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중·고등학생이 될 초등 아이의 엄마들에게 한 권으로 입시 제도를 알 수 있는 속 시원한 가이드가 되어 준 『입시를 알면 아이 공부가 쉬워진다』가 개정 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자유 학기제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엄마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2022년 이후의 입시 제도를 상세히 풀었다. 저자는 입시 학원에서 입시 컨설팅을 하며 수없이 간절한 엄마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세상은 입시 강연을 들으러 오는 엄마들을 향해 '치맛바람', '유난스런 엄마'라며 다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저자는 입시 컨설팅을 하며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뜨거운 열정과 절실함을 느꼈다. 바뀐 입시의 세계를 알지 못하여 아이와 대화를 못하고, 마찰을 일으키는 엄마를 위해 요즘 입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에 맞춰 공부 지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에 담았다.
작년에 출간 된 『입시를 알면 아이 공부가 쉬워진다』가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이 있다면요? 이번 개정 증보판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성적이 올랐다거나 목표했던 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이와 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부모님들의 연락이었습니다. 입시가 시작되면 흔히들 "좋은 시절은 다 갔다"라고 말합니다. 그 안에는 공부하느라 바빠진다는 의미와 함께 이제 더 이상 아무 걱정 없이 함께 웃고 떠들던 자녀와의 시간은 없어진다는 뜻도 담겨있지요.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입시는 결국 자녀의 진로 계획의 첫 발자국을 떼는 것이고, 그렇다면 부모님과 대화는 오히려 많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2023 개정 증보판은 달라진 입시 환경과 변화는 물론이고,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대화의 물꼬를 틔워주기 위한 부록들을 중점적으로 실었습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1년 입시 계획표를 수록하고, 학생부 자가 점검을 통해 우리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학생부 점검표도 제작했지요. 또, 학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 하셨던 질문들을 모아 답변을 드리는 부록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부분을 보강했지요.
책에서 '더 좋은 대학이 아닌 가장 좋은 대화를 위해 부모님들이 입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좀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우리는 친해지고 싶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놓인 상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또, 그 사람이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는 합니다. 자녀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예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라는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녀들의 진지한 고민을 듣고 싶다면 우선 아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요.
부모님들이 겪었던 학교와 교육의 상황은 자녀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달라요. 그런데 변한 상황을 알지 못하면 아이들과의 대화가 제대로 이어질 리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걸그룹 '아이브'의 신곡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90년대 HOT 이야기를 한들, 공감대가 생기겠어요? 두 그룹 모두 아이돌이라는 것은 똑같지만 전혀 다른 것처럼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입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치맛바람을 펄럭이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살피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교육 과정과 입시 제도가 급변하고 알아야 할 정보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입시를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요?
입시를 공부해 보고자 마음을 먹어도 금방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우선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경쟁률, 비율, 점수, 등급 등등. 이 많은 것들을 외울 수도 없고 뭐가 중요한지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다 보니 입시는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학부모님들이 굳이 이 숫자들을 공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배경입니다. 왜 교육이 변하고 있는지 그 취지와 배경을 이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부 말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하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아이를 둔 부모님께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요즘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진로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체의 발달로 많은 직업군에 대한 정보를 얻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얻다보니 상대적으로 흥미의 깊이가 얕은 경우들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화제가 된 인물의 단편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 직업이나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 동경하는 마음만을 가진 채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바로 이것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을 원한다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직업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가장 주의할 점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도피처로 학업 역량이 덜 중요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는 부모와 아이들 양쪽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결과를 가지고 올 지도 모릅니다.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아이에게 무작정 윽박지르는 것은 지양해야 하나, 새로운 길을 찾는다면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는 함께 공유하고 점검을 해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에게도 입시가 먼 얘기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 시기에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요?
입시를 일종의 스킬이나 꼼수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입시는 우리 사회가 원하는 보편적인 인재상에 부합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에요. 우리 부모 세대 때 오지선다로 대표되는 객관식 시험으로 학생들을 평가했던 것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암기,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옳은 결정과 답을 내려야 하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AI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인간이 많은 정보를 외우고 매뉴얼에 따라 답을 도출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세상이 원하는 인재의 모습이 바뀌었고, 그 방향은 AI가 넘볼 수 없는 창의력, 소통능력, 협업 능력 같은 새로운 역량이 강화되는 쪽입니다. 즉, 인간이 가진 보다 기초적인 역량인 셈이지요.
따라서 최근의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입학 후 반짝 3년 벼락치기를 통해 '척'하는 아이들이 아닌, 초등, 혹은 그 이전부터 문해력, 논리력 등의 기초 학업 역량을 꾸준하게 길러온 아이들입니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선행이나 문제 풀이에 매몰되지 말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점수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초 역량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셔야 합니다.
아이와의 소통, 특히 성적이나 진로에 관련해 아이와 얘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부모들이 많은데요.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이와 진로 이야기를 나누며 화가 나는 이유는 간단해요. 아이의 생각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봐도 내가 생각하는 길이 우리 아들, 딸에게는 최선이고 최고의 선택인 것 같은데 막상 자녀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울화가 치밀 수밖에요. 성적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만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해서 성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지 답답해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진로는 아무리 들어봐도 흥미가 생기지도 않을 뿐더러 장점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장점인지 모르겠고, 공부도 나름대로는 한다고 하는데 지지부진해서 가장 답답한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거든요. 우선은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충분히 들어주세요. 말을 듣다보면 정정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 답답한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은 닫고 귀만 열어주세요. 사실 많은 아이들은 부모님이 자신의 생각을 들어주기를 원하고 있거든요. 저지른 일보다 하지 못하고 넘어간 일들에 대한 후회가 더 많이 남는 것처럼 속에 있는 말을 쏟아낼 수 있도록 들어주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습니다. 그런 시선에 주눅 드는 부모들이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추운 겨울, 얇은 카디건만 걸치고 등교하려는 아들에게 패딩을 내밀며 "오늘 추워. 그렇게 가면 감기 걸려"라는 말을 하는 어머니에게 "너무 과잉보호하는 것 아냐?"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이 있을까요? 배탈이 나서 누워 있는 딸에게 청양고추 팍팍 넣은 라면을 끓여 주면서 "화끈한 걸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허허 웃고 마는 아버지를 우리는 '너무 다정하고 가정적이다'라고 칭찬을 하나요? 아닐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걱정을 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과잉보호라고 하지 않고, 아무리 봐도 잘못된 답을 건넨 사람을 보며 도움이 되었다고 진심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자식의 교육과 진로에 관심을 가지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응원하고 격려하고 필요하다면 조언을 하는 건 유별난 행동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요. 아이의 진로가 아닌 아이의 진로에 방점을 찍는 일만 주의하면 됩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않는다면 부모님의 관심은 아이들에게 힘이 됩니다. 그러니 움츠러들지 마세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좋습니다. 아이를 위해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정영은 위드업스쿨 대표이자 입시 전문가. 입시 학원에서 입시 컨설팅을 하며 수없이 간절한 엄마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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