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토스의 장점이요? 유난 속에 진심이 있는 거죠"
소설처럼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이 토스팀 사람들을 상상해 가며, 그리고 자신의 일터와 동료들에 대입해 가며 읽을 수 있기를 바랐다. 과거 사진을 많이 모아두긴 했는데, 사진이 들어가면 오히려 그런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방해할 것 같았다.
글ㆍ사진 엄지혜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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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도전』은 일 좀 하는 사람이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간편 송금 앱을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어간 '토스'의 시작부터 현재가 낱낱이 공개된 유일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경화 토스 콘텐츠 매니저. 보통의 기업이라면 저자의 이름 대신 회사의 이름만 내세울 법하지만, 『유난한 도전』은 정경화 매니저의 생각으로부터 기획되고 발전한 책이다. 『유난한 도전』은 출간되자마자 1쇄(1만 부)가 금세 팔렸다. 토스가 2천 명 전 직원에서 선물한 덕분. 출간 한 달 만에 6쇄를 찍으며 일잘러들에게 입소문이 난 『유난한 도전』을 기획하고 쓰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보낸 정경화 매니저를 만났다.

먼 미래에 토스팀의 시작을 돌아볼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현실에 굳게 발 딛고 있는 기록은 오래도록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조심스럽게 "하고픈 일이 생겼다"는 말을 꺼냈을 때, 커뮤니케이션 헤드인 윤기열 님은 단숨에 "책?"이라고 반문했다. 토스팀 리더인 이승건 님은 "가장 솔직하고 과감하게 써달라"고 즉답했다. 열일 제쳐두고 한동안 매달려야 할 것이 빤했는데도 동료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_『유난한 도전』, 7쪽



흑백 다큐멘터리 같다

『유난한 도전』의 출발이 놀랍게도 회사의 프로젝트가 아닌, 정경화 저자의 아이디어였다고 들었다. 회사 이야기를 담은 책, 왜 쓰고 싶었나?

여러 마음의 합이었다. 토스팀에 합류한 뒤 토스가 성장하는 과정이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굴곡이 더 컸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팀원들 각자가 품고있는 이야깃거리들이 정말 흥미로워서, 아직 묻혀 있는 색색깔 원석처럼 느껴졌다. 이 얘기들을 본격적으로 캐내서 다듬고 한 줄로 꿰어내면 분명 가치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뜻 보기에 별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한 것 같은 토스팀이지만, 이렇게 무수한 실패와 좌절과 갈등을 겪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 팀이 조금 더 공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표지가 흑백이다. 토스를 상징하는 파란색 BI도 없고.

책 디자인은 토스 팀원인 브랜드 디자이너 권영찬 님이 맡아줬다. 책의 힘은 독자들이 나름의 감상을 갖고 의미를 부여할 때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심플한 표지를 보고 '토스가 만드는 MVP(최소기능제품)가 드러난다'거나 '흑백 다큐멘터리 같다' 등 독자들의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독자들과 만나 의미를 가지게 된 표지라고 생각하니 더 좋아졌다.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

'유난하다'라는 표현은 팀원들 인터뷰를 하고 구성안을 짜면서부터 마음에 맴돌았던 표현이다. 이 사람들 정말 유난하고 남다르게 살았구나. 그런데 이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토스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독자들도 이 '유난하다'는 단어와 의미에 공감해 주셔서 기쁘다.

토스에서 기획하고 디자인도 맡은 책이다. 출판사와는 어떻게 일했나?

출판사는 책의 원고를 읽는 첫번째 외부인이었다. 바깥에서 보기에 더 궁금한 점,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더 설명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을 짚어줬다.

그래프나 사진을 활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완벽히 텍스트 중심이다. 의도했을 듯하다. 어떤 생각이었나?

소설처럼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이 토스팀 사람들을 상상해 가며, 그리고 자신의 일터와 동료들에 대입해 가며 읽을 수 있기를 바랐다. 과거 사진을 많이 모아두긴 했는데, 사진이 들어가면 오히려 그런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방해할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들더라. 현장감을 주는 글쓰기는 어떻게 터득했을까? 기자 경험이었을까?

인터뷰에 참여해준 전현직 팀원들이 솔직하고 과감하게 그 당시의 상황과 자신이 겪은 감정을 들려주었던 것이 제일 큰 도움이 됐다. 인터뷰이가 들려주는 상황에 내가 놓여진 것처럼 묘사하려고 했다. 사업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를 따라간 것도 현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을 것 같다.

토스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의 이야기도 많이 담겼다. 그것도 매우 입체적으로.

책을 만들기 위해 35명의 토스 팀원들을 인터뷰했는데 이승건 대표를 기억하는 모습이 다 달랐다. 회사에서 너무 힘들 때 가장 큰 힘을 준 사람, 공감 능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는 평도 있었고 너무 냉랭하고 무서워서 대화할 때 도망가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중에 이승건 대표와 인터뷰하고 글을 정리하면서, 이 모든 모습이 이승건 대표를 이루고 있는 하나하나의 단면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 어떤 사람을 만날 때는 굉장히 좋은 케미스트리가 나오고 또 반대인 작동하는 경우도 있고. 이승건 대표는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로도 무척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대표가 직접 쓴 에필로그도 좋았다.

이승건 대표는 엄청난 달변이다. 토스팀에게 이야기하는 메시지 말고는 그의 글을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에필로그를 읽고 많이 놀랐다. 나와는 글쓰기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무조건 사례가 있어야 하고 구체적이고 쉽게 써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이승건 대표는 엄청 거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나 울림이 컸다. 에필로그를 보다가 '지나치게 지독해졌던 순간들도 있었다(332쪽)'는 문장을 읽고 놀랐는데, 이승건 대표가 이런 자기 고백적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놀랐고 또  좋았다.

최근 토스 피드에 올라온 몇 편의 글을 읽었는데, 이승건 대표는 현 토스 팀원이 아닌 앞으로 함께 일할 사람들을 향해서도 꾸준히 메시지를 던지더라.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토스에 들어오면 이승건 대표가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좋아했던 책을 팀원들에게 추천해준다. 넷플릭스에 관한 책을 비롯해 여러 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다. 나중에 올 사람의 몫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이승건 대표가 이 이야기를 종종 한다. 지금 토스 팀원이 2천 명이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하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가지일 수가 없지 않나? 아무리 팩트를 중심으로 다뤄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수많은 에피소드,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야기를 담고 뺄 것인가를 가장 고민했다. 다 늘어놓고 보면 모두 재미있고 중요한 것 같은데, 무한정 쓸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토스의 성공보다 실패 이야기가 더 많은 듯하다. 창업 초기 무수한 실패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책에 기록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이 책은 대체로 실패하고 가끔 성공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랬더라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처절한 반성은 있었지만, 인터뷰이 35명 중 누구도 토스 팀이 겪어온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 팀은 언제 유난했는가

독자 리뷰를 많이 찾아 본다고 들었다. 어떤 리뷰가 가장 반가웠나?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감상. '일하면서 유난 떨려면 일에 진심이어야 한다' 등. 이 책을 쓰면서 목표했던 것이기도 한데, 토스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커지는 것도 좋지만, 일하는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인생의 한 순간은 '토스처럼' 유난스럽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신의 일과 삶에 토스팀 이야기를 비추어 보는 리뷰를 읽을 때 반가웠다.

책에 관한 토스팀의 반응도 궁금하다. 전직, 현직 토스팀들의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은데.

팀 내에서도 '유난하다'는 표현이 작은 밈이 된 것 같아서 재밌었다. '우리 팀은 언제 유난했는가'를 돌아보기도 하고, 위클리 타운홀에서 어떤 프로젝트 발표하는데 '이거야 말로 유난한 도전'이라고 댓글 단다든가.

토스는 일을 빡세게 하기로 유명하다. 토스가 원하는 인재상이 궁금하다.

토스가 원하는 인재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려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어떤 세상에 기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때 동기부여가 된다. 그럼 절로 몰입하게 된다. 토스라는 회사는 개개인에게 일을 '빡세게' 시키는 게 아니라 팀원이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정경화 저자의 이력도 궁금하다.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 직종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탐심인 것 같다. 오랫동안 관찰자의 입장이었는데, 한 조직의 일원으로 깊숙이 들어가 탐험하고 싶었다. 기업이라는 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성원들은 어떻게 제 역할을 해내는지, 겉에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싶었다.

직군을 바꿀 만큼 토스가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게 만드는 힘? 누구와 이야기를 나눠도 허투루 하는 말이 거의 없고, 어떻게 하면 좀더 이 팀에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으로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가끔은 조금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토스팀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를 계속 생각하고 동료들과 나누는 것이 토스의 방식인데 항상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시도조차 못할 때도 있고. 하지만 이 일이 안 되는 이유가 납득이 되니까, 흡족한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해도 된다, 해보자는 비율이 더 높으니까 팀을 옮기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책을 써보고 싶다고 했을 때도 걱정하지 않았다.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인 것 같으니 더 집중해보세요'라는 이야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토스 홍보팀을 거쳐 지금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우리 팀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 소속의 콘텐츠 유닛이다. 토스라는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금융 경제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나은지를 오래 고민했고, 우리의 결론은 두 가지를 못할 이유가 있나? 였다. 사용자들에게 금융 경제 콘텐츠로 도움을 주면 이 역시 토스라는 브랜드에 기여하는 일이니까. 완전히 브랜드에 집중해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좀더 금융 경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한다.

『유난한 도전』은 토스가 달려온 11년의 역사를 세세하게 담았지만 여전히 토스는 변화를 추구하는 듯하다.

그렇다. 어떻게 보면 계속 변화하고 있는 생물체 같아서, 이 변화를 어떻게 계속 잘 전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책의 타임라인이 2022년 초에서 끝나는데 이후로도 토스는 많이 변했고, 또 새로운 사람도 많이 들어왔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토스팀에 관해 궁금해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을 알릴지를 고민하고 있다.

특별히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가?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울림이 될 것 같다. '조용한 사직', '파이어족'이 트렌드인 요즘에 안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을 의미없이 보내고 싶지 않은 분들, 저마다의 도전을 치러내는 분들께, 토스팀의 이 유난한 이야기가 각별한 응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생, 대학생이 읽어도 좋겠다. 반드시 금융, IT 업계를 지망하지 않아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경화

토스 콘텐츠 매니저. 신문사 경제부 기자로 일할 때 토스가 재수 끝에 인터넷 은행 인가를 받았다는 기사를 쓴 바 있다. 2020년 토스팀에 합류했는데, 알려진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회사임을 직감했다. 내부자와 관찰자의 시선을 오가며 토스팀의 이야기를 썼다. 현실에 굳게 발 딛고 선 기록은 오래도록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유난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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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저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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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콘텐츠 매니저. 신문사 경제부 기자로 일할 때 토스가 재수 끝에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았다는 기사를 쓴 바 있다. 2020년 토스팀에 합류했는데, 알려진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회사임을 직감했다. 내부자와 관찰자의 시선을 오가며 토스팀의 이야기를 썼다. 현실에 굳게 발 딛고 선 기록은 오래도록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토스 앱을 만든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이 얼마나 간편하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회사다. 사명(社名)은 ‘공화국 만세’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이며,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정작 구성원들은 회사 이름을 부르기보다 ‘토스팀’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토스팀은 자주 실패하고 간혹 성공하는 데 익숙하다. 2015년 국내 최초 간편송금 앱을 내놓기 전까지 겪었던 여덟 번의 완전한 실패가 DNA에 각인되었다. 아홉 번째 도전으로 토스 앱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공인인증서 없는 새로운 송금 경험에 열광했고, 곧 간편송금은 표준이 됐다. 성공의 순간 토스팀은 더 큰 꿈을 꾸었다. 송금·결제 앱에 머무르는 대신 신용·대출·카드·보험 등 금융의 모든 순간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증권사와 인터넷은행 등 전통 금융 영역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신용평가, 알뜰폰, 결제단말기 사업 등에 진출하며,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넓히는 방식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