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성숙미와 단호한 결단력으로 무장한 예예예스
무려 9년 만에 돌아온 밴드의 복귀작 의 표면은 3집의 냉랭한 감촉을 이어 나간다. 한편으로는 그 내부에서 서서히 소멸하는 듯했던 불씨의 부활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펑크로부터의 '변질'에 아쉬움을 느낀 이들까지 납득시킬 작품이다.
글ㆍ사진 이즘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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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땅에서 솟아난 예예예스에게 라그라노크는 종말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괴성과 파멸적인 기타 연주로 점철된 정규 데뷔 앨범  이후 밴드의 커리어는 전소해버리고 남은 뼈대에 살을 덧대는 작업이었다. 손에 잡히는 선율을 도입한 , 신시사이저 외피를 두른 를 거쳐 거대한 가스펠 코러스와 함께 서정성을 가미한 까지. 무뎌지더라도 차근차근 단단해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무려 9년 만에 돌아온 밴드의 복귀작 의 표면은 3집의 냉랭한 감촉을 이어 나간다. 한편으로는 그 내부에서 서서히 소멸하는 듯했던 불씨의 부활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펑크로부터의 '변질'에 아쉬움을 느낀 이들까지 납득시킬 작품이다. 2020년대에 걸맞게 세련된 사운드를 빚어냈으나 말초적인 감각에 대한 자극도 함께 챙겼다.

먼저 공개된 두 싱글이 곧 신보의 지향점을 대변한다. 'Spitting off the edge of the world'가 기타를 감춰둔 채 묵직한 전자음으로 체질 변화를 완수한 밴드의 원숙미를 보여준다면, 포 시즌스(Four Seasons)의 'Beggin’'을 참조한 'Burning'은 '모두 타오르리라'는 가사처럼 생생한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동시에 스트링 세션의 사용을 통한 정교한 연출은 무질서의 미학으로 승부를 보던 과거와의 차별점이자 회귀라는 간편한 길을 거부하는 뚝심의 은근한 표출이다.

흡사 'Soft shock'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댄스 트랙 'Wolf'와 감성적인 카렌 오의 보컬이 빛나는 'Different today'에 비해 대체로 정적인 짝수 넘버의 흡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때 앨범 전반을 감싸는 생태 위기의 알레고리가 설득력을 부여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대지를 휘감은 불을 꺼트리기는커녕 하나같이 애써 외면하는 지금, 예예예스의 '쿨링'은 정신을 흐릿하게 하는 더위에서 깨어나 잠시나마 주변을 둘러보도록 요구한다. 음반의 사운드를 넘어 세상을 가리키는 앨범 제목이다.

쉽사리 역치 이상의 자극을 가하지 않는 얄궂은 전개, 여덟 트랙에 32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컴백을 준비하는 많은 뮤지션이 타개책으로 고개를 뒤로 돌린 것과 달리, 노련하게 성숙해진 예예예스의 이런 무심한 태도는 지난날의 영광에 개의치 않고 전진하겠다는 단호한 결단력으로 보인다. 마냥 뜨겁지 않아 더 '쿨'한 귀환을 이뤄냈으니 업계로 돌아오려는 다른 밴드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생겼다.



Yeah Yeah Yeahs (예 예 예스) - Cool It Down
Yeah Yeah Yeahs (예 예 예스) - Cool It Down
Yeah Yeah Yea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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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