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저자의 오붓한 만남의 장, 음악과 책이 편안하게 어우러지는 평화방송 북 콘서트에 YES24 독자들이 초대받았다. 오늘의 주인공, 조혜련이다. 『조혜련의 미래일기』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 올랐다. 진행을 맡은 박용환 아나운서도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책을 출간한 저자는 처음”이라며 웃는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의 책 『열렬하다 내 인생』, 정말 뚝딱 나왔다. 무려 25일 만에 써냈단다. 하지만 어느 책보다 조혜련의 긴 시간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 사연이 또 하나 있다.
집필 기간 중 저자는 허리 통증으로 앉아서 쓸 수가 없는 지경이었는데, 그녀의 딸 윤아가 대신 타이핑을 해 주었단다. 한 장에 1,300원. 그녀는 이야기했고, 딸은 받아 적었다. 이 책 한 권이 나온 것보다 윤아에게 엄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더 뿌듯했다는 그녀.
“그간 일본을 바쁘게 오가느라, 내 이야기를 해 줄 기회가 없었는데, 책 한 권을 쓰고 나니 아이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다른 것 같았다”며 웃는다.
조혜련이 일본 진출을 한 지도 벌써 4년째다. 일본어 한마디도 못하던 그녀는 6개월 만에 속성으로 일본어를 ‘떼고’ 일본어 책을 쓰기도 했다.
“힘든데 포기는 못 하고, 어떡하나 싶었다. 그때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차라리 내가 미래를 정해 버리자! 그렇게 쓴 게 『조혜련의 미래일기』다. 재미있는 기획이어서, 대박이 날 줄 알았는데(웃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출판사 사장님이 제안을 해 왔다. ‘혜련, 네 인생을 먼저 정리해 보는 건 어때?’
“내 인생을 돌이켜 보았다. 나는 루저로 태어났지만, 열렬하게 살았고. 앞으로도 열렬히 살 거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열렬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삶을 정리한 책.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자서전이 되었다. 더 뜨겁고 화려한 삶을 살아낸 선배들 앞에서 어쩐지 자서전이라니 쑥스러워 이번 책은 아무한테나 주지 못했단다.
“그래서 2PM 창민, 샤이니의 민호에게만 줬어요.” 독자들의 질시 어린 함성이 터져 나온다. 자서전인 만큼 이전의 책들과 반응도 다르다.
“저를 보고 ‘쟤는 왜 저렇게 오버할까? 왜 저렇게 치열하게 살까?’ 의아해하던 사람들이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많이 해 줘요.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고정관념을 많이 바꿀 수 있었다고들 해요.”
고생은 이자가 붙는 재산이다
| 나윤권(오른쪽)은 책을 읽으면서 “고생하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고 소감을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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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무대를 열었던 나윤권이 신곡 「멍청이」를 불러, 감미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이어 독자 두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자들도 “책을 읽고 그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며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뭐든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표 독자 두 명과 함께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어보니 헝그리 정신이 물씬하다. 조혜련의 어린 시절에 비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다. 나 때는, 엄마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널 대학에 보내기는 어렵겠다’는 말을 하던 때였다. 나는 청개구리 심리가 있어서, 공부하지 말라고 해서, 더 했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이런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할 수도 없겠다. ‘자꾸 공부해라, 해라’ 해서 하긴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아들 우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주야. 공부 안 해도 좋으니까, 밝게 살아’ 그랬더니 정말 밝게만 살더라.(웃음) 부족한 게 없어서 되려 궁핍한 게 아닌가 싶다. 사서 고생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르바이트나 유럽 여행을 통해서 삶이 힘들구나, 돈이 이렇게 소중하구나,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 고생은 정말 필요하다. 고생은 이자가 붙는 재산이다.”
어쩌면 앞으로 내가 넘어야 할 모든 산들을 넘는 데 가장 귀중하고 든든한 빽은,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명성도 알량한 재산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간의 고생에서 얻은,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자세일 것이다.(p.215)
미국에 진출하려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언어를 빨리 습득하는 것 같은데 노하우가 있다면?
“정말 절실함이 필요하다. 일본에 진출할 때, 일본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6개월 뒤에 말할 수 있게 해봐. 그럼 오디션 한번 봐 줄게’ 그 말을 듣고, 정말 눈에 띄는 데마다 일본어를 붙여 두고 읽고 쓰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은 오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영어 공부가 그때만큼 잘 안 된다.(웃음) 재미를 붙여야 된다. 스포츠 선수가 하루에 8~10시간씩 십몇 년 동안 운동을 하잖나. 그것의 3분의 1만 하면 된다. 그렇게 10년을 하면 인생이 바뀐다. 절실함을 둘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목표를 정확히 세워 두는 거다. 내가 미국 어디 회사에 들어가겠다. 정확히 ‘날짜는 언제고, 장소가 어디다’ 하는 확고한 동기 부여가 있으면 좀 나을 거다.”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대학생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진짜 어떤 생각을 했을 때 신나고 즐겁고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일이 있잖아! 거기에 집중해 보라. 만약 그 일이 전공과 많이 다르다면, 일단 먹고사는 데 집중하면서, 원하는 분야로 넓혀갈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일하다가 딜레마에 빠지면, 옆길로 새기도 하고. 나에게는 그게 미국, 일본 진출이다. 이런 상상을 한다. 오프라 윈프리에게 고구마를 건네는 상상. 성룡과 인터뷰하는 상상. 물론, 그것만 생각하면 망상이다.(웃음)”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아버지……. 예전에 아버지가 학교 앞에 온 적이 있는데, 남루한 모습에 모르는 척 지나갔다. 하도 부르기에 다가가서 아버지에게 왜 학교 앞에 왔느냐고 물었다. 그때 3천 원을 주시더라. 그거, 아버지가 처음 일해서 번 돈이었다. 그런데 ‘감사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대신했던 말이 지금 너무나 후회가 된다. ‘틀니 좀 끼고 다니세요’ 했었다……. 아버지는 끝까지 내게 미안해 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늘 사랑한다는 말을 아버지께 띄우는데,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그 말을 전하고 싶다.”
“미…미안하다.”
놀랐습니다. 왜 마지막 순간까지 딸에게 사과하는 건지… 그때서야 겨우 깨달았죠. 아버지는 평생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저에게 미안해했다는 사실을… 만약에 다시 한 번만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제가 미안합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은 몸이 약해도, 일을 못 했어도 나의 아버지입니다. 사랑합니다.(p.169)
조혜련의 라스트 신은 어떨 것 같나?
“내 시나리오에 의하면, 내 라스트 신에서,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자식에게 안 줄 거다. 지들이 벌어야지!(웃음) ‘조혜련이 있어서 내가 힘들 때 일어난 것 같다.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당신이 동시대에 살아서 좋았다’ 이런 말을 들으며 엔딩을 찍고 싶다. 마무리가 정말 중요하지 않나? 이건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기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이니까, 마무리를 잘 생각해 두어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 달라.
“살면서 ‘사랑해’라는 말을 우리가 얼마나 하나? 남에게 말고 나 자신에게 말이다. 쑥스럽지만 이거 엄청난 에너지를 낸다. 눈물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하루에 35명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못할 거다. 그래서 매주 고등학교를 돌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전파하고 다닐까 계획 중이다. 전교생 중에 한두 명이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멋진 일이 아닌가. 이런 방법이 있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혜련아’ 얘기를 다섯 번 해보자. 아침저녁으로 찡하게! ‘사랑해’ ‘수고했어’ ‘너 응원한다’라고 말을 해 주면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 거다.”
만약 자신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할 때, 자신이 너무도 작아 보인다고 느낄 때 ‘내면의 나’에게 진심으로 말해주시라. ‘OO야! 너를 정말 사랑해!’라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나 조혜련이 보증한다.(p.229)
쉴 때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나?
“일단 술을 안 마신다. 일본에 진출하고부터 자제한다. 사람을 만나 수다 떠는 일도 줄이고,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늘렸다. 잠도 많이 자고 책도 읽는다. 남편하고 여행을 다니는 시간도 많이 갖는다. 놀 땐 또 확실히 놀아야 에너지가 나온다.”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책임감일 거다. 일본 진출도 처음에는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일본 진출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곳에서 인생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그때를 견디면서 그릇이 커진 것 같다. 나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때 나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피드백이 있으니까, 예전에는 그저 웃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뭔가 내가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 데에서 힘을 얻는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이 나를 바꾸게 한다. 사람은 역시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존재인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대해주면 그만큼 나도 기대치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나도 사람들을 대할 때 ‘이 사람을 귀하게 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p.105)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 보라
| “몸도 마음도 아직 십 대 같다”며 웃는 슈퍼키드, 이날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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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유했다. 각자의 열렬한 인생을 정리해 보라고. 단 이틀이면 된다.
“내 인생이 어떤 인생이었는지 거슬러 보는 거다. 난 어떤 꿈이 있고, 뭘 하고 싶고, 누구랑 결혼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거다. 흥미로운 것은 그 안에서 내 강점, 약점이 딱 나온다. 이건 일종의 정신 건강을 점검해 보는 일이다. 거기서 자신만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다? 아니, 그녀는 성공과 과정만 있다고 말한다. 힘들면, 그저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자고, 그녀는 내내 독자들을 격려했다.
펑크록 밴드 슈퍼키드가 등장해 콘서트를 더욱 뜨겁게 달궈 주었다. 조혜련과 슈퍼키드의 공통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일까. 아이 같은 미소가 좀체 감춰지지 않는다. 진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의 미소! 보는 사람까지 절로 웃게 하는 감염력 높은 미소 말이다. 그런 슈퍼키드 덕분에 객석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어 그들의 노래, 「잘 살고 볼일입니다」가 무대 위에 신명 나게 차려졌다. 금세 뜨거운 열기가 가득 찼다.
슈퍼키드와 조혜련.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라는 점. 슈퍼키드는 2008년 IPTV용 영화 <저스트 키딩>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보통 밴드의 이미지를 어둡다고 생각했을 텐데, 저희를 인터뷰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신 거죠. 어라, 이렇게 웃기는 애들도 있네. 각자의 개인사를 엮어 다큐드라마로 만들었어요.” 조혜련은 곧 영화배우가 된다. <숲의 노래가 들린다>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이 역시 일본 진출이 일궈 낸 성과다.
“영화는 확실히 다르더라. 대우도 다르고(웃음). 이전에도 영화에 나오긴 했었다. <티라노의 발톱>에서 지리산 원시인 역이었고, <남남북녀>에서는 ‘뒷모습만 미녀’로 출연했었다.(웃음) 이번에는 재일 교포로 나오는데, 주인공이다! 일본에서 아버지를 이야기했을 때, 아버지를 말하는 느낌, 나의 일본어가 좋았다고 감독이 얘기하더라. 진지한 영화라서 코미디언, (그것도 외국인 코미디언!) 섭외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다른 계산 없이 그때 모습을 보고 캐스팅해 줬다.” 자못 감격해 하는 표정에서 이번엔 또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불사를지 짐작이 간다. 이번에도 열렬할 테지!
누군가 ‘인생은 학교’라는 말을 했다. 엄마 뱃속에서 ‘응아~’ 하고 태어난 순간부터 눈을 감는 그날까지 우리는 길든 짧든 똑같은 한평생을 산다. 그런데 그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누군가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코스를 밟고, 누군가는 그럭저럭 한평생을 같은 학년에서 맴돌다가 가고, 누군가는 그것도 모자라 낙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간다.
어떤 인생을 선택할 것인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p.214)
| 뜨겁고 유쾌한 무대를 선사해 준 슈퍼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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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하고도 유쾌한 만남! 마지막 무대는 슈퍼키드가 장식했다. “여러분, 즐겨 봐요!” 독자들, 무대 가까이 뛰어나가서, 3분 남짓 뛰고 환호했다. 아, 3분 정말 아쉽다! 슈퍼키드는 예정에 없던 앙코르곡을 열창하며,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그렇게 즐거운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우리는 헤어졌다. 누군가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나눠 줄 수 있는 삶이라!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기 안에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야 할 테다.
조혜련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 건강한 에너지는 비단 ‘좋은 일’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지금의 건강한 에너지와 열정은 힘든 시간을 단련하면서 길러낸 것이었다. 벼린 쇠가 단단해지듯이! 사서 고생하라는 말은 그런 말일 테다. 그러니, 찬란한 봄에 혹여 성공의 과정을 겪고 있는 분들, 그늘 속에서 단단한 에너지 숙성시키시길, 마음에 진짜 봄이 피면, 어두운 날에 숙성시킨 에너지가 두 뺨에 빠알간 꽃으로 만개할 것이다. 보는 사람까지 웃게 되는 미소. 슈퍼키드와 조혜련이 내비쳤던 바로 그 미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