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공중 보건 또한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디지털 플랫폼의 관점으로 다시 보면 코로나19는 플랫폼 경제의 성장 속도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 성장 경쟁의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은 미국과 중국은 위기를 발판 삼고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초대형 IT 기업들을 앞세워 플랫폼 제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은 큰 기회를 맞이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중국경제센터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세계 경제와 중국 경제의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며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 저자의 분석을 길잡이 삼아 그 답을 찾아야만 할 때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 경쟁이 치열합니다. 대개 아직까지는 미국의 플랫폼이 강세라고 느끼는데요. 지금 왜 중국 플랫폼을 주목해야 할까요?
미국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원류입니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기술 혁신에 힘입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테크 자이언트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고요. 여전히 미국의 플랫폼이 강세인 것이 사실이며 대중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 시장의 다른 한편에서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 플랫폼은 미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한 후발주자이지만, 최근 들어 양적인 면에서는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어요. 15초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이 대표적이죠. 틱톡은 실리콘밸리에도 없는 중국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억 건을 돌파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국내에서도 Z세대들 사이에서 최고의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국 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중국 플랫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우리가 매일 쓰는 카카오톡이 텐센트 위챗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 플랫폼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자세히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차이나 플랫폼이 온다』를 썼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더불어 코로나19가 중국 플랫폼에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자상거래가 크게 활성화됐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업무용 SNS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사용도 급증했습니다. 또한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온라인 의료 플랫폼이 특수를 맞았으며, 인공지능과 로봇 등을 활용한 무인배송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크게 늘었고요. 한마디로 코로나19는 중국 플랫폼 산업의 발전속도를 5년 정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구조가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 안전과 위기관리가 중요해지고 최첨단 감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디지털 빅브라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을 들 수 있어요. 정치체제가 권위주의적인 데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성장 국면이 심화되어가는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 경쟁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상황에 한국이 취해야 할 행동과 방향을 짚어주신다면요?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고 있는 상황은 이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한국 경제에 분명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코로나19로 경기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기회 요인도 분명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자신만의 표준이 적용된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클라우드와 같은 IT 인프라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중국 IT 업체들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미·중 간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면 그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콘텐츠에 강점을 지닌 한국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요. 실제로 사드 사태 이전에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등 중국 OTT 업체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사기 위해 경쟁하면서 한류의 몸값이 높아졌고, 지금은 넷플릭스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향 콘텐츠 판권 수출이 재개된다면 사드 사태 이전에 중국에서 불었던 한류 열풍이 재현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에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경제 전문가로서 현재 가장 눈여겨보는 중국 플랫폼 기업이나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15초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를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습니다. 틱톡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1세대 플랫폼 기업들도 힘겨워했던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짧은 동영상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바이트댄스는 세계 최초로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이 되었어요. 틱톡이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자 페이스북과 구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라쏘(Lasso)와 탄지(Tangi)라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출시했으나 틱톡의 인기에 눌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페이스북, 구글마저 바이트댄스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는 것은 기술혁신이 더 이상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며, 플랫폼 비즈니스 부문에서 중국의 위상이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죠. 더욱이 바이트댄스는 틱톡과 진르터우탸오(AI 뉴스 앱)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검색엔진, 온라인교육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알리바바, 텐센트와 어깨를 견주는 초대형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중국에서 크게 투자하고 있거나 특별히 확장시키고자 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그 영향력과 성장잠재력은 어느 정도 되나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은 부문 중 하나가 중국의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입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언택트 소비환경에 이미 익숙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더해지며 중국 온라인 헬스케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중국 정부 역시 1선 도시에 편중되어 있는 의료 서비스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헬스케어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안굿닥터(Pingan Good Doctor)를 들 수 있어요. 평안굿닥터는 중국 최대 민영 보험사인 평안보험의 자회사로 AI를 활용해 의료 자문과 예약 진료를 제공하는 중국 1위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입니다. 중국 전역에서 3,000개 이상의 병원과 9만 4,000개의 약국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60여만 개의 유통거점을 보유하고 있죠.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평안굿닥터가 제공하는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올해 1월 22일부터 2월 6일까지 신규 가입자 수와 진료 건수가 전년동기대비 10배나 증가했어요.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중국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의 구조적인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종 규제로 원격의료가 금지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죠.
중국은 빅브라더가 만연한 감시사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과 통제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명암을 무엇이라고 보고 계시나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이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21세기에 디지털 버전으로 말이죠. 중국 정부는 공항, 철도, 거리 곳곳에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통해 사람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스마트폰의 GPS와 QR코드 결제 정보로 사람들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샀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확진자 동선 추적과 접촉자 식별이 중요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됐어요. 물론 이런 감시시스템 덕분에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디지털 감시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식 빅브라더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 책은 저자님의 세 번째 저서입니다.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변화를 주시하며 꾸준히 책을 쓰고 계시는데요. 이후 주목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중국 경제에 관한 세 권의 책을 썼는데, 모두 중국 경제가 중대한 분기점에 있을 때 나온 것이었습니다. 2012년에 출간된 『슈퍼 차이나의 미래』는 중국 경제의 양적 성장과 파급력에 대해 다뤘고, 2017년에 쓴 『차이나 이노베이션』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질적인 혁신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차이나 플랫폼이 온다』는 중국 경제의 양적 성장과 질적 혁신이 결합해 플랫폼 제국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점에 쓴 책이에요. 다음 책을 쓴다면 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앞서 언급한 중국의 도약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해보는 내용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 윤재웅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고 현재 선대인경제연구소 중국경제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거시경제 동향과 IT 혁신산업이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구체적인 산업 동향을 분석하면서도 이를 둘러싼 거시경제적 맥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경제 패러다임 전환과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21세기 한국 경제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슈퍼 차이나의 미래』, 『차이나 이노베이션』 등이 있으며 외부 강연과 칼럼 기고를 통해 대중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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