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까다롭게 좋아하는 프엄이 돌아왔다” (G. 엄지혜 작가)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생각하는 일을 취미 삼아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책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을 쓰신 엄지혜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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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안달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 살아 갈 기운을 얻고, 내가 못난 사람으로 여겨지면 자책한다.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아'라는 감정은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인데, 반대로 '이 사람과 대화하면 내가 자꾸 나쁜 사람이 돼' 같은 감정으로는 결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다. 사람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관계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반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사람은 자꾸 보고 싶다. 그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나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나를 더 사랑하고 싶어진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엄지혜 작가님의 책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사람을 깊이 관찰하는 사람, 사소한 것까지 섬세하게 헤아리는 사람, 그렇게 분명하고 까다롭게 좋아하는 마음을 품는 사람. 저는 엄지혜 작가님을 그런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책읽아웃>의 영원한 프랑소와 엄 님, 『태도의 말들』로 꾸준히 사랑받은 엄지혜 작가님, 그 분이 오랜만에 <책읽아웃>에 오셨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을 쓰신 엄지혜 작가님을 모시고, 작가님이 오래 지켜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신중하게 좋아하게 된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엄지혜 편

오은: <책읽아웃> 크루로서 방송을 한 게 2023년 7월이 마지막이었어요. 오랜만에 스튜디오에서 만났는데요. 오실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엄지혜: 예전에 출근했던 노선을 그대로 따라왔어요. 오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실은 일년도 안 됐는데 되게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요. 여의도만의 특별한 공기가 있는데요. 그걸 오랜만에 맡으니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오은: 작가님의 두 번째 책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이 출간됐어요. 이 책에 “습관은 무섭다. 제작진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매주 목, 금요일이 되면 팟캐스트 앱에 접속해 새로운 에피소드를 챙겨 듣고 청취자 댓글도 읽는다”는 내용이 책에 담겨 있어서 읽고 좀 놀랐습니다. <책읽아웃>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도 유효하신 거죠?

엄지혜: 유효하죠. 그 글은 제가 휴직 때 마무리했던 원고인데요. 청취자 분들 중에 설거지 하면서 방송 듣는다는 분들 되게 많았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확실히 그렇게 방송을 들으니까 더 좋더라고요. 이후에는 댓글을 열심히 검색해서까지 보지는 않았지만요. 가끔 어떤 게스트 나오셨는지, 어떤 분들이 여전히 댓글을 달아 주시는지는 꾸준히 봤어요.

오늘 녹음에 오면서 저의 마지막 방송에 댓글 달아 주셨던 분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왔는데요. 그 당시에도 몇몇 분의 댓글에 많이 감사함을 얻었었거든요. 그걸 다시 읽으면서 <책읽아웃>에 억지로 떼어냈던(웃음) 마음들을 다시 약간 붙이고 왔습니다.


오은: 엄지혜 작가님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가 흘러가듯 한 말들을 오래 기억한다. 혼자 듣긴 아까운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기자, 에디터, 인터뷰어로 일했다. 예스24에서 <채널예스> <책읽아웃>을 만들었고 현재 미디어플랫폼 ‘얼룩소’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에세이 『태도의 말들』 공저로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돌봄과 작업』을 썼다.”

첫 문장부터 조금 많은 분들이 경계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흘러가듯 한 말이라는 건 말을 한 사람이 어떤 의도를 담고 한 게 아닌 경우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지나가듯이 한 말, 혹은 자주 쓰는 버릇처럼 한 말일 수 있잖아요. 그런 말들을 기억하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요.

엄지혜: 사실 좀 무서운 사람이기도 하죠.(웃음) 그냥 별 뜻 없이 한 말인데 그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는 게 말이에요. 그렇지만요, 물론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생각하긴 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생각해요. 책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인데요. 저희 아이가 그림책을 보면서 했던 얘기가 있어요. 그림책에는 글자가 많이 없고, 그림을 보고 글자를 만들어 읽어야 하기 때문에 그림책을 읽을 때는 더 오래 읽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러면 들을 때 그냥 흘려 보내기가 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얘기해보라고 부탁하고, 그걸 그대로 메모장에 저장해 놓고요. 나중에 이거 글로 써도 되는지 허락 받고 그래요.

그런 식으로 좋은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냥 의도하지 않게 툭 나온 말인데 되게 멋있는 얘기이고, 진심이 많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오래 곱씹고 싶은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이건 기질적으로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오은: 이제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책인지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엄지혜: 제가 일을 하면서, 돌봄과 양육을 하면서, 그리고 친구들 만나고 선후배들 만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인상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도 담겨 있고요. 저에게 상처 주었던, 그래서 저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제가 반성하는 모습도 있어요. 그리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던 기록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은: 책을 보면요, 물론 은유 작가님이나 이기호 작가님처럼 실명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데요. 많은 경우 지인들의 등장이 익명으로 이루어지더라고요. 아마 글을 쓰실 때 여기에 대한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엄지혜: 사실 좋은 예가 더 많기 때문에요. 원고를 쓴 뒤에 실명으로 공개할지, 편집자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그런데 편집자 님께서 그냥 자연스럽게 쓰신 것 같아서 괜찮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공개하자면(웃음) S작가님은 심윤경 작가님이고요. 에필로그에 나오는 작가님은 김이경 작가님입니다. 오은 시인님도 좋은 예로 잠깐 등장을 하는데요. 아마 모르셨던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살짝 얘기를 해드렸죠.

오은: ‘돌보는 사람’이라는 글은 엄지혜 작가님이 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돌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작가님은 “저는 좋은 책을 쓴 작가를 만나면 이 작가가 어떤 사람이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가 제일 궁금해요. 작품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고 평론을 읽어도 되잖아요. 하지만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환경에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는지는 질문을 해야 알 수 있죠.”라고 『돌봄과 작업』 북토크에서 말씀하신 적도 있는데요. 문득 <어떤,책임> 시간에 엄마들을 위한 책을 바지런히 소개해 주었던 프랑소와 엄님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돌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음 어떤 것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엄지혜: 돌봄을 하는 입장일 때가 현재까지는 더 많았는데요. 하면서 느낀 것은 돌봄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게 있고 내가 할 수 있어서 감사한 것도 있다는 거예요. 보통은 내 노동과 내 시간, 내 지갑을 열면서 약간은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돌봄을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감사함을 가져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내가 아이를 양육하고, 부모님을 챙기고, 남편을 챙기면서 내가 성장하는 것도 분명히 있어요. 만약 나에게 케어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것 또한 기쁨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하지만 내가 해줬으니까 너도 나중에 해줘, 하는 식으로 어떤 보상을 바라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도 커요. 그런 마음을 지금부터 가지려고 노력하고 살고 있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엄지혜: 그림책을 가지고 올까, 양육에 대한 책을 가지고 올까 생각하다가요.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라는 책을 가지고 왔어요. 최근 의대 증원 때문에 난리잖아요. 제가 그 이슈를 굉장히 쫓고 있는데요. 저는 의료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주변의 지인분들 보면서도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책읽아웃>에 한 번 나오셨던 최연호 교수님이에요. 그때도 중요한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 인상이 깊었고요. 신작이 나와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질병이 아닌데도 심리적인 것들로 인해 질병으로 인식이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병원에 안 와도 되는데 약을 먹고요. 의사들은 환자에게 뭔가 증상이 있다고 하니까 검사를 굳이 하게 되고, 뭔가가 나오면 자기 자식이었다면 안 줄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도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의사나 병원을 쇼핑을 하듯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룬 책인데요. 내가 받은 진단이 아닌 것 같고, 불안한 분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책이어서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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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