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에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단정한 유니폼과 부드러운 미소까지... 우리가 흔히 승무원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항공사마다 추구하는 이미지에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껄렁한 태도와 복장, 무뚝뚝한 표정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으니 대체로 비슷하다 하겠다. 지금도 많은 승무원을 준비생들이 인상, 복장, 매너, 목소리를 가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노력으로 바꾸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키'다. 그렇다면 키가 작은 사람은 어떨까? 그런 사람도 승무원이 될 수 있을까? 『키 작은 승무원 일기』에서 키 작은 승무원 제제 씨를 만나보자.
독자님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키 작은 승무원 일기』를 쓰고 있는 제제 씨입니다. 미대를 졸업한 후 승무원이라는 전혀 다른 취업 길에 도전하기를 N년, 마침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게 된 평범한 직장인이예요. 지금은 국내 모 항공사에 재직하면서, 아직까지 완결이 나지 않은 제 비행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어요.
첫 에세이를 출간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과연 내가 작가로 불릴 만 한가?'라는 의구심도 들고요. 아직 많이 부족한데 좋게 봐 주시는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죠. 솔직히 책으로 내는 건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라. 출간 제의를 받고 많이 고민했어요. 그 때 동기 언니에게 상담을 했는데 "너 이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은데?"라는 말을 듣고 바로 도전해 보자고 결심했죠. 그런데 작업하면서 욕심이 막 생기더라고요. 좀 더 재밌게, 좀 더 완성도 있게 라고요. 실제로 마감하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가장 컸고요. 더 잘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그러나 제 자식이 가장 예뻐 보인다는 말처럼 제일 사랑스럽기도 하고요.(웃음)
제제씨는 원래 인스타 툰이잖아요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취준생 때였어요. 당시 절박한 마음에 승무원 에세이나 영화, 블로그까지 안 본 매체가 없었죠. 그런데 대부분이 친구를 따라 면접장에 갔다 거나 그냥 한 번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하는 등, 우연히 승무원이 된 이야기 더라고요. 그때의 저는 여러 번 탈락의 고배를 마셔서 자존감이 낮아져 있던 때라 그 이야기들이 모두 "넌 불가능해"로 들리는 것 같았어요. 동시에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어요. '내가 꼭 붙어서 평범한 사람의 취업 준비 생활도 공유해보자!'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캐릭터를 이리저리 만들어보고, 컨셉 구상하는 것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그 끝에 '키 작은 제제 씨'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신체적인 이유로 승무원의 꿈을 포기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이건 조언과 위로로 해결될 부분이 아닌 걸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왜 이런 응원을 보내시나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질문을 주시곤 해요. "키가 작은데도 합격할 수 있나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비법이 뭔가요?" 같은 메시지를 자주 받는데, 여기에 제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없다고 생각해요. 전 인사팀도, 인사 권한을 가진 사람도 아니니까요. 다만, 여러 소문, 흔히 말하는 카더라에 휩쓸리지 않게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키 작은 사람이 승무원이 되는 건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은 아니다. 여기에 증인이 있다!' 라고요. 그렇다고 헛된 희망만 주고 싶진 않아요. 무조건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은 못해도, 실제로 제가 했던 노력과 겪은 일은 알려줄 수 있잖아요. 헛소문은 아니라고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요. 키가 왜 채용 기준인지, 어떤 점이 불리했는지, 일하면서 어떤 불편함을 겪는 지 같은 생생한 경험을 나누면서 승무원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은 바람도 있었어요.
작은 키 승무원만의 장점과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점이라고 한다면... 워낙 체구가 작아서인지 짐을 많이 올려 달라고 안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사실 승무원이 짐을 올려드리는 게 의무는 아니거든요. 물론, 몸이 불편하시거나 도움이 필요한 승객 같은 경우 도와드리죠. 하지만, 가끔 건장한 손님이 가방을 복도에 두고 자리에 들어가버리는 경우엔 좀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제가 만난 손님들은 대부분 척척 잘 올리시는 느낌이 들어요.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단점은 정말 많아요! 짐을 정리할 때도 늘 좌석 옆 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야 하고, 각종 기물들을 꺼낼 때도 까치발을 들어서 힘겹게 꺼내곤 해요. 가끔 갤리 천장에 손을 뻗을 때면, 상의가 치마 밖으로 다 튀어나와서 다시 고쳐 입을 때도 많아요. 한번은 키가 큰 남자 선배와 일을 할 때 기내 선반을 고개만 휙 들어서 확인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어요. 저는 무조건 발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야 선반 안쪽이 보이거든요.
작가님은 『키 작은 승무원 일기』가 어떤 분들에게 읽히길 바라시나요?
전·현직 승무원, 그리고 승무원 준비생 여러분들께 공감과 응원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저는 제 작품이 각자의 이야기로 해석되는 걸 예전부터 꿈꿨거든요. 그래서 누구든 좋아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귀여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악역 없는 힐링 스토리를 즐기는 사람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유와 필요에 의해 제 이야기를 찾고, 각자의 의미로 해석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 이야기가 승무원이라는 특정 직업에 한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려움이 있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직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간간히 느끼는 마음의 휴식 등은 각자의 위치가 다를 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 직업을 잘 말 안 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승무원에게 거리감을 느끼거나 다른 시선을 던지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거든요. 이 책에서 저는 승무원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틀을 깨고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냥 잠시 함께 비행을 하게 되는, 그런 시간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제제씨 흔히 키 크고 날씬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승무원. 그 속에 키 159cm의 작은 승무원이 있다. 졸업을 앞두고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승무원 준비는 어느덧 2년을 넘기고 있었고, 그렇게 길어진 취업 준비 생활에 지쳐갈 때 쯤 덜컥 승무원에 합격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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