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 대한 올바른 피드백
200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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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은 양극으로 갈라진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평가들과 동료들은 대부분 이명세의 신작에 호의적이지만 일반 관객들은 자기도취에 빠진 넌센스쯤으로 여기는 모양이에요. 물론 극단적인 일반화는 곤란합니다. 비평가들이나 일반 관객이나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집단이었던 적은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영화 비평엔 관심이 없지만 <형사>를 보고 이명세의 팬이 되어 그 호감을 으로 이어가는 일반 관객들을 상상할 수 있겠죠. 을 ‘자기도취에 빠진 넌센스’로 보는 것 자체가 평론가의 관점일 수도 있겠고.
그러나 이 양극화된 비판은 여전히 괴상합니다. 평론가들의 호평도 그만큼이나 괴상하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고요. 제가 여전히 이명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는 <첫사랑>이 받은 악평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지요. 그동안 세월이 흐르고 비평하는 사람들도 물갈이가 되었나 봅니다. 14년 전 <첫사랑>을 자폐증에 빠진 졸작이라고 비난한 사람들이 같은 입으로 을 호평한다면 앞뒤가 상당히 맞지 않는 거겠죠. 중간에 <형사>를 넣어서 생각해보면… 하긴 평론가라는 사람들에게 그처럼 야무진 일관성을 요구하는 것도 웃기는 일일 겁니다. 창작자들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입장과 스타일을 바꾸는 것처럼 평론가들도 입장과 관점을 바꾸죠. 그게 자연스러운 내적 변화건 물타기건 간에.
어느 쪽이건 타이밍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첫사랑>은 만들어질 당시에 조금 더 옹호될 가치가 있었어요. 그러는 게 이명세나 한국 영화계의 표현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좋았을 거고. 하지만 이미 스타일이 고정되고 예술영화의 자의식이 목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만든 의 경우는 반대로 어느 정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죠. 아무리 봐도 지금 그 사람들은 일을 거꾸로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관객들의 일방적인 혹평에 동참하는 게 옳은 일이냐. 그렇다고도 말을 못 하겠어요. 이건 이 영화에 대한 호오도와는 무관한 겁니다. 그냥 이 비난받는 것처럼 자폐적인 영화도 아니고 어려운 영화도 아니라는 거죠. 의 이야기는 징그러울 정도로 쉬울 뿐만 아니라 그만큼 진부하기까지 하잖아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며 극장을 나온 사람들도 사실은 내용이 뭔지 다 인식하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젊은 여자를 만났는데 알고 봤더니 그 여자는 어쩌고저쩌고…. 이 뻔한 이야기를 모를 수가 없죠.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일관성과 선형적인 형식을 처음부터 작정하고 파괴한 스타일입니다. MTV 이후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스타일 시도에 익숙해졌다고 믿는 건 엄청난 낙천주의였던 거죠. 이명세가 대단한 아방가르드적 접근법을 시도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21세기 초의 대중은 스타일과 형식에 대해 더욱 관대하거나 덤덤한 게 정상입니다. 그게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도로 오랫동안 멀티미디어 교육을 받았다면 이 정도의 기초엔 익숙해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특정 스타일을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겠죠.
다시 말해, 지금 에 가해지는 긍정적인 비평이나 비난은 모두 비슷한 부류입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이명세가 특정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에 열광하죠. 하지만 영화가 싫은 사람들은 이명세가 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한 것 자체를 물고 늘어지기엔 14년은 긴 세월입니다. 그 게임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 그 게임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봐야죠. 그게 이라는 영화에 대한 올바른 피드백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여전히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명세는 여전히 가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저에게 이 아무리 얌전한 영화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겠죠. 그렇게 보는 것이 이명세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중요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고. 어떤 때는 영화 외적인 면도 영화 내적인 면만큼이나 중요하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따로따로 떨어진 섬은 아니니까.
그러나 이 양극화된 비판은 여전히 괴상합니다. 평론가들의 호평도 그만큼이나 괴상하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고요. 제가 여전히 이명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하는 <첫사랑>이 받은 악평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지요. 그동안 세월이 흐르고 비평하는 사람들도 물갈이가 되었나 봅니다. 14년 전 <첫사랑>을 자폐증에 빠진 졸작이라고 비난한 사람들이 같은 입으로
어느 쪽이건 타이밍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첫사랑>은 만들어질 당시에 조금 더 옹호될 가치가 있었어요. 그러는 게 이명세나 한국 영화계의 표현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좋았을 거고. 하지만 이미 스타일이 고정되고 예술영화의 자의식이 목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만든
그렇다고 관객들의 일방적인 혹평에 동참하는 게 옳은 일이냐. 그렇다고도 말을 못 하겠어요. 이건 이 영화에 대한 호오도와는 무관한 겁니다. 그냥
다시 말해, 지금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여전히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명세는 여전히 가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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