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사랑해도 그 이상을 돌려주는 우리집 멍냥이들에게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죠. 제가 아무것도 아니여도, 늘 똑같이 사랑해주니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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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평생 한 존재를 보살펴야 하는 일. 동시에 그들의 무한하고 조건없는 사랑을 받는 일. 때로는 귀찮고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바쁘지만 우리는 안다. 그들의 애정이 부족하기만 한 나를 키우고, 내 세계를 넓혀주었다는 것을. 『나만큼 널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는 천방지축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와 제멋대로인 인간이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마주하는 사랑스럽고도 뭉클한 성장 스토리다. 멍집사 백세희(이하 백)와 냥집사 전아론(이하 전) 두 작가가 ‘존재만으로 세상의 기쁨’인 멍냥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현실 집사의 애틋한 마음을 담아 고백했다. 추운 겨울 ‘인간을 돌보는 멍냥이들의 뭉근한 온도’를 느끼며 몸과 마음의 온도를 1도씩 올려보자.



‘인간의 언어가 아닌 것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내새끼 자랑 타임부터 시작할게요.

백 : 곱슬거리는 털과 널찍한 가슴, 말랑말랑해서 그립감 최고인 쥬딩이, 토끼처럼 선 귀와 모두가 인정하는 뛰어난 미모의 수지, 눈은 반짝, 코는 촉촉하고 사람 품을 파고드는 애교가 넘치는 부기, 늘씬한 다리와 멋진 몸매, 잘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엉덩이를 흔들며 마구 뽀뽀하는 아찌. 자랑할 게 산더미지만 (자제에 자제를 거듭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전 : 총명함이 반짝이는 눈빛과 그렇지 못한 쫄보 표정! 그 모든 걸 상쇄하는 잘생쁨 포스가 합쳐지면 그게 바로 요미. 세상 모든 존재와 사물을 무서워하지만, 오직 저에게만 보여주는 애교와 사랑스런 표정은 저를 액체화 시키곤 해요. 반면 쿠키는 만인의 연묘(?)랍니다. 늘씬한 몸매에 변화무쌍한 얼굴과 능숙한 애교는 누구든 무장해제로 만들어요. 고양이계의 모델이랄까? 마지막으로 (지금은 떨어져 살지만!) 동그란 눈 동그란 얼굴 짧아서 더 귀여운 다리를 가진 토끼는 인간계에선 천사지만 고양이계에서는 일진냥이랍니다.



종이 다른 두 존재의 만남!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이런 저런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초보 현실 집사의 웃지 못할 실수담을 고백해주세요.

백 : 첫 강아지 쥬딩이를 키우게 됐을 때, 중학생이었기에 발정기가 온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쥬딩이가 발정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눈빛으로(?) 다가와서 제 팔에 마운팅을 했을 때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어요. 심지어 도망도 갔었죠… 지금은 자연스러운 거란 걸 알지만 동물을 처음 키웠을 땐 깜짝 놀랐답니다. 그게 아직도 미안하네요.

전 : 너무 많아서 정말 웃을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사료 먹는 속도와 남은 양을 가늠 못해서 한밤에 동물병원을 찾아다닌 게 한두번이 아니었고요. 술 취해 들어와 그냥 기절하면 아이들이 와서 막 깨웠어요. 머리맡에 와서 얼굴을 툭툭 치면서요. ‘화장실, 화장실은 치우고 자라고!’ 지금은 그런 일 없죠. 제가 미숙해서 애들도 참 속 터졌을 거예요.

아이들과 가족이 되면서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 새롭게 알게된 세상도 있을 것 같아요.

백 : 유기동물이요. 특히 파주 시골 마을에 온 뒤에는 떠돌이 개들을 정말 많이 봐요. 외면하려야 외면할 수 없어서 한 마리(아찌)는 입양하고, 여섯 마리를 임시보호 하다가 입양 보내고, 또 두 마리를 임시보호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죠. 주인이 있어도 1m가 채 안 되는 목줄을 차고 평생 사는 개들도 많아요. 개집, 물, 밥이 있다면 학대로 신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했고요.

전 : 예전에는 길 고양이들을 보면 ‘귀엽다’ 혹은 ‘안쓰럽다’ 정도의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 아이들의 상황을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뚱뚱해보이지만 실은 인간들이 버린 짠 음식을 먹는 바람에 퉁퉁 부은 거구나, 침을 흘리는 걸 보니 아픈 것 같다, 눈꼽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눈은 뜰 수 있을까, 저 정도는 고양이끼리 싸워서 생긴 상처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없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죠.

두 분 모두 책에서, ‘내가 아이들을 돌본 것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더 돌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각자 아이들에게서 배운 점, 아이들이 나를 위로해줬던 순간 하나씩만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백 : 무한한 신뢰와 사랑. 인간은 주기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목숨보다도 절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모님이라도 제 모든 걸 한결같이 사랑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아무리 못나도, 큰 잘못을 해도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저를 사랑해줘요. 그 사실이 큰 위로가 되고요. 

전 :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죠. 제가 아무것도 아니여도, 늘 똑같이 사랑해주니까요. 아이들은 계산하거나 재지 않잖아요. 심지어 제가 못나고 못되게 굴어도 마찬가지고요. 그걸 보면서 사랑하는데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게 아니란 걸 마음으로 깨달았어요. 그냥 원래 사랑은 우리 사이에 있고, 나머지는 사랑 밖의 것들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쿠키는 제 품(노트북과 가슴 사이)에 앉아 도롱도로롱 코를 골고 있네요. 으, 너무 사랑스러워!!!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다보니, 답답한 순간이나 가끔 아이들이 미웠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겐 비밀로 하고 여기서 하나만 고백해볼까요?

백 : 미울 때 많은데… 제가 장난으로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들'이라고 하거든요. 아무리 귀찮아도 산책해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는 아이들이니까! 그래도 요건 밉다고 하긴 뭐하고, 제일 미울 때는 아플 때요. 아픈 게 정말 미안하고 미워요. 두 아이가 아파서 세상을 떠났기에 더 그러네요. 아무리 건강검진을 열심히 해도 피할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아픔이 미워요! (아이들이 아니라 병이 미운 거네요)

전 : 미울 정도는 아니긴 한데, 쿠키는 질투가 심해서 툭하면 형한테 화풀이(?)를 해요. 순한 요미는 대책없이 다 받아주기만 하고요. 쿠키야 너 우리 집 서열 1위인 거 세상 사람들 다 아니까 형 좀 그만 괴롭혀. 그리고 요미야, 엄마가 잠결에 등 돌렸다고 귓구멍에 대고 울기 없기야. 진짜… 꿈에서도 튕겨나올 정도로 깜짝 놀란다니까요. 그게 바로 요미가 노린 것이겠지만.

마냥 똥꼬발랄하던 시기를 지나 점점 나이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한데요. 이제는 나보다 나이든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나 자신, 그리고 또 다른 노년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집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 : 아이들이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들이 있잖아요. 걸음이 느려지고 잠이 많아지고 귀가 잘 안 들리는 등. 제가 아이들 앞에서 슬픈 기색을 많이 보였던 거 같아서 후회해요. 경험상 제 감정 상태가 아이들에게 많이 반영되는 거 같았거든요. 아이들이 나이 들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에 너무 슬퍼하기보단, 밝은 모습 많이 보여주기. 슬퍼하는 모습 보여주지 않기!

전 : 사진! 여러분 무조건 사진입니다! 사진을 많이 찍으세요!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고, 크고, 나이들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더 많은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게 한이에요. 그 예쁜 모습이 제 기억 속에만 있다니! 그리고 훗날을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죽음을 경험해보니, 그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없는 영역이더라고요. 그러니 걱정할 시간에 더 사랑해주세요. 물론 건강은 섬세하게 잘 챙겨주시고요!

마지막으로 마음껏 사랑해도 그 이상을 돌려주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백 : 쥬딩아 수지야, 보고 싶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보고 싶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든 시기였대도 너희가 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다음 생이 있다면 꼭 건강하게 만나자. 부기야 아찌야, 너희가 건강하고 오래 곁에 있어주는 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쥬딩, 수지, 부기, 아찌! 나만큼 너흴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 사랑해.

전 : 우리 앞에 아름답고 좋은 날들만 있기를 항상 기도하지만, 모든 날이 기도대로 이루어지진 않겠지. 슬프고 아픈 일도 생기겠지만 그 때에도 우리의 존재는, 우리의 영혼은 함께일거야. 앞으로 영원히. 사랑해.




나만큼 널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
나만큼 널 사랑할 인간은 없을 것 같아
백세희,전아론 공저
자그마치북스




*백세희

읽고 쓰는 사람. 떡볶이와 강아지를 끼고 산다. 나의 마음을 돌보는 일만큼 동물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공저)』, 『몸의 말들(공저)』 등을 썼다.

*전아론

글 쓰고 향 만드는 사람. 끝없이 뻗어나가는 욕망을 정리할 줄 몰라 자주 탈이 난다. 그럴 때마다 인간보다 2도 높은 고양이의 체온에 기대 치유받는 모지리 집사 겸 울보. 현재 오래된 아파트에서 반려 인간 하나, 반려묘 둘과 함께 살고 있다.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게요』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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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