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을 읽다
그리고 아주 불길하게도, 이 깨달음은 그를 분신으로 이끌어 간다. 역사서나 평전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하늘이 지상으로 내려 보내준 사람’이라는 확신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태일이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해는 1983년이다. 나는 1980년대 말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전태일이 평화시장 재단사들을 규합해서 만들었던 모임의 이름이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에 여덟 시간만 노동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몰랐으니 바보가 아니었느냐”면서 모임을 ‘바보회’로 정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이 바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4. 26.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돌베개, 2001, 2차 개정판)을 읽다.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해는 1983년이다. 나는 1980년대 말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전태일이 평화시장 재단사들을 규합해서 만들었던 모임의 이름이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에 여덟 시간만 노동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몰랐으니 바보가 아니었느냐”면서 모임을 ‘바보회’로 정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이 바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불길하게도, 이 깨달음은 그를 분신으로 이끌어 간다. 역사서나 평전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하늘이 지상으로 내려 보내준 사람’이라는 확신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태일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많이 봐줘 봤자 고작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력밖에 지니지 않았지만, 마르크스가 평생 런던의 왕립 도서관을 출입하며 벼리었던 노동의 원리와 변증법을 혼자서 깨달았다. 바보인 줄 알아야 비로소 지혜로워질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죽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동시에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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