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선생님’으로 유명한 저자 김태우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최초로 대규모 생물표본 수장시설을 갖춘 국립연구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 소속으로, 한국 곤충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곤충의 매력에 빠진 이후 지금까지 오직 곤충 연구에만 매진해온 열혈 곤충학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외된 곤충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어린 시절 만난 곤충 이야기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곤충에 대한 정보, 곤충 이름의 유래 및 우리가 궁금했던 곤충학자의 일상과 해외 곤충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곤충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자신의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친절하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김태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곤충분류학자 김태우라고 합니다. 작가라는 말은 좀 어색한데, 전업 작가는 아니고 현재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연구직 공무원(환경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곤충분류학, 그중 한국의 메뚜기를 연구해서 보통 저를 메뚜기 박사라고 많이 부르고 있어요. 곤충 연구나 교육활동 등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몇 권 쓴 덕분에 작가라는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곤충학자이신 박사님의 직업이 신선하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계기로 곤충에 관심을 가지시고 공부하게 되셨나요?
생물다양성의 아버지 윌슨(E.O. Wilson) 교수는 그의 자서전에서 누구나 소년 시절에 곤충기를 겪는다고 말했지요. 저 역시 곤충소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변에 곤충이 흔하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각 곤충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이런 별난 생물이 존재하는지 등의 질문과 호기심이 생겼고, 채집해서 키우면서 특별히 애착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찰일기도 쓰고 대학생 시절에는 곤충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곤충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이번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저에게 곤충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 막연히 아마추어로 머무는 것보다 학문의 체계 안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제대로 배우고 싶었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좋겠다는 열망이 있어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릴 때는 잠자리와 사슴벌레 등 많은 곤충을 친숙하게 대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멀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주변 환경에 대한 탐색, 혹은 친구들과의 또래문화를 통해서, 아니면 부모님으로부터 체험학습의 영향을 받아 곤충에 관심을 두게 되지만, 고학년이 되면 시험공부와 진로, 취업 등을 생각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곤충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정도의 소재로 멀어지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성인은 곤충 같은 자연과 관계 맺기보다 인문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영위하면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니까 곤충은 우리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요. 곤충뿐 아니라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밀려난 대부분의 자연 생명체가 그런 신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변화시킨 생태계 연결고리는 본연의 모습에서 많이 달라져 도시 환경으로 변하고 있죠.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볼 때 미래에 굳이 다양한 생명체가 필요한 것일까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인공지능을 창조하고 다른 행성에까지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도심과 우리의 일상에도 곤충들은 많이 있는데요.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가 그 진가를 모르는 곤충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 막 생각나는 곤충으로 꽃등에가 떠오릅니다. 꽃등에는 파리의 일종으로 벌을 닮은 의태 곤충으로 유명합니다. 화단에 자주 날아오기에 흔히 볼 수 있지만 벌을 닮아 일반적으로 가까이 하지 않기에, 곤충 수업 중에 서로 구별할 수 있다면 손으로 한번 잡아보기 같은 실습을 해 봐도 재미있습니다. 꽃등에를 파리라고 생각하면 싫어할 분도 있지만, 성충은 꽃에서 꽃가루를 핥아먹으며 화분을 옮겨주고 애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거나 고인 물에서 유기물을 걸러먹는 분해자 역할을 하는 익충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희귀한 소나무꽃등에를 복원하기 위해 숲의 오래된 소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 조치를 취했는데, 꽃등에의 애벌레가 오래된 썩은 나무 구멍 안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영국에는 도시 생태계에서 꽃등에의 역할에 주목하여 정원에 꽃등에가 살 수 있도록 인공 웅덩이(lagoon)를 만들어주는 시민 프로그램도 전개하고 있어요.
책 『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에는 많은 곤충들의 비밀과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그중 가장 애정하시는 곤충 이야기가 있을까요?
사실 이 책에는 곤충의 개별적인 이야기보다 곤충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곤충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 곤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나눈 개인적인 경험이 더 많이 실려 있습니다. 곤충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곤충을 잘 모르거나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 책은 자연과학 분야가 아니라 에세이로 기획되었고요. 곤충을 잘 아시는 분들보다 잘 모르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시각과 경험을 쌓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추억 속의 곤충 이야기를 제일 소중하게 떠올리는데,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제가 메뚜기 전공자의 길로 오게 해준 풀무치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나라와 문화권에 따라 다른 곤충들에 관한 인식도 신선했습니다. 세계 여러 곤충들을 만나고 연구하신 박사님께서 기억에 남는 이색적인 곤충이 있을까요?
한 가지만 꼽기는 무척 어려운 일 같아요. 곤충의 특징은 다양성에 있고 그 다양성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곤충분류학자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얘는 이래서 특이하고, 재는 저래서 별나서 보는 것마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만약 골라야 한다면 크고 화려해서 두드러지게 눈에 튀는 것보다 자연 속의 잎사귀나 돌멩이를 닮아 숨어 있는 것들, 그런 의태 곤충류를 좋아합니다. 지나가면서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사마귀도 있고, 꼽등이도 있어요. 그런 곤충들은 저절로 감탄을 일으킵니다. 베트남에서 보았던 초록색 바퀴처럼 그동안의 상식을 깨뜨리는 존재도 인상에 남습니다. 한밤중에 요란한 울음소리를 듣고 열심히 쫓아갔는데, 재빨리 도망가 놓쳐버린 여치도 아쉬운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작지만 소중한 존재인 곤충을 눈여겨보는 작가님의 시선은 세상에서 많은 존재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으실 독자 분들께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사회 안정망이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간의 소통과 인식 곳곳에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위기로부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생태계의 안정성은 더 말할 것 없습니다. 온갖 역할을 맡은 구성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다다익선), 촘촘해야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됩니다. 특히 곤충은 먹이사슬의 중간 단계로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돕고 큰 동물의 먹이가 되는 핵심 요소입니다. 어느 것 하나 없어지거나 사라져야 할 대상은 없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벗어난 곳에 존재하는 비주류 존재들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우 어릴 때부터 산으로 들로 곤충을 찾아다니면서 곤충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건국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메뚜기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여러 종류의 곤충을 연구했다. 또한 숲에서 곤충 생태를 알려 주는 다양한 탐사 여행을 직접 안내해 왔다. 지은 책으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곤충 이야기』, 『한국 자생생물 소리도감』, 『우리 집에 왜 왔니?』, 『메뚜기 생태도감』, 『주머니 속 메뚜기 도감』, 『곤충 수업』,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 등이 있다. 곤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건강한 환경 속에 곤충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소망한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