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겨울 동네에 도착한 아이의 모습은 설렘으로 가득해 보인다. 모든 게 낯선 곳이지만, 뒷마당에 가끔 사슴이 놀러 온다는 이야기는 아이에게 기대감을 선물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는 사슴과 친해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한다. 사슴이 위험을 느끼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사진을 찍으면 사슴은 왜 늘 카메라 정면을 보는지, 사슴에 대한 공부도 열심이다.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아이는 직접 사슴을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는다. 간절한 바람대로 사슴을 만날 수 있을까? 『겨울 동네』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품어 안는 시간들의 의미와 그 과정을 겪어가는 이에게 성장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작가님의 첫 그림책 『겨울 동네』가 출간되었습니다. 눈이 가득한 표지 속 그림만 봐도 추운 어느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겨울 동네』가 독자와 만나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드디어!'라는 감탄사랄까요. 시즌성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죠. 무엇보다도 첫 번째 그림책이기 때문에 독자님들이 어떻게 읽어 주실까 무척 떨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간이 현실이 되고 나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답니다.
『겨울 동네』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작품 속 풍경들이 이국적인데요. 어떤 공간이나 장면에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꽤 한참 전이었어요. 한겨울이었고요. 미국 뉴욕주에 있는 '이타카'라는 대학 도시에 한 달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어요. 겨울 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겨울 내내 조용히 눈만 내리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겨울 동네』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 동네에 사슴이 종종 출몰한다는 얘기를 듣고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나요. 무료하고 쓸쓸했던 저는 근처를 산책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었거든요. 눈을 밟으며 여기저기 탐색하다 보니, 제가 바닥만 보면서 걷고 있더라고요. 혹시 사슴 발자국이 있나 싶어서 살피고 있었던 거죠.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이었는데, 동네 카페에서 몸을 녹이며 사슴을 만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수첩에 끄적거렸던 것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겨울 동네』에서는 주인공이 '사슴'을 꼭 만나고 싶어 하는데요.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은 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사슴은 다른 동물들, 이를테면 너구리나 오소리, 곰이나 토끼에 비해서 인상이 특별히 강하지는 않은 편이라고 느껴요. 맛으로 치면 달거나 쓰거나 짠 맛이 아니라 그냥 물 같다고 할까요. 그 점이 저는 좋았어요. 너무 귀엽지도 않고 친근하지도 않은, 조금은 생경하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고, 어찌 보면 살짝 영험한 느낌이 드는 존재이기를 바랐어요. 그 긴 다리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특성 덕에, 손에 닿을 듯 말듯, 바람이 이뤄질 듯 안 이뤄지는 전개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울 동네』를 펼치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가득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요. 마치 낯선 겨울 동네로 여행을 간 듯한 설렘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요?
이 그림책 속에서 작가님의 마음에 드는 한 장면만 꼽아 주세요. 책을 보신 분들이 풍경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 기뻐요. 책장을 넘기면서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렸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모험을 다녀온 다음 날, 감기에 걸린 채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사슴이 된 기분을 느끼는 그 장면이에요.
실제로 이타카에서 사슴 찾기 놀이에 흠뻑 빠져 있던 제가, 어느 날 말없이 점심을 먹다가 '나 지금 꼭 사슴이 밥 먹는 것처럼 먹고 있네.'라고 느꼈고, '이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이 이야기는 분명히 완성될 거야'라는 확신이 들었던 겁니다. 그 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말 이야기가 완성되었고 책으로 태어나게 되었죠.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을 가능하게 해 준 한 지점이라서,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장면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소망을 가진다는 것, 그 자체로 멋지고 소중한 일입니다. 소망을 이루기 위한 여정 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기도 하니까요.'라고 쓰셨어요.
작가님이 현재 가지고 있는 소망은 무엇인지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의 소망은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글 작가님들이 주시는 글에 그림을 얹는 작업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왔지만, 내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바람이 언젠가부터 점점 커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림책을 얼마나 훌륭하게, 얼마나 잘 팔리도록 내느냐 하는 것보다 그저 스스로에게 새롭고 싶었고, 해내고 싶었고,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동료 작가이자 친구들이 무척 많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제가 당황할 땐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겁먹고 움츠러들 땐 용기를 주었죠.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제 소망이었다면, 친구들과 함께한 과정이 저에겐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소망은 다음 그림책을 완성하는 것이겠지요. 그 과정에서 만날 풍경이 벌써 기대가 된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주어진 마감을 잘 해내는 것, 그리고 다음 더미를 완성하고 두번째 그림책을 내는 것이지요.
『겨울 동네』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우리 모두 겨울 동네로 떠나요! 멀리 있는 낯선 곳이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나의 소망은 무엇일까요? 내가 진정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아는 것부터 여정의 시작입니다. 올해는 자신의 소망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다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오미양 (글·그림) 대학에서 의류직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처음 방문을 잠근 이후로 미역으로 변신해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책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책 읽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한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