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들이 서울교통공사에 보낸 칭찬 민원은 약 2,000건에 달한다. 칭찬 민원 중 가장 높은 8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관사의 안내방송인 것을 보면,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이 짧은 안내방송으로 많은 위로와 위안, 응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라도 인정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내방송을 하는 기관사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 화제의 기관사 방송에서 따뜻한 안내방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 끈 기관사가 있다. 바로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의 저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양원석 기관사다. 그는 직접 써 내려간 감성 멘트로 승객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1.5평 운전실의 DJ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그렇게 그가 달려 온 거리는 어느덧 60,000km. 지구 한 바퀴 반을 훌쩍 넘는 거리가 되어 있었다.
첫 책,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가 출간되었어요. 기관사가 저자인 책이라는 것이 친근하면서 생소하기도 한데,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고민과 걱정은 열차에 놓고 내리세요』는 승객 분들의 하루, 시민들의 빛나는 일상이 존재했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책입니다. 저의 안내방송으로 예기치 못한 위로를 받아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고 이야기해주신 시민 분들의 말씀처럼, 매우 특별하고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이 책이 독자 분들의 하루를 격려해줄 수 있는 위로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기관사’가 저자로 참여한 첫 에세이이기에 기차, 열차, 철도 마니아 분들도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도록 지하철을 좋아하는 제 이야기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어린 시절 처음 지하철을 접했던 동네를 찾아가 다시 둘러보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봤어요. 제게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답니다. 또한, 책에는 기관사가 된 제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감성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소개되어 있고, 기관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부록으로 만들어 꼼꼼히 실었습니다.
‘기관사’라는 직업은 보통 ‘지하철을 운전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운행 외에도 열차의 안내방송, 승객의 안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기관사님께서 직접 ‘기관사’의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관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으신가요?
‘기관사’는 열차의 맨 앞에서 홀로 열차를 운전하며,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운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비상상황에 즉각 대처해야 할 수 있어야 하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객의 안전 또한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기관사를 ‘보이지 않는 시민의 발’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이라는 말 그대로 수백 수천 명의 승객들은 제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객들의 안전하고 튼튼한 발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만 있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승객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안내방송. 일명 ‘감송 방송’이라고도 불리어지는데요. 지하철 운행을 하시며 이러한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른바 저도 취준생 시절이었습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 공부를 마치고 저녁 약속이 있어 7호선을 타고 가던 중, 조금은 특별한 안내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뜨거운 하루를 보내신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내드립니다.”라는 멘트였는데, 그때 그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울컥한 무언가가 가슴 밑부분에서 올라오는 듯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흘려보낼 수 있었던 멘트였지만, 모르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는지 그동안 취업 준비로 힘들었던 내 마음 속 응어리가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다짐했습니다. 나도 기관사가 된다면 승객들을 위해 안내방송을 해야겠다고요. 그리고 저는 기관사가 되었고, 그때의 제 다짐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열차 내 방송 마이크를 잡고 다양한 감성 방송을 내보내는 지하철의 DJ가 되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의 발걸음이 많이 무거웠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벼운 발걸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관사님이 건넨 안내방송은 참으로 따뜻하고 정직한 위로인 것 같아요. 거창한 말들보다 가끔은 ‘고생했어’, ‘수고했어’, ‘잘했어’와 같은 말들이 우리에게 제일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이러한 따뜻한 마음을 30초라는 시간 안에 전부 전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관사님이 하시는 안내방송의 문구는 매번 직접 준비하시나요?
생각해보면 제가 하는 안내방송도 생방송과 같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멘트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멘트만 하다 보면 실제로 방송을 듣는 승객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저는 방송 멘트를 정해놓지는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소재를 찾아서 준비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미리 적어두었던 소재와 문안들을 방송에 활용하면 좀 더 좋은 방송을 완성할 수 있거든요. 그중에서 가장 좋은 소재로 쓸 수 있는 것이 ‘날씨’입니다. 그래서 저는 날씨별로 각각 다른 안내 멘트를 준비해 놓고 안내방송을 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눈 또는 비, 여름철엔 최고 온도, 겨울철엔 최저 온도 등을 파악해 두면 좋은 방송 소재가 되거든요. 또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나 명언 등을 수첩에 메모해 놓으면 이것 또한 안내방송의 좋은 소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안내방송을 듣고 위로가 되었다고 말씀해주시는 승객 분들이 정말 많아요. 따뜻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위로의 순간으로 기억되었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기관사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잊지 못할 위로의 순간, 위로의 한 마디는 무엇이었나요?
지금 몸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시험을 본 후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부모님과 나누었던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고 애썼다.”라는 부모님의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입사를 준비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휴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때문인지 제 마음에 와 닿았던 따뜻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관사님께서 지하철을 운행한 거리는 ‘60,000km 지구 한 바퀴 반’의 거리를 훌쩍 넘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지구 한 바퀴 반보다 더 긴 거리를 지하철과, 승객들과 함께 하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관사로써 가장 중요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관사는 운전과 방송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이 기관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사고 없는 무사고 기관사로, 그리고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명예롭게 근무복을 벗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소망이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복을 벗는 그날까지, 승객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이웃과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작가님의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승객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어 저에게는 정말이지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지하철 승객들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며 안전한 지하철이 되도록 제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각박한 세상 속에서 묵묵히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감당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양원석 조금 특별한 안내방송으로 시민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서울 지하철 5호선 기관사이다. 용인 태성고등학교와 경북전문대학교 철도전기 기관사과를 졸업, 이후 우송대학교 철도차량시스템학과를 편입학 후 졸업했다. 2020년 서울교통공사에서 주최한 최우수 방송왕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 전문대학 교육협의회에서 시상하는 2021년 전문대학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승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매일 직접 써 내려간 멘트로 지하철에서 감성 방송을 하고 있으며, 오늘도 승객들의 발걸음이 되어 입사 후 단 한 건의 사고없이 5호선을 운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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