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첫 그림책 『수박 수영장』 을 발표한 이후 개성 있는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이제는 모든 독자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안녕달 작가. 그의 신작 『당근 유치원』 이 출간되었다. 아기 토끼가 새 유치원에 가서 몸집도 목소리도 크고, ‘힘만 센’ 곰 선생님을 만나지만 점차 선생님과 마음을 나누며 유치원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안녕달 작가 특유의 청량한 상상과 사랑스러운 유머를 듬뿍 담은 작품으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유치원 배경과 생활 모습을 그리면서도 동화적인 따스함이 어려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유년의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응원할 뿐 아니라 매일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려는 교사들의 마음까지 따스하게 위로한다.
작가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성인 그림책을 만들려면 글을 더 잘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글을 잘 쓰려면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으니까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글을 읽는 것에 취미가 전혀 없어서 집중이 잘 안돼요. 책을 읽으려고 펼쳤다가, 한 단락 읽고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다시 한 단락 읽고 ‘어디 인터넷이 안 터지는 절 같은데 들어가야 책을 읽을까?’ 하면서 인터넷에서 템플스테이를 찾아보는 식이에요.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자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낮잠을 많이 자요. 별일 없이 온수매트를 켜고 누워 있으면 금방 행복해져요. 너무 어릴 때부터 많이 누워 지내서인지 사람들이 ‘오래 누워 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하는 말이 잘 이해가 안돼요.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해 주세요.
얼마 전에 숀텐의 『매미』 를 작은 서점에서 보고 꼭 안고 돌아왔어요. 안아주고 싶은 책이에요.
『소금차 운전사』라는 책도 작업실 근처 서점에서 샀어요. 참 쓸쓸한 책이었어요. 『그 많던 디자이너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은 제가 디자인 학과를 나온 뒤 방황했던 기억을 쓰다듬어 주는 책이었어요. 『귤 사람』을 읽으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제주도에 가고 싶어져요. 제가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으로는 만화를 잘 못 보는데 『혼자를 기르는 법』은 책으로 나와 있더라고요. 이야기가 담백하게 어둡고 좋아요.
마감 중일 때 힘을 돋우기 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요새 코코파인 맛 컵 젤리에 푹 빠져서 그 젤리를 하루에 두 컵씩 먹고 있어요. 모나카도 좋아해서 수정과랑 같이 먹고, 과일도 까먹고 팥떡도 사먹고……. 집에서 일을 한 후로는 계속 열심히 먹고 있어요. 보통 너무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못 먹는 상태가 되는데, 이번 책은 초, 중반에 바빴고 오히려 막판에는 잘 먹고 살고 있습니다.
『당근 유치원』은 어떻게 구상하셨어요?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비행기에서 열 몇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그때 노트 들고 이것저것 끄적대다가 『당근 유치원』 콘티를 짜게 됐어요. 제가 ‘이런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그려야지.’ 하고 계획하는 경우는 잘 없고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그리는 편이에요. 아마 그때 제가 호주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했었고, 거기에서 만났던 어린이집 선생님들로부터 일할 때 정말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닌가 해요.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콘티는 7년 전에 호주에서 돌아오면서 짰는데 그 뒤에 바로 『수박 수영장』과 다른 더미들이 계약이 되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그 더미들을 수정해서 책으로 내는 작업을 하느라 『당근 유치원』 콘티는 오랫동안 서랍에서 잠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출판사에서 ‘밝은 이야기’를 원하셔서 당근유치원 콘티를 정리해서 보여 드리게 되었어요. 7년 사이에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해서 콘티를 세심하게 고쳐야 했어요. 원래 콘티에 없던 캐릭터(원장 선생님)를 추가하기도 했고요.스케치하고 채색하는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꽤 오래 들고 있었던 이야기예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소개해 주세요.
주인공 빨간 토끼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바라는 토끼예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더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죠. 잔뜩 심통이 나서 털이 솟고 빨간색이 되었지만 누가 조금만 잘해 줘도 금세 마음을 홀랑 다 줘 버리는 귀여운 토끼입니다. 곰 선생님은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큰, 씩씩한 선생님이에요. 포동포동 폭신폭신한 배가 매력 포인트라 배꼽티를 입고 있어요. 아이들이랑 함께 노는데 최적인 튼튼한 몸과, 늦은 퇴근길에도 아기 토끼들을 생각하면 ‘푸핫’ 하고 웃을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어요. 다람쥐 원장선생님은 자신의 도토리 집을 개조해서 ‘당근유치원’을 차렸어요. 몸집은 작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부지런히 일하는 좋은 분이에요. 열 네 명의 아기 토끼들도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설명하는 것 보다는 직접 한 명씩 찾아보시는 게 더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곰 선생님이나 아기 토끼는 실제로 영감을 받은 모델이 있을까요?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한적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아이가 자신에게만 집중해 주지 않으면 자주 화를 냈어요. 저는 여러 아이를 돌봐야 했는데 그 아이 때문에 곤란했어요. 어느 날은 아이들이랑 함께 달리기 시합을 하고 노는데 그날은 저도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달려서 그 아이를 계속 이겼어요.그랬더니 그 아이가 “아무리 해도 저 이모를 이길 수가 없어.” 하면서 울더라고요. 그때는 그 아이가 버겁고 힘들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아이한테 더 잘해 줬다면 달랐을까 하는 후회가 됐어요. 반성문처럼 화난 빨간 토끼를 그린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미디어에서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잖아요. 그런데 제가 만난 어린이집선생님은 씩씩한 사람들이었어요.그런 선생님이라면 화가 많은 아이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씩씩하고 체력 좋은 곰 선생님을 그렸고요.
『당근 유치원』 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요?
곰 선생님이 퇴근하는 장면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할 때 9시에 퇴근해서 제 방으로 돌아가는데 그 집 문을 닫고 나오면 별이 보였어요. 그 장면을 보면 그때 퇴근하던 기분이 생각나요. 지금도 퇴근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요.
『당근 유치원』 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앞부분을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할 때 친구가 자기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을 만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어요. 여러 선생님들 사이에 머리에 뽕을 잔뜩 넣은 선생님이 한 분 있었대요. 그 선생님은 자기 아이의 선생님이 아니길 바랐는데 바로 그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었다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고 항상 잘해주셔서 엄청 좋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친구랑 깔깔거리면서 나눈 대화였는데, 나중에 『당근 유치원』 수정한 걸 보니 그때 친구와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되어서, 나중에 친구에게 밥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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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kbk303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