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혜 작가 “인생 소설, 이렇게 찾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탄탄하고 서사가 촘촘한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그런 소설은 읽는 동안 제 삶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는 장면을 발견할 때가 많아서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읽는 동안 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비밀이나 고통, 어려움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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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혜 작가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은 서평집 형식을 빌려, 소설 읽기의 기쁨과 괴로움을 토로하고 소설을 통해 느리더라도 조금씩 성장해온 저자의 삶의 궤적을 그린 독특한 독서 체험 에세이다. 

자신과 잘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듯,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나에게 맞는 소설을 만나려면 소설을 탐색하는 방법을 익히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독자들을 소설이라는 소소한 이야기, 그러나 인생에서 언젠가 반드시 한 번은 마주해야 할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재작년에 출간된 첫 번째 책은 시중 베스트셀러를 본격 분석하는 내용이었죠. 이번에는 소설만을 다루는 책을 내셨어요. 굳이 소설에 집중하신 특별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독서가라면 다들 공감하실 텐데요, 책을 열심히 읽다 보면 자연히 다른 독자와 만나는 기회가 늘어나요. 이를테면 독서모임이나 북토크 같은 자리에 참여하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다른 독자와 만나게 되는 빈도수 자체가 늘어나죠. 친구와 대화하다가 책 얘기를 나누게 된다든지, SNS에서 책 관련 계정을 팔로우한다든지, 거기서 댓글을 달고 의견을 교환한다든지 등등요.

그런데 그렇게 다른 독자들을 만나다 제가 느낀 게 뭐냐면, 요즘에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정말 드물다는 사실이었어요. 물론 『82년생 김지영』 처럼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킨 작품은 예외지만, 그 외에는 소설을 읽는 경우가 참으로 드물더라고요. 심지어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람들조차도요. 실제로 제가 참여한 독서모임의 회원 대부분이 그러했고, 작년에 제가 예스24 주관하에 진행했던 북클럽 참여자분들도 그랬어요.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그런 걸 보면서 독서인구 자체가 워낙 줄어들고 있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소설은 왜 더더욱 외면을 받나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들었달까요? 그런 지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소설의 기쁨을 알려주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한 거죠.

말씀 듣고 보니 저도 평소에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소설이 요즘에 유난히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소설은 재미가 없다”란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프롤로그에도 짧게 적었지만, 실은 과거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거든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내 삶이랑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고, 그러니 몰입이나 공감이 어렵고, 그렇다고 뭔가 참신하거나 기발한 것도 아니고, 방구석에 앉아서 보통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문학적 수사 가득한 어휘로 독백하는, 지루하고 고루한 내용이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책 자체는 좋지만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읽을 게 넘치는데, 왜 하필이면 소설을 읽어야 하나 했던 거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처럼 어떤 지식을 주는 것도, 경제경영 서적처럼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제가 대학생 때 그런 생각으로 소설을 읽지 않았거든요.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과 다르게 요즘은 OTT 서비스와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 접속해서 볼 수 있는 영상물이 넘쳐나니까 더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워낙 즐길 거리가 한정적이고 볼 게 없으니 그나마 소설이라도 읽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이렇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데, 굳이 재미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설을 읽어야 하나, 싶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말씀대로 요즘은 각종 영상물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납니다. 이것들만으로도 여가시간이 모자랄 정도죠. 이런 와중에 굳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요?

어째서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이미 시중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으니 오늘은 그런 점은 빼고 왜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말해볼까 해요. 제가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들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여전히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상당한 흥미와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 같은 곳에서 특이한 ‘썰’ 같은 것이 화제가 되거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다거나 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좋아해 왔어요. 더군다나 영화산업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나죠.

다만 현대에는 워낙에 선택사항이 많으니 가능한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도록 개별 콘텐츠의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간결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유튜브 등지에서 영화나 책 줄거리를 대신 요약해주는 계정이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 것 같아요.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마다 “세 줄 요약 좀”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시간은 없는데 내용은 궁금하니까요. 가능한 단시간에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그에 맞춰 시스템이 변화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역시나 소설이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고요. 영상이랑 다르게 소설은 1.5배속이 없으니까요. 두 시간짜리 영화도 볼 시간이 없어서 10분 안에 요약해주는 영상을 보고, 이마저도 1.5배속으로 보는 마당인데 소설을 읽는 데 그만큼 시간을 쓸 마음의 여유가 기본적으로 없는 거죠. 소설에는 빨리 감기도 없고, 내용을 파악하려면 아무리 짧아도 몇 시간 이상 소요되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고 기피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더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다른 모든 것처럼 즐거움 또한 빨리 얻은 것은 빨리 사라지고, 천천히 얻은 것은 그만큼 오래 지속되곤 합니다. 15분의 짧은 영상을 보면서 깔깔대며 웃을 수는 있지만 그런 영상이 내 인생을 바꾼다거나,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엄청난 의미를 주는 영상으로 남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영상이 활자보다 못하다거나, 내용이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일단 그걸 보고 즐기는 것 자체가 너무 쉬우니까요. 크게 집중 안 해도 되고, 플레이만 누르면 자동으로 흘러가고, 속도 조절도 마음대로 되고, 또 핵심만 딱딱 요약해주고. 편하고 좋지만, 접근성이 쉬운 만큼 휘발 또한 빠르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소설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내용을 파악하고 결말을 알기까지, 그래서 어떤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요. 아무 생각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흘러가는 영상과 다르게 내가 직접 페이지를 넘기며 집중을 해야 하고, 그렇게 내 몸과 마음과 시간을 써야 합니다. 이 과정이 영상매체나 다른 즐길 거리 대비 피로하기는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만큼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소설을 읽고 며칠간 잠을 깊게 못 잤던 적이 있을 정도였는데요, 그건 제가 정말 깊이 있게 몰입해서 오랜 시간 그 소설을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줄거리 요약 영상을 보고서는 그렇게 큰 인상을 받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래서 비록 소설을 읽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가치가 있는 활동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물론 소설을 읽어서 좋은 점은 단순히 ‘재미’ 뿐만은 아니지만, 재미 하나만 하더라도 이토록 큰 효과, 더 오래 지속하고 더욱 강렬하게 남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에서 누구에게나 꼭 맞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이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된 데에는 ‘잘못된 만남’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종종 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여전히 이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 등을 하다 보면 종종 “재미있는 소설 좀 추천해 주세요.” 같은 질문을 보곤 하는데요, 이럴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사람마다 재미의 기준이 다른데 질문이 너무 두루뭉술하달까요? 질문이 그러하니 답변도 두루뭉술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잘못된 소설을 만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마치 소개팅을 부탁하면서 “좋은 사람 좀 소개해 주세요.” 같은 거죠.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잖아요? 그런데 이런 세부적인 사항을 말하지 않고 단순히 좋은 사람 소개해 달라고 하면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죠. 

소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서 그런 질문 밑에 달린 답변을 보면 정말 그렇게 천차만별일 수가 없어요. 단편소설부터 장편소설, 로맨스 소설, 무협지, 역사소설 같은 온갖 종류의 장르가 답변으로 달려요. 내용도 결도 방향도 가지각색이죠. 그런 와중에 정말 운이 좋게도 마음에 드는 소설을 만나게 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소설을 싫어하게 될 가능성도 커지는 것 같아요. 자기 취향이 아니니 재미가 없고, 자칫하면 큰맘 먹고 모처럼 소설을 읽어볼 결심을 한 건데 “에잇, 소설은 다 왜 이따위야!”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저는 소설을 읽고 고르는 건 타인과 관계를 맺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런 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소설을 만나는 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처럼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소설 전부에 대해서 너무 쉽게 절망할 필요도 없는 거죠. 어떤 사람하고 관계가 틀어졌다고 인류 전체와 등을 돌릴 필요는 없듯이, 소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가끔 한두 권의 소설만 읽은 뒤에 “현대소설은 재미없다”거나, 반대로 “고전은 지루하다”거나 “한국소설은 별로”라거나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소설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분들은 아직 자기에게 꼭 맞는 소설을 만나지 못했을 뿐, 기본적으로 소설이 안 맞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고르는 것이 그처럼 까다로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잘 맞는 소설을 찾아내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또한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읽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전에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의 에필로그에서 독서 취향을 만들어가는 걸 맥주에 비유해서 살짝 언급한 바가 있어요. 자기 입맛에 맞는 맥주를 알아내려면 무조건 많이 마셔봐야 하는 것처럼 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요. 가능한 한 많이 읽어보고 선구안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고. 

조금 뻔하지만 소설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소설을 찾아내려면 많이 읽어보고, 어떤 스타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보고, 그런 이후에는 거기에 맞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요? 책이라는 건 지도랑 같아서 읽다 보면 점점 영역이 확장되거든요. 책에서 다른 책이 언급되는 경우도 많고, 작가들이 다른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고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어떤 작품이 재미있다고 하네? 그럼 나도 읽어봐야지.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주인공이 좋아하는 소설은 못 들어본 소설인데 실제 있는 작품이네? 다음에 나도 한번 읽어봐야지.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탄탄하고 서사가 촘촘한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그런 소설은 읽는 동안 제 삶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는 장면을 발견할 때가 많아서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읽는 동안 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비밀이나 고통, 어려움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삶과 맞닿아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책의 부제인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과 이어지는 부분 같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서평집인데 무척 특이한 형태로 쓰셨어요. 단순히 서평이 아니라 ‘독서 체험 에세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개별 책들보다는 작가님 개인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있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요즘에 글쓰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만큼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도 많고요. 그런데 대부분은 글쓰기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는 글을 쓰면 뭐가 좋은지, 글을 왜 써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글을 쓰면 좋은 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거든요. 또 글을 구조적으로 건물 짓듯이 써야 한다던가, 문장을 간결하게 쓰는 편이 좋다든가 하는 부분을 몰라서 그렇게 못 쓰는 것도 아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느냐 아니냐, 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평소에 좋은 글쓰기 책이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소설을 읽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서 저는 소설 읽는 게 왜 좋은지를 구구절절 설명한들 사실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또한 사람들마다 다 취향이 다르니 아무리 열심히 큐레이션을 하더라도 모두의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추천하긴 어려울 테고요, 그런 측면에서 소설 자체에 집중하거나 소설을 직접 추천하기보다는 소설을 읽으며 제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설과 제 삶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걸 구체적으로 보여드리다 보면 자연스레 소설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굳이 제 책에 실린 작품들이 아니더라도요.

책을 읽으면 전반적으로 굉장히 솔직하게 쓰셨어요.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꺼내 보이셨다고 했는데, 혹 그런 부분이 부담스럽거나 두려운 순간은 없었을까요?

당연히 있었죠. 책에 적힌 이야기들은 대부분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그만큼 더 깊이 간직해왔던 이야기들이에요. 사실 저는 평소에 저를 드러내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는 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날 우습게 생각하면 어쩌지?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이런 식으로 남의 시선도 엄청나게 의식하고요. 기본적으로 불안과 의심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웃음) 

그런데 그런 만큼 소설 읽기가 더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살 수는 없는데 소설을 읽는 동안 나와 비슷한 사람을 발견하고, 내가 겪었던 장면들을 찾아내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되살리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내가 겪은 감정이나 상황들이 유별나거나 특수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 자신을 꺼내 보일 용기를 얻었달까요. 그렇게 꺼내 보인 다음에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거나,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는 때가 많았어요. 제가 그렇게 솔직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소설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승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 살면서 겪은 장면을 소설 속에서 다시 맞닥뜨릴 때는 희열을, 누군가의 취향에 꼭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 추천할 때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서평집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와 비평·칼럼집 『다정한 무관심』을 썼으며, 다양한 매체에 서평과 칼럼을 기고 중이다. 주로 부엌에서 쓴다.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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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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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