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에서는 기술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
스마트시티의 글로벌 리더로서 다른 국가를 따라가기보다는 우리만의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국가 정책과 관련 산업이 육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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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찬호, 이상호, 이재용, 조영태 저자

『스마트시티 에볼루션』에는 지구의 미래를 위해 세계가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담았다. 우선 시민혁명으로 도시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한 뒤, 시민의 편의를 위해 스마트시티가 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한국에서 스마트시티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유시티 사업에서부터 스마트시티 계획, 사업 추진, 미래 설계에 이르기까지, 스마트시티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았다. 더불어 세계의 스마트시티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가 참고할 부분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각 장 끝에 있는 ‘스마트시티 뒷이야기’를 통해 스마트시티 현장에서 애쓰는 사람들의 고충과 고민 또한 엿볼 수도 있다. 더불어 책의 곳곳에 담긴 한국 스마트시티 추진 현황과 세계 스마트시티의 다양한 모습, 추진 사업을 간략하게 정리한 다양한 도표 등은 스마트시티를 보다 편하고 쉽게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지역별 스마트시티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스마트시티는 언제부터 생긴 개념인가요? 스마트시티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우리 일상에 ‘스마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모든 단어에 스마트를 붙여서 ‘첨단’이나 ‘기존보다 발전된’, ‘똑똑한’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자동차,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등과 같이 말입니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 ‘스마트시티’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한국에서는 2017년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일명 「스마트도시법」)이 개정되면서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도시’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스마트도시법」의 ‘개정’이라는 단어에서 알아차리셨겠지만, 2007년에 ‘스마트시티’와 유사한 개념의 ‘유비쿼터스도시’(일명 유시티)가 만들어졌고, 2008년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도시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스마트시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니, 2016년이 생각납니다. 「스마트도시법」 개정을 위해 국내 스마트도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스마트도시’의 정의를 만들기 위해 1년여 동안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도시’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스마트 에볼루션』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답 없는 정의를 찾기보다는 도시를 만들면서 그 특징을 반영한 정의를 만들자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굳이 스마트시티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시티를 기술적 측면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스마트시티 기술로는 정보통신기술, 플랫폼,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과 망, 만들어진 데이터를 활용해 현실과 유사한 환경의 가상공간을 만드는 플랫폼 기술, 시설 자동화와 공간의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을 만들어내는 지능형 사물인터넷, 그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 에코지능 기술 등 스마트시티에서 활용되는 기술의 종류나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구축될 스마트시티에서는 현재와는 모든 것이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 앞에 서면 거울에서 건강상태를 보여주고, 이상이 있으면 담당의사에게 전달하여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일부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드론이나 로봇을 통해 주문한 물건을 배달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드론이 하늘을 날고, 로봇이 도로로 다니다 보면 보행자들과 부딪치는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상수관처럼 지하관로를 통해 물류만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 학교에 등교하여 공부하고, 친구들과 지내고, 직장인은 가상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게 될 것입니다. 또, 내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이동하고, 착륙해서는 자율주행차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가 스마트시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지구적으로 스마트시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환경적·경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인구 증가로 주거 공간이 부족해졌고, 차량 증가로 교통 정체가, 많은 사람이 생활하면서 환경오염이, 에너지 사용량 증가로 탄소배출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수면 상승과 지구온난화까지 발생시키고 있지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전 지구적 변화는 홍수나 가뭄 등과 같은 자연재해로 우리 삶에 많은 피해를 주게 되었습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한 배경과 유사합니다. 기존 산업체계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고, 새로운 산업체계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할 필요성을 느껴 발생한 것이 4차 산업혁명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산업체계는 단일 산업의 최적화를 통한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해 이전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고, 2, 3차 산업혁명은 기계화·전산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에 기반한 산업체계를 만들어 예전보다 더 정밀한 미래 예측이 가능해졌는데요, 그러한 기술이 ICBM-AI로 요약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기반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렇게 변화한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공간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생존 방법이 필요한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스마트시티입니다. 

한국 스마트시티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스마트시티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구축된 스마트 서비스나 정보통신 기반시설 등을 대상으로 기준을 설정하여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평가는 해외의 다양한 기관에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시행되는 스마트시티 평가는 정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시행하는 한계가 있지요. 구축된 스마트시티 서비스가 많고, 정보통신망이 길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시민의 불편을 해소해주고, 만족시켜주는 스마트시티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일 것입니다. 한국 스마트시티는 기반 조성을 거쳐 이제 막 구축하는 시점에 들어선 상태로 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교통이나 방범방재 등과 같은 한정된 분야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가 추진되었으나, 최근에는 의료나 복지,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스마트시티를 경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개인정보 노출이나 환경위기 등 스마트시티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으로서, 가장 우려되는 점이 있으실까요?

질문과 같이 스마트시티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도 스마트시티의 개인정보 침해나 노출, 보안 등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종종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이 감청당하고, 누군가 내 핸드폰을 복사한 복사폰으로 내 일상을 감시하는 사례를 봅니다. 최근에는 실제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복사한 공무원 신분증으로 국가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과 같은 개인정보를 훔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았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술보다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스마트시티에서의 사람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와 서비스를 받는 대상으로 구분됩니다. 많은 서비스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중요 하지만, 서비스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스마트시티 내에서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스마트 시민 육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스마트시티가 있을까요? 스마트시티가 잘 구축된 도시가 궁금합니다.

이 질문은 받는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산시와 김해시, 대전광역시를 꼽고 싶습니다. 오산시는 스마트시티라는 말이 정책적으로 쓰이기 전인 유시티 시절에 담당 업무를 추진하던 담당자가 지금은 스마트시티 담당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오산시만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시티의 핵심인 도시통합운영센터를 대상으로 시민들이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오산시의 많은 시민에게 스마트시티를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힘쓰고 있고, 그에 관해 시민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김해시는 2016년부터 스마트시티를 추진했고, 2017년 「스마트 도시계획」을 수립해 스마트시티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2017년부터 스마트시티를 담당해온 직원을 중심으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구축하고, 스마트시티를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단계별로 일관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전광역시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리빙랩 기반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파악해 사업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한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통해 대전광역시 전역에 공유주차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의 스마트 기술이 상용화된 스마트시티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한데요. 이상적인 스마트시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비행기’ 또는 ‘KTX’라는 답변이 가장 많을 겁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몇몇 자동차 광고에서 볼 수 있듯, 운전을 하지 않고 잠들어 있어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를 통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상적인 스마트시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첨단 기술로 대변되는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만든 스마트시티를 상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거꾸로 질문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공통적인 답변으로는 사람이 없는 도시의 모습이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스마트시티는 인간을 중심으로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과 삶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마트시티 에볼루션』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우리보다 나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뒤따르는 팔로워였지만, 스마트시티 시대에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의 글로벌 리더로서 다른 국가를 따라가기보다는 우리만의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국가 정책과 관련 산업이 육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시티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도 합니다. 스마트시티에서 99퍼센트는 0퍼센트와 같은 스마트시티 함수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정책가나 스마트시티 전문가가 신기술이 활용된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수는 있지만, 정작 스마트시티에서 살아가는 시민이 이를 외면한다면 스마트시티의 생명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정책가나 스마트시티 전문가가 스마트시티의 99퍼센트를 만들더라도, 이 책의 독자와 같은 분들이 스마트시티를 적극적으로 누리고, 보완점을 제시해 좀 더 나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 1퍼센트의 힘을 보태주시지 않는다면, 진정한 스마트시티의 구현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박찬호

㈜정도UIT에서 스마트도시연구소장과 스마트시티본부장을 겸하여 재직 중이다. 국토연구원에 근무하며 도시 개발 및 접경 지역 관련 분야 연구에 참여했다. 다수의 지자체 스마트도시사업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상호


국립한밭대학교에서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하였고, 국립한밭대학교 건설환경조형대학 학장과 한국지역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미래도시를 연구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 모델을 제시한 학문적 공로를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마트시티」 등 국제 저명 SSCI 및 SCI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공저로 『스마트시티』『2019 한국의 논점』 등이 있다.


*이재용


국토연구원에 재직 중이며,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 스마트공간연구센터장을 지냈다. 스마트시티 관련 법제도 및 국가 계획 수립, 스마트시티 챌린지 및 인증 등을 연구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기 위원,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등 다수의 스마트시티 관련 위원으로 활동했다.


*조영태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 교 겸임교수, 중앙건축위원회 위원, 신도시 포럼 스마트시티 분과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유럽 도시를 탐구하고 있으며, 관심 연구 분야는 스마트그린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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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