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그림책 잘 읽는 법』은 그림책을 잘 알고, 제대로 읽고, 골고루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 관련 강의를 꾸준히 이어온 저자가 현장의 요구들에 응답한 책이다. 그림책에 관한 생생한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이 담겨 있으며, 그림책만의 표현이나 구성상의 특징 등을 친근한 그림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면서, 그림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 준다.
『야금야금 그림책 잘 읽는 법』을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나요?
처음엔 조금 각을 잡고 문법이나 구조와 같은 본격 이론서를 생각했어요. 그런 책들은 꽤 오래전부터 외국 연구자들의 것이 많이 번역되어 왔죠. 사실 그림책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선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론서들 대부분이 그림책에 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번역자의 언어였고요. 그러니 막상 공부 삼아 들여다보면 독해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정말 쉽고 기초적인 읽기법부터 써 보자고 편집자와 의견을 맞췄죠.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그림책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건가요?
그림책은 대부분 글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길고 어려운 글줄을 읽기가 힘든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어른의 경우, 많은 시간을 내지 않고도 책이 휘리릭 읽히는데 끝까지 봐도 왠지 다 읽은 것 같지 않아서 찜찜하게 여기는 거죠. 이 모든 게 읽는 행위를 글에만 적용하기 때문인데요. 그림책은 다른 책과 읽는 방법이 다릅니다. 그림과 장면을 읽어야 하고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을 고려하면서 읽어야 해요.
본문 곳곳에 그림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하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림을 직접 그리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림을 비롯해 이 책을 집필하실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점이 무엇인가요?
글로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한 컷 그림을 봄으로써 단박에 이해되는 게 있거든요. 그런 점에 도움이 될까 하고 아주 오랜만에 그려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중요한 건 쉬운 설명이에요. 어려운 전문 용어로 복잡하게 쓰기보다, 최대한 쉬운 말로 쓰려고 했어요. 사실 처음 원고는 어렵게 써져서 많이 수정했습니다.
그림만 있는 그림책, 패러디 그림책, 팝업 북 등 다양한 그림책 유형에 대한 설명이 책에 담겨 있던데요, 그림책마다 읽는 방법이 다 다른 건가요?
기본적인 건 달라질 게 없지만,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실험적 가능성을 생각하면 책이 나올 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새로운 작가의 책이나 기존 작가의 신작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그래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어떻게 책에 담는지에 주목하면 돼요. 거기서 조금씩 변주하는 걸 발견하면 됩니다. 그렇게 독자도 적응하고 훈련하는 거예요.
책 속 다양한 그림책 큐레이션 덕분에 앞으로의 읽을거리가 풍성해진 것 같아요. 몇몇 매체를 통해서 꾸준히 그림책을 소개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얼마나 참신하고 매력적인가에 있겠죠. 아이들 책이라 생각하고 말이 안 되게 쓴 이야기도 많거든요. 또, 그림책이니까 그림이 아름답고 선진적이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것인가를 봅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기준이 모호해서 제 기준이 맞다고 주장하긴 그렇지만요. 글과 그림의 조화도 중요하고요. 단선적인 이야기보다는 메시지를 담은 게 더 끌려요. 그게 그림의 서사로 드러난다면 더 좋겠죠. 아마 대부분 그렇게 그림책을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나 작가 이름만 보고 골라도 되지만 그게 함정일 때도 있어요. 가르치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는 책은 배제하면서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책을 우선 고릅니다.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양한 그림책이 출간되고, 그림책 추천하는 책들도 꾸준히 나오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그림책에 관심 갖는 인구가 많아졌다는 건 어디에도 데이터가 없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교육을 위한 열의가 더 체계적이고 전문화되었다고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구성원이 주도한 잡지가 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고요. 혹은 그렇게 그림책을 접한 성인 독자들이 아름다운 그림책에 매료된 경우, 그림책을 매개로 함께 감상하는 일을 좀 더 전문화한 경우가 많아진 걸지도 모르고요. 다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두 작가 덕에 사회적으로 조금 알려진 정도라 생각합니다. 갈 길이 멀지요. 개인적으로 좋아서 쓰는 에세이가 전문서가 될 수 없다는 건 독자들이 더 잘 아실 테고요. 교육자, 번역자, 활동가와 전문 연구자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방면으로 그림책이 거론되고 있다면 언젠가 여러 면에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말연초에 사람들과 모일 때 그림책을 읽고 나누면 좋을 거 같은데요. 선물하기 좋은 그림책 몇 권만 추천해 주세요. 그림책 모르는 사람도 그림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책으로요.
『자코미누스』(다섯수레),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시공주니어), 『악어 씨의 직업』(한솔수북), 『숲으로 보낸 편지』(상추쌈), 『어느 할머니 이야기』(보물창고), 『발터 슈나프스의 모험』(베틀북), 『움직이다』(길벗어린이), 『왕 없는 왕국』(단추), 『내겐 너무 컸던 그녀』(북스토리), 『진주의 여행』(웅진주니어), 『별에게 전해줘』(살림) 한국 그림책은 잘 아실 테니까 이 정도만 할게요. 선물하고 싶은 분에 따라 적절한 책이 있을 테니 서점에서 꼭 읽어보시고 구입하세요.
*김혜진 그림책보다연구소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책을 처음 만났고 <학교도서관저널>, <월간 그림책>, <격주간 기획회의> 등에 그림책 서평과 리뷰를 썼다. 서울시립대 평생교육원, 한겨레 교육문화센터 강사이며 학교 사서, 학부모, 도서관 및 독서 담당 교사들을 위한 그림책 강의를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신간 그림책을 소개하는 <혜성프로젝트>를 줌라이브로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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