동은 고사하고 음악 자체도 포기하려고 했다. 아니, 포기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솔로로 앨범을 냈다. 공백기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무작정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석 달 동안 지내면서 음악으로 많은 사람을 사귀었다. 그러면서 음악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굉장히 좋은 시공에 갇혀 몇몇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산다. 그런데 음악을 하면 보통 사람이 살 수 있는 영역을 뛰어넘어 무한의 세계로 갈 수 있다. 오키나와에서 많은 뮤지션들을 만나면서 그걸 느꼈다. 처음 3주 동안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친구가 하나 둘씩 생겼다. 음악을 통해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통한다.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어떤 세상에도 뿌려질 수 있는 게 음악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내 길을 찾았고, 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1집 음반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를 두고, 러브홀릭 때의 느낌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고, 지선이라는 가수가 이렇게 보여줄 게 많은 사람이었나 놀란 사람도 있다.

1집이 러브홀릭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 지금의 나에겐 칭찬이다. 내게 러브홀릭의 음악은 너무나 훌륭한 음악이다. 그래서 활동할 때 절망하기까지 했다. 결코 나는 그 음악을 100% 표현하지 못할 거라고.

이번 앨범은 굉장히 자전적이다. 지금의 나와 가장 비슷한 노래들이다.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고, 걸러내서 다시 내 안에 담아내는 작업이었다. 그러면서 노래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러면서 어느 정도 치유도 된 것 같다. 여러모로 내겐 감사한 작업이었다. 음악 하는 것의 즐거움, 행복함, 감사함을 느꼈다.

보여줄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난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욕심 없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욕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니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번 앨범이 다채로워 보인다면 그건 내 공이 아니라 같이 작업한 분들의 공이다. 나는 마찰도 싫어하고 싸우는 것도 싫어한다. 어떤 벽에 부딪치면 ‘할 수 없을 거야.’ 하고 무너져버린다. ‘어떻게 앨범을 내?’ 하는 나를 보고 오히려 주변 분들이 오기가 생겨 진짜 앨범을 냈다. 이번 앨범에서 한 30% 정도만 내 몫이다. 나머지는 다 도와주신 분들의 공이다.

사실 지금은 정신이 없는 상태다. 골이 어딘지도 모르고 전력질주를 하다가 누가 어깨를 확 잡고 ‘여기가 골이야.’ 하고 붙잡아 세워서 멈춘 느낌이다. 다음 앨범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뒤를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없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음악적으로 1집 앨범을 평가한다면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

러브홀릭의 지선에서 그냥 지선의 음악을 담았다. 아직은 싹에 불과한, 걸음마 상태이지만 나는 내 음악이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큰 욕심이 없었다. 욕심이 많고,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면 러브홀릭을 나오지 않았겠지. 좀더 편하고 약은 방식으로 살았을 거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그런 내가 앨범을 만든 것이 기적 같은 일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채워지는 부분도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해선 꽤 혹독한 평론도 있던데.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노래가 다른 노래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해준다면, 내가 느낀 것을 느껴준다면, 전하고자 했던 것이 전달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을 위해 가슴으로 만든 노래들이다. 그러니 가슴으로 노래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 정도 바람뿐이다.

전 곡을 작곡하고 작사한 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나.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앨범이어서 전 곡을 다 내가 작곡하고 작사했다.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만 부르겠다는 생각도 없다. 앨범 테마에 맞게 내가 만든 곡을 부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을 가져다 쓸 수도 있고……. 작사, 작곡은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데, 지금 가장 욕심나는 건 프로듀싱이다.

앨범에 사랑 노래가 많다.

청춘에 대한 회고니까 사랑에 대한 노래가 많겠지.(웃음) 사랑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노래하는 게 좋다.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신적인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믿는다. 내 음악은 조금 쓸쓸하고 외로운 청춘들을 위한 것이다. 사회에서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러브홀릭으로 활동할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보인다. 음악 하는 지선이 인간 지선을 행복하게 하는가?

러브홀릭 때 나는 입시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공부 못하는 학생 같았다. 우등생 친구와 선배들에 둘러싸여 잔뜩 주눅이 들고, 매일 해야 할 숙제에 짓눌려 있는 아이였다. 지금은 거기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수업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웃음)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신나고 재미있다. 러브홀릭 때는 이런 느낌이 없었다.

나는 지금 갓 데뷔한 신인 가수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무모할 수 있다. 그래서 참 좋은 것 같다. 살면서 상처를 피할 순 없다.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노래로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나의 95%는 음악 하는 지선이고, 나머지 5%는 외롭고 쓸쓸한 여자 지선이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으로도 그것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좀더 견디기 쉽게 해주긴 하지만.


힘든 점은 없나?

대중들은 여자 가수에게 여자를 원하지 가수를 원하진 않는 것 같다. 이십 대에 데뷔해서 실력도 쌓고, 내공을 쌓아 이제 뭔가 자기 이야기를 할 시점이 되면 대중은 외면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자 가수들이 서른에 접어들면 다 방황한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리고 가수로 사는 게 참 외롭다. 그 세계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정말 견디기 힘든 세계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아이돌 여자 가수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하다. 어린 그들이 겪고 있는, 앞으로 겪을 것들이 눈에 환히 보이니까 더 그렇다.

또, 대중은 기다리거나 지켜봐 주지 않는다. 한 뮤지션이 자라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뮤지션이 이런 시도도 해 보고, 저런 시도도 해 보면서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그러면서 음악도 풍부해질 텐데, 그걸 지켜봐 줄 대중이 없다.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체가 그런 분위기다. 의외로 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고, 그게 유행이 되고, 얼마 안 되서 또 다른 곳으로 몰려가고……. 왠지 맥이 빠진다. 뭐, 맥이 빠진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스스로 그 저변을 넓히려고 노력해야겠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사람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음악, 누구든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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