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생활』 두 번째 이야기
떠도는 것이 삶이라는 듯 나이에 비해 멀리, 자주 떠돌아다닌 시인 이병률은 고독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자꾸 먼 데를 보는 습관이 난 길 위’를 걷거나 ‘수많은 풍경과 풍경 너머의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움을 밀면 한 장의 먼지 낀 내 유리창이 밀리고 그 밀린 유리창을 조금 더 밀면 닦이지 않던 물자국이 밀리고 갑자기 불어닥쳐 가슴 쓰리고 이마가 쓰라린 사랑을 밀면 무겁고 차가워 놀란 감정의 동그란 테두리가 기울어져 나무가 밀리고
밀리고 밀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이름이 아니라 그저 무늬처럼 얼룩처럼 덮였다 놓였다 풀어지는 손길임을 갸륵한 시간임을 여태 내 손끝으로 밀어보지 못한 시간임을
보이는 라디오 책읽는 사람들 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시집 『바람의 사생활』 중에서 ‘무늬들’이라는 시로 문을 엽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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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은 어제에 이어 이병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 함께 읽어봅니다.
INT) 이병률
떠도는 것이 삶이라는 듯 나이에 비해 멀리, 자주 떠돌아다닌 시인 이병률은 고독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자꾸 먼 데를 보는 습관이 난 길 위’를 걷거나 ‘수많은 풍경과 풍경 너머의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시인은 ‘헤어짐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노래하는 바람’으로 불리는데요.
INT) 이병률
낭독) 신윤주
왜 혼자냐고 합니다.
노부부가 호밀빵 반절을 건네며 내게 혼자여서 쓸쓸하겠다 합니다.
씩씩하게 빵을 베어물며 쓸쓸함이 차창 밖 벌판에 쌓인 눈만큼이야 되겠냐 싶어집니다.
국경을 앞둔 루마니아 어느 작은 마을 노부부는 내리고 나는 잠이 듭니다.
매서운 바람에 차창은 얼고 풍경은 닫히고 달려도 달려도 시간의 몸은 극치를 향해 있습니다.
바르샤바로 가려면 이 칸에 있고 프라하로 가려면 앞칸으로 가라고 차장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든 가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든 지나가도 됩니다.
혼자인 것에 기대어 가고 있기에.
방송작가로서, 에세이스트로서 산문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이병률 시인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산문 대신 긴장되고 불편하지만 ‘설렘’을 가져다주는 시 쓰기에 더 매료돼 있다고 하는데요. 그에게 있어 시는 어떤 의미일까요?
INT) 이병률
낭독) 이병률
최근에 우리 문학계는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서정성을 갖춘 젊은 시인들의 등장에 활기를 얻고 있는데요, 독자와 멀어졌다고 여겨졌던 시 장르가 독자들의 사랑을 얻는 이유, 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에서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저희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