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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고민이 없는 삶은 죽음과도 같다 - 일본어 학습책 낸 조혜련

도대체, 그의 열정은 얼마나 뜨겁기에 저렇게 쉬지 않고 달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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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사마나 지우히메처럼 한류 스타가 되어 건너간 게 아니다. 맨 밑바닥에서 신인 취급을 받으며 일본 방송에 데뷔했다. 일본어 회화는커녕 히라가나도 모르던 그가 6개월 동안 일본어를 공부한 후 일본 방송에 데뷔했고, 데뷔 2년 만에 NHK의 <니혼쓰 리스트>의 공동 진행자를 맡게 됐다.

사람의 체온은 36.5도지만 열정의 온도는 모두 다르다. 유난히 그 열정의 온도가 뜨거운 여자가 있다. 대학 재학 중에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조혜련은 17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변함없이 진한 웃음을 선사했고, 개그의 영역에서 멈추지 않고 텔레비전에서 하루라도 그의 얼굴을 보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 가수로 데뷔했고, 태보 다이어트 비디오도 냈다. 도대체, 그의 열정은 얼마나 뜨겁기에 저렇게 쉬지 않고 달리고 있는 걸까.


마흔의 조혜련, 일본으로 진출하다

그런 그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욘사마나 지우히메처럼 한류 스타가 되어 건너간 게 아니다. 맨 밑바닥에서 신인 취급을 받으며 일본 방송에 데뷔했다. 일본어 회화는커녕 히라가나도 모르던 그가 6개월 동안 일본어를 공부한 후 일본 방송에 데뷔했고, 데뷔 2년 만에 NHK의 <니혼쓰 리스트>의 공동 진행자를 맡게 됐다.

“관광을 하러 가면 그렇게 곰살맞고 친절할 수 없는 일본인이지만 일을 할 때는 정말 그렇게도 철저하고 냉정할 수가 없다”고 말한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대중을 상대로 방송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전에 있어서는 성격이 단순한 사람, 앞만 보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것저것 재다가는 버스를 놓친다. 조혜련의 성격이 그렇다. 일본 진출도 요모조모 재고 따져서 결정한 게 아니었다.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갔는데 일본에서 한류가 대단했어요. ‘이참에 나도 한번 해 봐?’ 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서점에 가서 기초 일본어 책을 사왔어요.”

그는 부러워하기보다는 설사 실패하더라도 직접 해보는 걸 택하는 사람이다. 다이어트 비디오도 그랬고 가수 데뷔도 그랬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경험은 고스란히 남잖아요. 일본 방송계에 진출 못 한다고 해도 일본어 실력은 남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죠.(웃음)” 일본어와 일본 방송과의 사투를 담은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는 그 2년 6개월 동안의 열정의 기록이다. 곧 2권도 나올 예정이다. 2권은 조혜련의 개인적인 추억과 일본어 단어를 결합한 책이라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일본에 가서 실제로 생활하면 ‘아, 이런 걸 가르쳐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가타카나. 일본어 수업을 들으면 히라가나만 배우고 가타카나는 잘 안 쓴다고 그냥 한 번 훑고 넘어가요. 그런데 일본에 가면 텔레비전에도, 편의점의 과자 봉지에도, 거리 간판에도, 어딜 가도 가타카나가 나오는데 눈에 익지 않으니 힘들었어요. 그래서 가타카나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책에 썼죠. 그리고 꼭 필요한 문법만 정리한 책과 일본어 한자를 쉽게 배우는 책도 앞으로 낼 생각입니다.”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라

어학 공부만큼 정직한 게 없다. 외국어를 쉽게 익히는 요행이나 비법이 판을 치지만 정직하게 단어를 외우고, 테이프를 듣고, 꾸준히 회화 연습을 하고, 해당 외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 말고는 그 언어를 정복하는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렇게 성실하게 일본어를 공부했다. 단어를 외우고, 일본 드라마 받아쓰기를 하고, 쪽팔림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본인과 대화를 하면서 그의 일본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학창시절에는 어학보다는 수학 쪽을 잘했어요. 졸업한 후에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다가 처음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얼마나 어렵고 힘들던지. 그나마 일본어는 한자도 어느 정도 알고, 어순도 비슷해서 제일 숙달도가 빠른 외국어라는 데도 힘들더군요. 일본 방송에 진출하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아마 중간에 그만뒀을 거예요.”

그렇게 고생 끝에 일본어를 어느 정도 숙달한 지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다들 외국어 배워 두면 좋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데, 정말 제가 배워보니까 그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하나 더 펼쳐진 기분이에요.” 그러면서 한국에 번역 안 된 일본 소설책을 읽는 재미가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소설책을 읽고, 블로그에 일본어로 글을 올리며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책을 내고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학 공부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조혜련을 기쁘게 했다. “제가 궁극적으로 바란 건, 사람들이 책을 읽고 뭔가 자기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하는 거였어요.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이 제 책을 읽고 ‘아 조혜련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학원에 등록하셨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기뻐요. 나이 들어서 어디 써먹으려고 어학 공부를 하냐고 자식들은 타박하잖아요. 그런데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는 과정 자체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혼나는 건 당연하고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에서 조혜련은 길에서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인이지만 일본에서 조혜련은 무명이었다. 방송이 끝나면 반성회에 가서 그날 잘못한 것을 지적받고, 매니저에게 갓 데뷔한 풋내기 신인처럼 야단을 맞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일본에 간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혼나는 건 당연한 거고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지만 처음에는 두 시간만 비행기 타고 가면 인정받는 방송인인데 여기서는 사소한 것 하나도 다 지적받고 고쳐야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치밀 때마다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오지 않았냐고 마음을 다독거렸어요. 일은 당연히 제 기준이 아니라 그쪽 기준에 맞춰야 하는 거고, 그쪽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정말 힘들 때마다 ‘이건 일이다, 이건 일이다’라고 주문이라도 외듯 중얼거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속이 상했지만 그때마다 ‘고치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배운 것도 많았어요.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 줄어들고 지금 모습에 만족하고, 새로운 것을 잘 인정하지 않잖아요. ‘됐어,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새로운 방법으로 바꿔?’ 이렇게 생각할 텐데 일본에 가서 완전히 신인 대접을 받으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을 낮추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걸 새롭게 익히게 됐습니다. 또, 자존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고요.”

이전까지 조혜련은 자존심이라면 자기주장을 하는 것,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에 가서 부딪치면서 진정한 자존심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고 타협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목소리 크면 이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은 상대를 해주지 않아요. 직선적으로 무 자르듯 이건 이거야, 라고 말하는 것도 싫어해요. 배려심 없는 사람이라고 찍히죠. 질릴 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라 답답하긴 해도 한국 사람이 배울 점이 있어요. 이야기를 하려면 내 목소리를 낮추고, 그쪽이 하는 말부터 들어줘야 해요. 아, 그쪽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쪽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걸 안 후에 내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러면서 진정한 자존심이라는 것은 남을 배려하면서 나도 배려하는 거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됐어요.”


일본 활동으로 얻은 소중한 것들 한국에서의 일, 가족, 친구들

일본 활동을 결심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린 건 아이들과 남편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제 좀 편하게 살아라’라는 말에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한참 엄마 손이 필요할 아이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남편의 말에는 갈등이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엄마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그 말처럼 아이들은 엄마의 공부하는 뒷모습, 텔레비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잘 챙기는 아이로 자랐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들만을 위한 시간을 내서 ‘엄마는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단다’라는 걸 느끼게 해주려고 애써요. 특별한 것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같이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타면서 놀거나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런 질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나눠서 그런지 아이들이 생각보다 외로워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도 떨어져 있어보니 더 소중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주변 사람에 대해서도 그래요.”

일본에서 활동한 후 조혜련은 한국에서 방송할 때 ‘예전보다 훨씬 열심히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다고 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해요. 아마, 한국에서 제가 받는 대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일본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당연한 게 아닌 걸 알았어요. 방송할 때 사람들이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이 났어요. 역으로 일본에서 방송하면서 저는 한국에서의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것 같아요.” 또, 한국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점도 일본 활동으로 얻은 것 중 하나다. “뭐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어요. 사람이든 일이든.”

조혜련은 고민이 없는 게 싫고 편안한 것보다 고생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후배들과 일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해요. 그때마다 ‘그게 제일 행복할 때야.’라고 말해 줘요. 넘어야 할 벽이 없다면, 해결해야 될 고민이 없다면 행복할 것 같죠? 고민이 없는 사람이 건강한 것 같죠? 그런데 완전히 그 반대예요. 고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건강해요. 고민과 벽은 도전과 희망이라는 동전의 뒷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과 희망이 없는 삶은 헤엄치지 않는 물고기와 같아요. 저에겐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죠. 고민이 있으면 ‘아 나는 해결해야 될 고민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구나.’하고 생각해요. 이 고민을 해결하면 훨씬 더 성장해서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런데 넘어야 할 벽 바로 코앞에 있는 사람은 벽 너머를 모르고, 올라가야 할 산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정상의 풍경을 모르죠. 그래서 먼저 넘어 보고 올라선 선배로 인생의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 벽을 넘으려고 고민하는 그대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지를, 그리고 당신은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힘을 분명 가지고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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