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팀플레이, 엑소(EXO) 디오
데뷔 무대에서 한없이 서툴렀던 소년은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음악가로서나 배우로서나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우뚝 섰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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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앨범 1집 <공감> 콘셉트 포토

번개가 치는 밤, 어두운 밤이 지나 아침이 오면 조그만 싹이 피어난다. 그리고 여린 싹에서 붉은 장미를 피우기 위해 디오는 온종일 자전거를 타고 길가를 거닌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미 따뜻하고 다정한 고백이 장미처럼 피어나고 있고, 이런 그의 이미지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늘 뜨겁고 열정적으로, 혹은 시원한 얼음을 가득 문 계절로 해석하는 많은 음악가들의 해석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렇게 디오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소박하고 산뜻한 세상은 “동네 꽃집을 찾아 그대에게 주고 싶은 꽃 아무리 고민해도 / 아는 꽃이 장미밖에 없어 용기 내 한가득 품에 담아 그대에게 가고 있어요”라는 가사 한 줄로 완벽하게 완성된다. 

아는 꽃이 장미밖에 없다는 거짓말 같은 얘기도 진심 같이 들리는 디오의 세상. 파스텔톤의 연한 노란 셔츠, 민트 컬러의 자전거를 타고 사랑을 속삭이는 남자. 남자, 청년, 그런데 어쩌면 소년. 93년생의 남성에게 소년 같다는 표현이 맞을까 싶다가도, 이런 곱고 다정한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표현력의 한계일까 생각해보면, 언제나 디오, 그리고 도경수는 그런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들어 변명을 하게 된다. 그런 변명을 가능하게 만드는 디오는 때때로 속을 알 수 없는 청년의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고, 때때로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속내를 꺼내 보이는 쑥스러움에 젖은 소년이 되어 어디인지 모를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목표에 대한 대단한 집착은 없어 보이지만, 희한하게도 이미 꼭대기를 향해 겁 없이 성큼성큼 올라가 버린 사람. 일등이 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떤 제작자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캐스팅 일순위의 후보로 올라가 있는 사람. 데뷔 무대에서 한없이 서툴렀던 소년은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음악가로서나 배우로서나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우뚝 섰다. 다사다난했던 엑소의 활동기에 찾아왔던 위기를 극복하는 순간순간마다 조금 더 참을성 있는 어른이 되었고, 덕분에 좀 더 깊은 속내를 표현하는 눈빛을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미니앨범 1집 <공감> 콘셉트 포토

가정폭력에 찌든 소년, 파업 시위에 동참한 엄마를 보며 복잡한 심경을 느끼던 고등학생은 이제 곧 “꼴통”이라고 불리는 불량한 검사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한국어판 남자 주인공의 자리도 꿰찼다. 이렇게 되기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보이그룹의 멤버가 오로지 두려움과 화가 가득한 역할로 연기에 도전했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놀라운 일이다. 디오는 알고 있을까. 그 당시 자신이 지닌 감정의 깊이를 가장 바닥까지 끌어내릴 준비가 돼 있었던 도경수가 지금처럼 도경수와 분리된 디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Rose’의 청순한 이미지와 곧 도전하게 될 다른 배역의 이미지를 분리할 수 있게 된 그의 모습은 늘 돌진하기만 했던 그의 선택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제대 후에 혹시나 팬덤이 흔들릴까 했던 우려도, 장미밖에 아는 꽃이 없다는 수줍고 소박한 소년을 잃을까 했던 걱정도 접어두었다. 디오는 도경수가 깊게 파둔 감정의 구덩이 안에서 끌어올린 힘으로 지금처럼 오로지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앨범을 발표할 힘을 얻었고, 도경수는 디오가 꿋꿋이 지켜온 예쁜 고백의 말들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으로 읽힐 배우로서의 모습을 대중 앞에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완벽한 팀플레이인지. 다른 아이돌들이 뱉어내고 뿜어내는 에너지와는 사뭇 다른 디오와 도경수의 에너지를, 한 끗도 놓치지 않는 보드라운 열정으로 끌어안은 한 명의 남성이 해낸 일이다. 글쎄, 보드라운 열정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니, 이것 또한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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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