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독서법』은 독서양육의 관점에서 접근한 독서교육 지침서다. 아이가 10세 이전이라면, 시냅스 독서법을 실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아이가 성장해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독서양육은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만 생애 초기 10년에 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의 공부를 바꾸고 싶다는 충분한 문제 인식과 자기반성이 있고 그에 대한 정확한 솔루션과 로드맵을 갖고 있다면 문제의 뿌리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수 있다.
『시냅스 독서법』이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시냅스 독서법』은 책을 읽을 때 순수하게 느끼는 기쁨, 즉 ‘독서기쁨’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독서기쁨은 우리의 뇌를 바꾸어놓습니다. 뇌는 아기가 태어나서 7세 무렵까지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신체기관이지요. 태아 상태에서는 미처 자라지 않던 뇌세포와 연결구조가 3세까지 빅뱅하고, 또 7세까지 극적으로 성장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 질적인 양육이나 정서적 보살핌, 양질의 독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부모가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뇌 성장을 이끄는 거름과 물, 햇빛이 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독서법들은 이 시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인기 있는 독서법 대다수가 그 이후, 10대 이후의 독서에 관한 것들입니다. 사실 큰 효과를 내기 힘든데도 사람들에게 현혹하는 말로 헛된 믿음을 갖게 합니다.
또 소수의 영유아, 아동의 그림책, 동화책 읽기 관련서적에서도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아이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또한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아이를 거기에 끼워 맞추려고도 합니다. 거의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지요. 이 책에서는 아이가 어떻게 자신에게 가장 맞고, 좋아하는 책에서 질적인 독서기쁨을 느끼고, 그 독서기쁨을 쌓아서 큰 독서애호감을 형성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서기쁨”, “독서애호감’”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많은 부모님들이 학업능력이나 지능 혹은 여러 종류의 발달을 위한 도구로서 책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단지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잘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그 방법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적어도 10세 전 아이의 독서에 대한 접근으로서는 가장 잘못된 방법입니다. 10세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기쁘지 않은 독서는 곧 독서거부감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부모 자녀 간의 사이도 멀어지게 하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독서는 무조건 즐거워야 합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 읽기에서 최고의 기쁨을 만끽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쁨에도 레벨이 있습니다. ‘나쁘지 않아’, ‘싫지는 않아’ 정도여서는 책을 읽지 않은 것만 못합니다. 괜스레 ‘독서는 원래 재미없는 것이야’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책을 읽고 충분하고 큰 기쁨을 만끽해야 합니다. 독서기쁨은 마음의 박장대소와 같은 것입니다. 이때 뇌에서는 공부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샘솟고 시냅스의 밀도가 급격히 촘촘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독서기쁨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서 아이의 감정 뇌에, 깊은 무의식에 독서애호감이 자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독서애호감 덕분에 부수적으로 아이의 인성이 좋아지고, 지능도 발달하고, 긍정적인 정서와 자존감도 자라고, 학령기에 마주할 다양 한 학습 과업을 수행할 학습능력과 배경지식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장님 말씀을 듣기 전에는 이 독서기쁨에 대해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가 ‘독서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부모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무엇보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합니다. 일단 아이들은 작은 경험을 통해 좀 더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갑니다. 그런 아이의 취향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고요. 유전적인 특성 역시 대단히 중요합니다. 세상의 무수히 많은 책 가운데 유독 내 아이가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맞춤 책이 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 학습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책이 내 아이에게는 아무 감흥을 주지 않는 그저 그런 책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좀 더 슬기롭게 내 아이의 맞춤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최신 심리학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이의 성별, 유전적 특성, 발달 단계, 기질과 개성에 맞는 꼭 맞는 책을 골라 독서기쁨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의 성별, 성격, 두뇌 유형, 다중지능 프로파일, 언어지능 수준에 따른 책 읽기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가령 일반적으로 남자 아이라면 공룡이나 기차, 각종 사물에 관한 그림책을 좋아할 것입니다. 또 다중지능 프로파일에서 음악지능이 높은 아이라면 명작 그림책인 알리키 브란덴베르크의 《음악의 모든 것》이 애착 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아이의 취향이나 개성만큼 중요한 것이 제각각 다른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책읽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추어 ‘0~3세’ ‘4~6세’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청소년기’ 단계로 나눠서 각 시기에 적합한 시냅스 독서법 실천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 중에 시냅스 독서법을 통해 ‘사교육쇼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씀이 가장 솔깃했어요.
저는 상담가가 되기 전 꽤 오래 사교육 시장에 몸담아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교육이 주는 득보다 해가 훨씬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해로움은 아이의 학습자발성을 손상시키는 것입니다. 모든 사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감당하기 벅찬 사교육 때문에 고통 받고, 또 마음까지 망가지는 아이들을 무척 많이 만났습니다. 사교육 때문에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진 사례도 많았고요. 부모들의 욕심과 열망이 때로 아이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물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아이의 학력을 높이고 싶은 것이 대다수 부모의 마음이고 그런 열망이 이런 부조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아이와 부모에게 닥칠 불운들을 안전하게 막을 예방 백신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긴 뒤 그 잘못을 돌이키기는 힘듭니다. 훗날을 예견하는 지혜를 가질 때 나쁜 일은 줄이고 좀 더 많은 유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독서애호감을 쌓게 되는 과정은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폭넓은 배경지식, 공부역량까지도 함께 자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즐거운 독서가 수많은 이득들을 무적함대처럼 이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모들 대부분이 그토록 바라는, 공부를 즐기고,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내공이 출중한 아이라면 굳이 이 학원, 저 학원을 떠돌며 시간과 돈,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의 기본적인 공부 조력만으로도 높은 학업 성취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부록에서 〈공부내공을 키우는 마음의 조건 6가지〉를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연구에서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습동기라고 말합니다.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공부를 시켜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학습동기, 학구열은 별천지에 뚝 떨어져서 존재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견인하는 마음근력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저는 죽어라 공부만 하느라 오히려 인성이 나빠진, 사회성이 부족해진, 낙관성이나 긍정감,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을 무척 많이 만났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학습동기도 점점 손상되고 사라지고 맙니다. 공부를 잡으려고 했다가 아이 마음이 무너져 결국 공부도 놓치고 마는 것입니다. 별책부록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독서하며 공부내공을 만드는 마음들인, ‘낙관성’ ‘자신감’ ‘긍정감’ ‘자기주도성’ ‘사회성(집단따돌림)’ ‘정서지능과 영성’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커질 때 아이의 독서애호감이나 학구열도 함께 성장합니다. 또 이런 마음을 깨우고 성장시키는 데는, 감동적인 책 읽기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습니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수업이 늘어나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자기주도학습력을 키우는 독서법이 있을까요?
자기주도학습을 이끄는 마음이 자기주도성과 학구열입니다. 즉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면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자기주도성이 높아야 하고,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커야 합니다. 시중의 많은 독서법 관련 책들이 10세가 넘은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간섭을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는 말로만 가능할 뿐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루어지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많으실 테지만, 만 10세가 넘은 아이에게 강제로 책을 읽히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그때는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된 후입니다. 독서가 좋은 아이는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몇 시간이고 책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반대로 독서가 싫은 아이는 스마트폰 게임 때문에 늘 부모와 다툴 것이고요. 그러니 무엇보다 부모의 긴 안목과 실천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배울 교과서와 아이의 그림책 사이에 긴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 필요한 것입니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는 그림책만큼 재미있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반길 수 있게 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직 여건이 된다면, 이미 늦지 않았다면 아이가 정말 원하고 좋아하는 책 한 권부터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아이의 성향과 관심사를 고려하고, 남이 좋다는 책을 무작정 강요하거나 추천도서목록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가 관심을 바로 그 책부터 시작합니다. 아이가 또 읽고 싶다고 만드는 것이 비결입니다. 그렇게 아이의 책꽂이, 서재에 아이의 애착 책, 최애 도서를 한 권씩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마치 큰 코끼리를 이끌어 짐을 나르는 것처럼, 부모의 지혜롭고 재치 있는 인도가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만날 학습 내용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그림책들도 한 권씩 권해보세요. 아이가 이 징검다리를 잘 건너 교실에서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이 싫거나 어렵지 않게 해주는 목표입니다.
지금도 아이의 책 읽기, 공부와 씨름하고 있는 학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중에 많은 독서 관련 책들은 독서를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는 큰 잘못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학습 과학에 입증된 공부를 즐기고 사랑하는 심층적 학습자가 될 수 없습니다. 책 읽기의 부담이 항상 자신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책을 보기만 해도 반갑고, 펼치기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그 사람의 지능이나 개성, 취향과는 상관없이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책에서 언급했던 퇴계 이황이나 방탄소년단의 RM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독서애호감이 크고, 학구열과 호기심이 출중한 심층적 학습자입니다.
생애 초기 10년의 독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막대합니다. 이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이 만든 해크먼 방정식에서 투자 대비 성과 면에서 생애 초기 10년의 교육 투자가 그 이후의 총투자에 비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중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독서나 공부를 포기하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생애 초기 10년의 노력이 막대한 이득을 보장하기 때문에, 독서 양육의 꽃은 아이가 태어나 10년까지의 기쁨의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즐거운 독서경험이 급격히 성장하는 뇌의 시냅스 사이사이에 독서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차곡차곡 채울 것입니다. 이렇게 생애 10년간의 즐거운 독서는 아이 마음에 좀처럼 넘어뜨릴 수 없는 거대한 성을 만듭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아이와 단 한 권의 책부터 즐겁게 읽어나가셨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순수한 기쁨과 행복이 바로 아이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박민근 15년 동안 3천 명의 관계를 바꿔온 코칭심리전문가. 다년간 대형 심리전문병원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며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해왔다. 저자도 한때는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과 오해로 관계 문제를 겪어 본 적이 있기에 자신의 경험과 오랜 심리 상담에 기초하여 “날 아프게 하는 관계라면 반품해도 좋다”는 심리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는 나의 착함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과 더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서울ND의원에서 문학과 철학, 심리상담을 융합한 인문 치료로 마음을 다친 이들의 심리 회복을 돕고 있다. 저서로는 2017년 세종도서 교양나눔 도서에 선정된 『심리치유 책읽기』와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된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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