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 배우 김찬호
2월에만 <마마,돈크라이>를 비롯해 <마리 퀴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까지 세 작품의 개막을 앞두고 있거든요. 그래서 좀처럼 배우들을 만나기 힘든 월요일 오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찬호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글ㆍ사진 윤하정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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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DC]드라큘라백작_김찬호_프로필사진(페이지1_알앤디웍스_제공).jpg

알앤디웍스 제공

 

 

창작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2월 28일부터 5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됩니다. 사랑을 얻고 싶은 인간과 죽음을 갈망하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인데요. 초연부터 6개 시즌 모두 참여하고 있는 허규 씨는 물론이고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는 은퇴하겠다던 송용진, 이번에 새로 캐스팅된 백형훈, 양지원, 최민우, 노윤 씨까지 모두 15명의 배우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김찬호 씨인데요. 그의 행보를 쭉 지켜봐온 관객이라면 지금 그 어느 배우보다 바쁘게, 그리고 독특하게 무대에 서고 있는 김찬호 씨의 근황이 궁금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를 공연 중이고, 2월에만 <마마,돈크라이> 를 비롯해 <마리 퀴리>,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 까지 세 작품의 개막을 앞두고 있거든요. 그래서 좀처럼 배우들을 만나기 힘든 월요일 오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찬호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20MDC]10주년포스터(페이지1_알앤디웍스_제공).jpg

알앤디웍스 제공

 

 

저녁에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공연하고, 다른 작품 연습은 요일별로, 또는 오전, 오후 나눠서 하고 있어요. 다행히 <마마,돈크라이> 는 했던 작품이고, <마리 퀴리>나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 에서는 제 분량이 많지 않아서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에서는 1인 2역이잖아요. ‘지금 내 안에 5명 있다’인 상황인가요?


모든 인물이 저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는 두드러지는 성향이 있지만, 그 안에는 여러 성격과 감정이 있잖아요. 그래서 공연하는 순간에는 그 사람이 되는 거죠.

 

‘김찬호 씨가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안에 발현되지 못한 다른 감성들이 있는 건가요(웃음)?


일단 그렇게 얘기해주시면 감사하죠(웃음). 저는 영화로 예를 들면 <인생은 아름다워>나 <뷰티풀 선데이>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인데, 악역을 많이 맡긴 해요. 아무래도 이미지 때문인 것 같은데,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어요. 생각하기 나름인 게 선과 악이 있다면 ‘무엇이 선한 것이고 무엇이 악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제3자가 하는 거죠. 스스로 나쁜 놈이라고 시작하면 재미없잖아요. 당사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무엇이든 정당하거든요.  

 

이미지를 언급했는데,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입체적이라서 메이크업을 통해 더 다채로운 변신이 가능한 것 같아요. 눈동자 색깔도 남다르잖아요. 배우로서는 장점이기도 할 텐데요.


그렇죠, 부모님께 감사해요.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공연 역시 캐릭터가 가지는 이미지가 중요하잖아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에서 그레이맨 같은 경우 제가 연출님께 따로 얘기해서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을 시도해 보기도 했어요. 호일펌이라는 건 처음 해봤는데, 다른 그레이맨들도 비슷하게 따라하더라고요(웃음).

 

 

[18MDC]드라큘라백작_김찬호_공연사진(페이지1_알앤디웍스_제공).jpg

알앤디웍스 제공

 

 

그림자를 사는 그레이맨도 그렇지만 ‘사람 아닌 캐릭터’를 유독 자주 맡고 잘 소화하시죠. 소속사가 한몫했네요. <록키호러쇼(외계인 리프라프, 프랑큰 퍼터)>, <더데빌(어둠의 상징 X블랙)>, 다음 작품인 <마마,돈크라이(드라큘라 백작)>까지 모두 알앤디웍스에서 제작했잖아요.


그러네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저한테 어울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는 해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인간적인 인물이나 진한 멜로 작품을 해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디렉터가 주문했을 때 뭐든 잘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 인물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같은 경우는 정말 재밌게 공연하고 있거든요. 몸 쓰는 것부터 노래, 연기까지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객들도 재밌게 보시고 인생 캐릭터라고까지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마마,돈크라이> 는 지난 시즌부터 참여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오히려 이미 갖춰진 드라큘라 백작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서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제 성향은 프로페서V에 가까워요. 그런데 드라큘라 백작으로 제안을 받았고, 이미 많은 분이 해왔기 때문에 나만의 색깔을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죠. 매혹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가 형성되지 않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야성미 있는 백작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목소리도 많이 긁고. 이번에는 좀 더 깊이 있게, 넘버도 더욱 클래식하게 부르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마마,돈크라이>의 경우 프로페서V, 드라큘라 백작 각각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 중간 남성적 → 감성적으로 정정합니다.


2인극인데 15명의 배우가 참여합니다. 배우 입장에서는 더 힘들겠는데요.


아무래도 연습 기간에 호흡을 많이 맞춰봐야 공연할 때 편하긴 하죠. 그런데 이번 무대는 특별공연 같은 느낌이 강해서 즐기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라이브 무대의 묘미이기도 하고. 암모나이트 같은 (고)영빈이 형부터 시조새 허규 형, 삼엽충 (송)용진이형, 뉴캐스트들과의 신선한 케미도 재밌을 것 같고요. 

 

배우로서 무대에서 직접 느끼는 <마마,돈크라이> 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음악이요. 노래가 자극적이면서도 선율이 아름답고 좋아요. 그리고 V의 감성적인 드라마 라인과 드라큘라만의 매혹적인 볼거리, 안무도 격정적이거든요. 관객들과 하나 되는 면도 있을 텐데, 지난 시즌에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장면은 신기하더라고요. 커튼콜 때도 마치 콘서트 같고. 관객분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요즘 작품 선택할 때는 어떤 면을 가장 고려하나요?


제가 작년에 했던 작품을 보니까 <더 데빌>의 X블랙부터 <록키호러쇼>의 프랑큰 퍼터, <리진스키>의 리진스키, <히스토리 보이즈>의 어윈 등 새로운 것들 위주로 했더라고요. 개막을 앞두고 있는 <마리 퀴리>의 루벤 뒤퐁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마리 퀴리에게 투자하는 야심 있는 사업가예요. <셜록홈즈 : 사라진 아이들> 의 에드거는 아픈 사연이 있는 순정남이고요. 배우로서는 모험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안 해본 캐릭터,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20MDC]드라큘라백작_김찬호_캐릭터컷(페이지1_알앤디웍스_제공).jpg

알앤디웍스 제공

 

 

그럼 이후 작품도 전혀 다른 캐릭터인가요?


인터뷰 때마다 얘기해놓고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마음먹고 비행기 티켓을 끊으려고 해요. 6월에 하자는 작품 하나는 고사했거든요. 아내(박혜나)도 일본에서 <데스노트> 끝나면 3월 초쯤 들어오니까 이번에는 진짜 떠나려고요.

 

그러고 보니, 지금 두 분 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네요(웃음). 부부가 같은 일을 하니까 좋은 점이 많죠?


정말 그러네요(웃음). 좋은 점이 많죠. 같이 대본도 보고, 조언도 해주고. 배우들은 회사 다니는 분들과 생활하는 시간도 좀 다르잖아요. 가장 좋은 건 결혼하고 나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도움이 많이 돼요. 와이프는 선생님이 두 분이나 있더라고요. ‘저렇게 노래 잘하는 친구도 끊임없이 공부하는구나’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3년 정도 한 주도 안 빠지고 레슨을 받고 있는데, 항상 응원해줘요. 노래를 공부할수록 신기하게 더 많이 찾아주시고요.

 

가창력이 단단해지면 할 수 있는 작품도 많아지죠?


이런 얘기 하면 좀 웃기지만, 이제 노래하는 데 어려움이 별로 없어요. 어떤 노래든 저음부터 고음까지. 과거와 비교하면 새로 태어난 셈이죠. 배운 걸 무대에서 써먹는 게, 마치 시험공부 했는데 다 아는 문제가 나오는 것처럼 재밌어요. 아내와 함께 서고 싶은 무대도 많고요.

 

그럼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도 있겠는데요? 아직 연초니까 마지막으로 새해 희망을 들어볼까요?


저는 욕심이 별로 없어요. 지금 일하는 게 행복하고, 삶에 만족하고요. 그래서 가장 바라는 건 건강이에요. 건강해야 일도 재밌게 할 수 있잖아요. 나중에 오페라를 해보고 싶긴 해요. <오페라의 유령> 같은 작품도 좋고. 배운 걸 시험해 보고 싶다고 할까요. 매체나 영화로 가고 싶은 것보다 오페라 무대에 서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노래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는데, 연기 잘하는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게 최종 목표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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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