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몰아닥친 코로나로 인해 수없이 많은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기업들이 있다. 바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쿠팡’, ‘네이버’. ‘카카오’, ‘이마트’,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과 같은 기업이 그들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을 우리는 포털이나 온라인 쇼핑, 배달앱 회사로만 알고 있다.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물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를 눈에 보이는 대로, 혹은 법이 정하는 대로 ‘보관업’이나 ‘운송업’으로 한정한다면 물류 기업이라 할 수 없겠지만, 시시각각 이종 산업이 물류와 융합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물류를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커넥터스』는 그러한 관점에서 물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류 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다년간 물류 업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수집한 정보와 터득한 노하우로 변화의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물류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또한 물류의 관점으로 기업과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물류 그 이상의 것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류학에는 없는 물류 이야기’, ‘대중적인 물류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물류학에 없는 물류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다고 들었어요. 『커넥터스』는 어떤 책인지, 조금 더 상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창시절 물류를 전공한 저는 대학교에서 비용 절감과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하는 물류에 대해 배웠습니다. 제가 배운 물류는 기업 경영 활동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죠. 그런데 언젠가 대학교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아마존의 ‘어제배송(Yesterday Shipping)’ 콘셉트 영상을 접한 이후로 제가 알고 있던 물류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내일배송도, 오늘배송도 아닌 ‘어제배송’이라니요. 어제배송은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해서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을 미리 배송해 준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어제배송으로 보여준 아마존의 물류는 제가 알던 물류와 확실히 달랐습니다. 수요를 창출하는 공격적인 물류를 하고 있었죠.
그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이커머스 물류 담당자’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제 첫 직장인 물류전문지 CLO에 인턴기자 지원서를 낸 이유도 기자가 되고 싶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물류전문매체에서 일한다면 이커머스 기업 물류 담당자로 취업하는 데 필요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게 인턴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제가 취업하고 싶었던 이커머스 기업의 물류팀장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알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아마존의 어제배송과 같은 물류는 현업에선 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저에게 이야기를 전해준 이커머스 기업 팀장들 역시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역할의 물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0년 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로켓배송을 시작했던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모두가 망할 것이라 예측했던 쿠팡은 이제 쟁쟁한 물류 대기업으로부터 ‘이커머스 물류’ 영역에서 한 수 위의 강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네이버는 2020년을 기점으로 CJ대한통운, 이마트 등 물류 역량을 갖춘 기업과 지분을 교환하고 다수의 물류스타트업에 투자해 ‘풀필먼트 연합군’을 만들어 쿠팡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배달 중개앱이었던 배달의민족은 2021년 이커머스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포합니다. 배달의민족이 이커머스에서 준비한 무기는 빠른 즉시배달, 퀵커머스입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영역에서 쿠팡보다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일반인을 배송인으로 활용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퀵서비스를 시작했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hy,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 역량을 갖춘 제휴 파트너의 물류센터 유휴공간을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중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합니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물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들이 물류업계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IT를 시작점으로 고객 접점을 갖춘 커머스, 나아가 고객과 연결을 만드는 ‘물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수십년 전통 물류기업들의 가치를 뛰어넘었습니다.
10년 전 제가 아마존의 컨셉 영상에서 봤던 어제배송과 같은 서비스는 아직 한국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와 유사한 데이터와 수요예측을 활용한 물류 최적화 방법론은 앞서 언급한 기업들이 현실 세계에 적용한 방법이 됐습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지난 10년 동안 제가 만난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고객 접점에서 시작된 많은 물류 아닌 기업들의 물류를 향한 도전이 담겨 있습니다. 10년 전 제가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에는 없었던 물류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현장 실무자들의 성패의 기록입니다.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신 만큼, 물류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있어 물류란 무엇인가요?
물류란 가치사슬을 관통하는 재화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가치사슬을 관통하는 것은 ‘재화’뿐만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데이터도, 현금도 가치사슬을 흐릅니다.
물류의 목표는 가치사슬을 흐르는 전체 자원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물류 하나의 흐름만 다뤄도 창고의 출고량을 늘리고, 배송 속도를 끌어올리는 등 물류 안에서의 ‘부분 최적화’는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물류 아닌 이종산업이 물류로 침공해오는 세상입니다. 이종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물류를 넘어선 가치사슬 전체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물류 아닌 자원의 흐름까지 다뤄야 합니다. 물류업계의 영원한 숙제라고 불리는 ‘정물일치’도 전산 데이터와 실물 재화의 일치를 주장한 구호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물류’이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물류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가치사슬까지 포괄하여 ‘최적화’를 만들고자 하는, 자원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이들의 도전을 저는 ‘물류’라는 단어로 포장했습니다.
사실 제가 물류라 부르는 도전을 하는 이들조차 그들의 일을 ‘물류’라 생각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누구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라 또 다른 누구는 PI(Process Innovation)라 또 다른 누구는 운영(Operation)이라 생각할지도요. 조금 더 현장스럽게 들어간다면 그냥 ‘비용 절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을 무엇이라 부르든 중요한 이슈는 아닙니다. 물류가 중요한 것 또한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물류로 세상을 보는 관점이고, 이를 활용해 ‘가치사슬을 흐르는 자원의 결핍을 찾고 개선하여 전체 최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처음 물류 전공을 선택하신 계기는 남다른 열정이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니셨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어떠세요?
물류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세속적이기에 남들에게 말하기 조금 부끄습니다. 물류가 좋아서 처음 물류 전공을 선택한 건 아닙니다.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혜택이 많은 특성화 전공이라고 해서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학창 생활을 거치면서 저는 물류라는 산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물류는 어디에든 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어떤 무엇인가와 물류를 결합한다면 충분히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류와 저의 관심사, 그 사이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학창시절 저는 스쿨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록음악과 밴드를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저와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을 ‘물류’에서 찾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원목을 수급하여 북미에 있는 공장에서 기타를 제조하고, 한국에 있는 뮤지션들에게 전하기까지. 이 과정에서 제가 활약할 수 있는 어떤 여지가 있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얼마 안 있어 ‘악기 물류’는 포기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악기는 물류가 활약하기에 적합한 산업은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악기는 사양산업인지라 물동이 안 돌았고, 물류보다는 브랜딩이 소비자 가격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습니다. 물류는 어디에든 있지만, 어디서든 대우받는 것은 아니라는 걸 여기서 알았습니다.
어찌됐든 ‘물류’와 저의 관심사 사이 교집합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계속됐습니다. 앞서 아마존의 ‘어제배송’ 이야기를 했죠? 어제배송에 적합한 상품 카테고리는 ‘팬덤’과 결합됩니다. 팬덤, 그러니까 충성고객이 있는 음반이나 도서와 같은 상품들은 수요 예측을 하기 적합합니다. 이커머스 물류를 한다면 이렇게 생활과 맞닿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커머스 물류 담당자가 아닌 콘텐츠 창작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고민 속에서 얻은 하나의 명제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는 독립적인 콘텐츠 창작자로 제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가 아닌 산업 또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 동안 물류가 아닌 숱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옥자>에 얽힌 영화 유통 이야기, 택시앱 영역에서 격돌한 우버와 카카오 이야기를 썼습니다. 글로벌 최대 규모 IT 행사 CES에 방문해서는 남들 다 쓰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의 무대가 세워지기 전 물류 까대기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남들이 안 쓰는 관점에서 조금 이상한 글을 썼지만, 그렇기에 저라는 사람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물류는 저에게 정체성이고, 콘텐츠의 방향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입니다.
직접 배달 업무를 하며 겪으셨다는 현장의 노동자 이야기가 무척 생생하고 씁쓸하더군요. 요즘은 배달료 인상 때문에도 더 말이 많잖아요. 늘 말 많은 이런 이슈에 대해서,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달료 인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세상에 ‘공짜 물류’는 없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지금껏 물류가 공짜처럼 보였다면 그건 누군가가 그 비용을 감당하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의 배달료는 누구에게나 공짜였습니다. 그 이유는 음식점들의 판매가격에 ‘배달료’가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달료 인상은 사실 예견된 이슈였습니다.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배달 라이더를 대상으로 의무화된 산재 및 고용보험으로 그간 업체들이 지불하지 않아도 됐던 회색지대의 비용이 튀어나왔습니다. 쿠팡이츠, 배민원으로 대표되는 배달 플랫폼의 단건배달 경쟁으로 ‘배달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 반대급부로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건당 비용은 튀어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음식배달 수요는 급증했지만,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만큼의 라이더는 항상 부족했습니다. 업체들은 더 많은 비용을 라이더 영입을 위해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배달료는 플랫폼, 배달대행사에서 음식점으로, 음식점에서 소비자들에게까지 전가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달료의 표준은 공짜였지만, 이제는 음식배달 한 건에 2000~3000원 정도의 배달료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배달료가 튀어나오는 것은 업체들에겐 기회이자 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높아진 배달료를 감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음식배달’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면, 배달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입니다.
반대로 배달이 아닌 ‘포장 픽업’이나 ‘매장 방문’과 같은 선택지를 택하는 고객도 분명히 나올 것입니다. 이때는 ‘픽업’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나 즉시배달이 아니라 ‘묶음 예약배달’을 통해 운영 최적화를 만든 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시장은 나누어질 것입니다. 그때도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남을 것인지,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이 아닌 ‘대체재’를 선택할지가 관건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진짜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 봅니다.
책의 후반, ‘넓은 의미로 풀필먼트를 바라보자’고 하셨어요. 시야를 넓히려면 어떤 사고습관을 갖는 게 좋을까요? 이제 막 물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독자분들께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먼저 주위에서 일어나는 작은 현상들에 호기심을 갖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눈치를 보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스타벅스를 따라서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또 다른 예로 최근 언론에서 ‘배달료 1만 원 시대’가 왔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엊그제 배달의민족에서 시켜 먹은 팔보채의 배달료는 2000원입니다. 어제 요기요에서 시켜 먹은 BHC치킨의 배달료는 3000원이었죠. 왜 언론 보도와 현실 가격이 맞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현상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만 봐서는 그 이유를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치사슬을 펼쳐놓고 현상과 연결된 많은 이슈들을 함께 살피면 그제야 문제의 근본 원인이 보입니다.
앞서 스타벅스의 가격이 오른 이유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원두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이야기하는 배달료 1만원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료가 아니라, 음식점이 플랫폼에 지불하는 판매 수수료와 배달료가 포함된 금액일지 모릅니다.
현상에 대한 질문,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가치사슬에 숨어있는 어떤 결핍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결핍을 찾아가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컨대 같은 ‘배달료’ 이슈더라도 플랫폼, 음식점, 배달대행사, 라이더, 소비자가 바라보는 중점 사항은 모두 다릅니다. 소비자는 당연히 ‘공짜 배달’이 좋겠죠. 라이더는 당연히 더 많은 ‘배달료’를 받고 싶습니다. 음식점은 배달대행사나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부담스럽고요. 배달대행사는 늘어난 원가 부담에도 어떻게든 ‘이익’을 만들고 싶습니다. 플랫폼은 생태계의 안녕과 함께 성장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이 가치사슬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해야 합니다. 그 목표에 적합한 해결책을 ‘가치사슬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찾아야 합니다. 전체 최적화를 위해선 때로는 ‘부분’의 희생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의 공통선을 만들 수 있는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책으로 풀어내신 물류 이야기가 정말 세세하고 폭넓어요. 물류업계에 짧지 않게 몸담으셨다고 들었습니다. 10년간 물류 전문기자로 활동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 하나만 이야기해 주세요.
2020년 네이버와 카카오의 물류 사업 진출 소식을 한국에서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네이버는 2021년 7월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런칭하며 물류 사업을 공식화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2년 유휴 창고 공간을 중개하는 ‘물류 생태계 플랫폼’ 사업을 공식화했습니다.
제가 예언자라 1년, 2년 뒤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요? 설마요. 모든 비즈니스는 연결이 만듭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거대한 플랫폼도 어떤 사업을 ‘혼자’서 준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과 연결된 수많은 협력업체들, 현장을 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하나의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치사슬에 연결된 다양한 기업, 사람들의 미시적인 움직임을 관찰하다 보면, 거시적인 어떤 흐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쿠팡플렉스에서 일용직 노동을 뛰고 있는 한 ‘사람’이 느낀 어떤 감정이 쿠팡의 다음 사업을 예측하는 단초를 줄 수 있습니다.
‘생활물류’라는 키워드가 비대면 시대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작년부터는 생활물류법이 시행됐죠. 책을 읽어보면, 물류는 정말 많은 혁신과 변화를 겪으며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어요. 이 이상 더 변하고 발전할 수도 있을까요? 물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30분~1시간 이내 즉시배달, 퀵커머스가 만드는 속도 이상으로 물류가 빨라질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인 세상의 속도 경쟁은 한계치에 부딪혔습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기업들은 속도를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속도가 아닌 ‘효율성’의 경쟁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빠른 물류를 하더라도 조금 더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등장할 것입니다. 단건 배달보다는 묶음 배달을, 30분 빠른 배달보다는 3시간 뒤 정시배송을 경쟁력으로 추구하는 업체들이 나올 것입니다. 혹은 물류비용을 감당할 비즈니스 모델을 이종산업에서 찾아낼 수도 있겠죠. 물류에 비용을 지속 투자하는 아마존이 클라우드에서 돈을 번 것처럼요.
조금 더 미래를 상상해볼까요? 자율주행차와 로봇은 물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흐름입니다. 현장의 작업자들이 사라짐에 따라서 기존 물류의 핵심역량인 네트워크 최적화가 ‘시스템’ 최적화로 바뀔 것입니다.
물류의 궁극체는 ‘물류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에 도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디지털 도면’으로 전달받은 나이키 스니커즈를, 우리집에 있는 3D프린터로 곧바로 인쇄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NFT로 나이키의 정품인증을 받으면서요. 이런 세상이 온다면 물류를 지배하는 것은 더 이상 지금의 물류기업이 아닐지 모릅니다. 이종이 융합되며 물류는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합니다.
『커넥터스』가 독자들에게 어떤 책으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예비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소 긴 글을 쓰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320페이지를 쓴다는 건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오더군요. 몇 달, 몇 주 사이로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를 책에 담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맞는 이야기더라도 출간 시점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여러 기억 속에서 ‘변치 않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록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두 개의 미디어를 거치고 독립하여 새로운 미디어 ‘커넥터스’를 시작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제가 만난 기업과 사람들의 이야기, 물류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커넥터스는 물류 이야기를 한 책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알고 있는 물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물류보다는 물류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물류 기업보다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어떤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연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엄지용 물류에 대해선 하나도 몰랐지만,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인하대학교에서 물류학을 전공했다. 2014년 물류전문지 에 인턴기자로 입사해, 어쩌다 보니 분에 맞지 않는 콘텐츠팀장까지 맡으며 잡부 생활의 쓴맛을 봤다. 기자를 관둘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2018년 IT매체 <바이라인 네트워크>에 합류했다. 여전히 물류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천직인가 싶다. 2021년 10월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안에 오픈하며 독립했다. 무료 콘텐츠가 넘치는 판에 유료 콘텐츠가 가당한가 싶었지만 커넥터스는 성장했다. 론칭 두 달 만에 네이버 입점 경제/비즈니스 채널 중 구독자 수 1위를 기록했다. 첫 달 재구독률은 90%에 육박하며 네이버 전체 입점 채널 중 1위를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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