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선 “믿을 사수가 없어도 일잘러로 성장하는 비결”
좋은 사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사수 없는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기지 마세요. ‘사수 품귀 현상’을 인정하고 나면 그때부터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있거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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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물어볼 사수가 없다! 있어도 막상 배울 점이 없다!” 2021년 기준, 신입사원 4명 중 3명은 3년 안에 사직서를 낸다. 그들의 주된 퇴사 사유는 상사와 선배다. 큰 규모, 빵빵한 복지, 화려한 이력을 가진 회사도 ‘사수 문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아무것도 몰라 모니터만 응시하는 신입에게도, 퇴사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성과 내기 급급한 관리자에게도 일을 가르쳐 줄 사수는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 사수는 없는 게 기본 값이니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는 구독자 5,700명의 마음을 사로잡고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까지 거머쥔 작가 이진선이 내놓은 커리어 안내서다. 그는 스스로 성장하는 ‘셀프 멘토링’을 터득한 이후로 일 잘하는 디자이너, 돈 잘 버는 프리랜서로 착실히 실력을 쌓았고, 실천 기록 커뮤니티 ‘한달어스’를 공동 창업한 후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글로 출간까지 이뤄냈다. 작가는 좋은 사수, 친절한 가이드, 상세한 피드백을 얻고자 사무실과 SNS를 헤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자기 성장의 비결을 책에 아낌없이 담아 놓았다.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축하드려요. 브런치에 연재한 매거진 제목이 <사수 없이 일하며 성장하는 법>이었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원고를 쓰게 되었나요?

이직이 잦고 수시로 업무 상황이 바뀌는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일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모르는 것도 많고, 지금 내가 일하는 방식이 맞는지 확신도 없고…. 어떻게 일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근데 이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사수 자체가 없던 적도 있었고, 있어도 알려주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면 일을 배우기 어려웠죠.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요.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답답할 때마다 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모아왔어요. 당장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요. 일을 잘하게 되면 주니어들에게 이 내용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타적인 마음보다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 더 컸습니다. 주먹구구를 대물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제가 사수 입장이 되었을 때, 같이 일하는 주니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바뀌는데 주니어들의 고민은 똑같다는 점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옆자리 후배 단 한 명이라는 점 때문이었죠. 제가 아는 것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 브런치에 이를 옮겨 쓰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 무엇이 제일 고민이냐 물으면, 사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바로 사수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주니어가 사수에 대해 고민할까요?

대학에 다닐 때는 혼자가 편하다며 모든 과제를 처리하던 우리가, 왜 회사만 들어가면 사수를 찾게 되는 걸까요? 제 대학 시절, 언제 선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떠올려 보면 공모전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리포트나 시험은 혼자 알아서 할 수 있었지만 공모전은 타인의 평가가 중요하고, 시간은 한정된 데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죠. 그러니 이미 이걸 경험해 본 사람, 선배가 노하우를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찬가지입니다. 사수를 바란다는 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죠. 그런데 여기서 유념할 점은 외부의 압박이 있을 때 사수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선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일이 인사 평가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주니어들은 어서 빨리 성과를 내고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서, 주어진 일을 빨리 해내고 싶어서 사수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엔 일을 가르쳐 줄 사수가 없고, 사수가 있어도 배울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한탄만 늘어놓는 것입니다.



책 제목처럼 사수가 없어도 진짜 괜찮을까요? 사수가 없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수많은 주니어급 사원이 '사수 판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정리하면 ①일터에는 사수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②그 사수는 일을 잘하며 ③자신의 노하우를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줄 것이고 ④나를 성장시킬 의무와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 모두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능력 있고 친절한 사수’는 환상 속의 용 같은,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존재입니다. 완벽한 사수를 만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사수는 없는 게 기본값이거든요.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스스로 배우는 독학자의 태도이지, 빠르고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터득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사수 없는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기지 마세요. ‘사수 품귀 현상’을 인정하고 나면 그때부터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있거든요. 내가 속한 분야에서 내 커리어가 어느 정도인지 여과 없이 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진행하고, 끝맺는 주체는 자기 자신입니다. 누구의 도움으로 내 일이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죠. 사수에 기대어 일하려는 마음 때문에 모르고 살았던 문제들을 인지하고 나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강점을 살리는 자기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자기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 거냐고 궁금해할 거 같은데, 이건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브런치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실제 책에도 실린, ‘실력은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글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말이 있어요. 실력이 부족할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큽니다. 초보자일수록 자신을 중상위권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를 제3자의 눈으로 관찰하는 메타인지 능력이 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이 사수 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수가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조차 모르죠. 연차가 쌓여도 눈앞에 떨어진 것만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더 큰 범위에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렵게 배운 걸 쉽게 알려주기 싫다며 억울해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되는 교육을 받고 리더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선배는 선배를 통해 대물림됩니다. 세 번째는 실력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왔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오르고, 팀장이 되었다면 계속해서 더 많은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똑같은 수준으로 똑같이 일하면서 쌓인 연차만큼 월급을 받아 가겠다는 건 맞지 않죠. 이렇게 마음속으로 정립해 온 제 생각을, 직접 겪은 경험에 녹여 이야기했더니 많은 분이 통쾌해 하시더라고요.

일하면서 만난 사수 중 최악의 사수를 뽑는다면? 

책에서 말했던 사례인데요. 자기에게 떨어진 실무는 잘 해냈지만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팀장이 있었어요. 자기 일에 대해 알 수 없는 이상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죠. 단지 일에 대한 역량이 부족한 것보다, 그런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올라갔을 때가 큰 문제예요. 그런 사람에게 조직에 대한 영향력이 생기면, 너무 많은 사람이 힘들게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니어일 때부터 균형 잡힌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교정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기 발견, 자기 성장에 관심 많은 사람들과 함께 플랫폼을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한달어스’는 어떤 플랫폼인가요? 

제가 공동 창업한 한달어스는 실천하고 기록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랜선 사수’인 리더를 필두로, 사람들이 30일마다 업데이트되는 목표 아래 모여 이를 실천해 내는 커뮤니티에요.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나아진 상태의 내가 되기 위해서는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눈앞에 이를 가르쳐줄 선생님, 선배, 사수가 없다고 좌절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수백 명의 동료를 만나게 하자는 취지로 이곳을 만들었어요. 배운 것을 기록하고, 아는 것을 나누자는 의도로요. 커리어뿐만 아니라 자기 삶의 어떤 부분에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모두 글로 기록하고 공유하고 있고요. 요즘 이런 ‘랜선 사수’ 플랫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달어스야말로 서로가 서로의 사수가 되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미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의미 없고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조직에서 혼자 고민하고, 좌절하며, 방황하고 있을 직장인들에게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서나가는 사람도, 함께 일하는 옆 사람도, 그리고 저 멀리 달리는 사람도 모두 같은 마음을 안고 출근하고 있을 겁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미 당신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한발을 뗀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라는 책이, 직장에서 막막해할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진선

2007년,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해 웹과 앱, 프로모션 페이지 등을 디자인했다. 일하며 마주한 의문들을 열심히 수집하며 답을 찾았으나 번아웃으로 퇴사한 뒤, 프리랜서로 연 수익 1억 원을 거두며 10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다. 2019년, 일터에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관해 기록하기로 다짐하고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연재한 글로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 30일 실천 기록 커뮤니티 ‘한달어스’를 공동 창업해 지금은 사업가, 작가, 디자이너, 자기발견 디렉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는 사람, 실패보다 가능성을 보는 사람, 공감을 넘어 영감까지 주는 사람을 꿈꾼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진선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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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