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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의 위험한 생각인가요?

“무엇이 당신의 위험한 생각인가요?” 이건 근사한 질문이지만 그만큼 애매모호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질문의 의도가 뭐예요? 무슨 말을 해야 그럴싸하게 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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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의 위험한 생각인가요?” 이건 근사한 질문이지만 그만큼 애매모호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질문의 의도가 뭐예요? 무슨 말을 해야 그럴싸하게 들릴까요? 당신 혼자에게만 물었다면 괜찮겠지만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백여 명의 사람에게 동시에 질문을 했다면? 하여간 이게 엣지 재단의 존 브록만이 낸 아이디어고 그는 리처드 도킨스에서 루디 루커에 이르는 흥미로운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짤막한 답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묶어서 낸 책이 『위험한 생각들』이죠.

존 브록만(John Brockman, 1941~ )
여러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죠. ‘새로운 과학 원리에 의한 항법’에 대해 이야기한 루퍼트 셀트레이크의 글은 흥미로운 가정을 담고 있지만 아무래도 스케일이 좀 작죠. ‘24시간의 절대 고독’을 갖자는 레오 찰루파의 아이디어도 한번쯤 시도해볼 만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위험함’은 히죽거리는 농담처럼 들립니다.

아직도 이들의 ‘위험한 생각들’이 신과 종교에 대해서라는 건 따분하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필립 앤더슨은 ‘특정 신이 존재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라고 주장합니다. 맞는 소리지만 신자들은 신경도 안 쓰겠죠. ‘신화와 동화는 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토드 파인버그는 종교적 메시지가 소망성취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제시 버링은 우울하게 ‘과학이 신을 침묵시키지 못할 것이다’라고 우울하게 예견합니다. 그건 신의 존재가 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해 영구적으로 고정된 하나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 해리스는 씩씩하게 ‘과학은 종교를 파괴해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하긴 ‘종교적 관용’이라는 게 점점 더 타협적인 지적 기만이 되고 있는 현실을 계속 무시하는 것도 못쓸 일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생각은 ‘과학과 종교의 통합’을 주장하는 스티븐 코슬린의 아이디어와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일신론보다 범신론에 가깝고 솔직히 제가 그 아이디어에 설득당했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적당한 타협을 거부하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신을 입증하려는 그의 태도는 재미있습니다. ‘모든 물체에는 마음이 있다’라고 주장하는 루디 러커의 유물론적 범신론은 그에 비하면 오히려 안전하군요.

이들은 종교와 기본 상식이 지지하고 싶어 하는 원칙도 깨트리고 싶어 합니다. 데이비드 피짜로는 ‘도덕이야말로 허점투성이다’라고 말하고 이렌느 페퍼버그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사이에 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말하며 조지 다이슨은 한 술 더 떠서 ‘생물과 무생물을 분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어도 이건 그냥 상식적인 태도죠. 코페르니쿠스 이후 과학은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가르쳐왔으니까요. 오히려 재미있게 튀는 건 환경주의자들의 기존 전략을 포기하고 더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그레고리 벤포드의 「교토의정서 밖을 생각하라」와 같은 글입니다. 농장폐기물을 이용한 벤포드의 아이디어는 SF적이면서도 명쾌해서 재미있습니다.

우리에게 삶이 더 나은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환영을 거두면 무엇이 남을까. 이들은 익숙한 해결책으로 돌아갑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라는 것이죠. 에른스트 푀벨은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라고 말하고 로렌스 크라우스가 ‘세계는 근본적으로 불가해하다’라고 말하면 마르첼로 글라이저는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라며 위로합니다. ‘지금 여기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라고 무뚝뚝하게 주장하는 로버트 프로빈과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요. 이들의 이런 생각은 위험해 보이지만 그래도 친숙합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기독교나 이슬람교가 우리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전에는 서구 사회에선 상식적인 태도였지요. 진화론과 현대물리학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잔뜩 짊어지고 돌아온 곳이 바로 2천 년쯤 전에 떠났던 출발점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2천 년 전의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성숙해졌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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