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교양’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책을 펼치면 가까이 하기엔 먼 그 무엇이 되고야 만다. 믹스 커피만 마시던 사람이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려고 할 때 마주치는 당혹감 같은 것이랄까. 너무나 깊고 넓어 오히려 미궁으로 빠져드는 인문학의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절하고 만다.
전혀 접점이 없는 것 같은 이야기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엮어낸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는 세상 어렵게 느껴지던 인문학을 아주 쉽게, 현대의 언어로 풀어놓은 인문서다. 30년간의 다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사이다 같은 필력으로 풀어놓아, 쉽게 읽히면서도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세요.
학교 책은 둘째 치고 수학 교양서와 과학 교양서가 어려운 이유는 외계어에 상응하는 수식과 공식들이 군데군데 끼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수식 없는 수학책과 공식 없는 과학책은 얼마나 즐거울까요? 오랫동안 책을 읽고 또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쉬운 인문학 책 좀 추천해주세요”였습니다.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많이 갖지만, 그만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겠죠.
그런 분들에게, 특히 학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그런 인문학 입문서를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다독으로 책 읽기가 어렵지 않은 제가 읽기에도 편한 인문학 책이 없었습니다. 책을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직접 쓰게 되었지요. 굳이 어려운 개념들을 외우거나 이해하지 않아도 인문학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책, 그래서 독서가 의무감이나 괴로운 노동이 되지 않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는 어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인문학에 관심은 많은데 길고 난해한 인문학 입문서에 질겁한 분들이 정말 쉽고 편안하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누군가의 개인적 스토리가 흐르다가 그 인물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나 역사가 나오고, 그것이 경제 개념으로 확장되고, 또 현대 사회의 시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가 반복되죠. 이야기를 읽고 났는데 과학, 역사, 예술, 철학 등을 두루두루 공부한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사고의 확장이 필요한 중고등학생과 인문학의 시각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책 한 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처럼 정말 계속 이어지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정보를 한 번에 꿰실 수 있는 걸까요? 어떤 식으로 책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책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합니다. 그래서 독서는 책상에서 떠나는 여행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이 여행이 제 몸에 꼭 맞았고 매일매일 책 한 권 펼쳐 들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착한 여행지 곳곳에서 안식처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30년 넘는 독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를 많은 사람의 마음 구석구석을 최대한 들여다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만 권의 책을 여행하면서 남긴 메모들이 제 집필 기본 자료입니다. 그 기본 자료를 뼈대로 삼아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에 먼 곳을 볼 수 있었다는 뉴턴의 말은 제게 과분하고, 거장들이 벌인 지적 향연에 숟가락 하나 얹을 행운을 가졌기에 좋은 책을 쓰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책을 읽으셨다니 상당한 분량인데요. 장서도 상당히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다독을 할 수 있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독서의 가치를 아셨던 부모님 덕분에 유아 때부터 집에 책이 많았습니다. 책은 저에게 장난감이자 친구와도 같았죠. 책과 함께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 있는데 책으로 도미노 놀이를 하고 놀았던 거예요. 책으로 계단이나 징검다리를 만들어 밟고 다녔던 기억도 생생하네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요. 너무 따뜻한 어릴 적 풍경이에요. 학창 시절에도 공부와 무관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게, 그래서 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란 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부 때 운명처럼 만난 인생의 책을 통해 독서가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명처럼 만났다고 하신 인생의 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쓴 『The Problems of Philosophy』 번역본은 『철학이란 무엇인가』 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Is there any knowledge in the world which is so certain that no reasonable man could doubt it?
너무 확실해서,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지식이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가?
딱 한 문장을 읽었는데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 가치관, 지식, 진리 체계 등 저를 지탱해주던 정체성의 근거가 모조리 무너졌습니다. 까맣게 재가 된 제 존재의 흔적을 간신히 붙잡고 읽어낸 이 책은, 놀랍게도, 살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했습니다.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죽음, 삶, 고통 등 어느 시대 어느 사회건 인간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건드리는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유도하거든요. 그런 생각들이 모여야 내가 발전하고 세상이 발전하게 됩니다.
또한, 발 딛고 사는 시대와 사회가 가진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날카롭게 천착하는 책 역시 좋은 책이라 믿습니다. 문제는 이런 책들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보는 눈이 완숙한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신뢰하는 지식인의 독서 이력을 따라가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좋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낯선 언어가 인식을 확장시킵니다. 『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가 인문학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이엘 서울대에 입학해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자면서 젊음을 낭비하다가 ‘인생의 책’을 만난 후 독서인으로 변신했다. 주 전공은 인문학이지만 다른 분야, 특히 과학을 좋아한다. 그렇게 책과 함께 30년쯤 살아보니 세 가지 깨달음이 왔다. 첫째, 노안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다. 둘째, 고전보다 유익한 책이 꽤 많다. 셋째, 인명재처(人命在妻),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달려 있다. “저 책들 살 돈이면 제주도에 과수원 몇 개는 살 수 있지 않았어?” 제주 땅과 맞바꾼 ‘비싼’ 책들이니 혼자 끼고 있지 말라는 아내의 엄명에, 제주 청소년들과 성인들에게 ‘고전보다 유익한 책’들을 소개하며 책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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