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베어, 포크의 끈으로 묶은 감성
빛을 발하는 음악들과 생소한 사운드 속에는 낙엽이 지는 아련한 감성이 숨어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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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데뷔작 는 비교적 단순한 포크였으나 2011년 2집 와 2016년 3집 <22, A Million>에서 활용한 현악기, 관악기, 전자음은 본 이베어를 실험적인 밴드로 만들었다. 다양한 소리로 음악을 구성한 이번 도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자신들만의 음울한 감성을 놓치지 않았으며 포크의 끈도 잘 엮어 팀의 뿌리를 튼튼하게 다졌다.

 

1집을 떠올리게 하는 포크,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시사이저의 사운드, 이펙트 가득한 보컬까지 본격적으로 앨범을 여는 「iMi」는 시작부터 의 매력을 드러낸다. 여러 소리가 얽힌 가운데 우울감이 맴도는 본 이베어만의 개성은 이후 주술적인 느낌의 「We」와 현대적인 「Holyfields」로 평범하지 않은 결을 과시한다. 날것의 를 다듬고 복잡했던 <22, A Million>을 정리해 얻은 결과를 음반의 초반부터 장식해 변화를 암시한다.

 

의 중심은 앨범에서 중간 지점을 차지하는 「Hey, Ma」, 「U (Man like)」, 「Naeem」이 담당한다. 확실한 멜로디로 호소력을 발휘하는 보컬과 익숙한 분위기를 이끄는 피아노가 음악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인다. 브루스 혼스비의 연주가 흡인력을 자랑하는 「U (Man like)」는 그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1986년 넘버원 싱글 「The Way It Is」의 영롱한 피아노 연주가 떠오른다.

 

자유로운 노래를 찾는 팀의 리더 저스틴 버논은 카니예 웨스트의 2010년 의 「Monster」 등에도 참여해 얻은 실험성의 토대를 쌓기 위해 피처링을 늘렸다. 브루스 혼스비의 「U (Man like)」를 비롯해 제임스 블레이크가 참여한 「iMi」, 와이 오크로 활동하는 젠 와스너의 「Faith」처럼 동료 뮤지션들의 합류가 도드라진다. 저스틴 버논의 일인 밴드로 출발한 본 이베어는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룹으로 확장했고 친한 음악가와 합작하면서 음악의 의미를 넓히고 있다.

 

음반의 장점을 나열했지만 본 이베어의 음악은 여전히 쉽지 않다. 「Hey, Ma」, 「U (Man like)」 정도를 제외하면 뚜렷한 멜로디를 확인하기 힘들며 <22, A Million>부터 확연했던 타악기 연주도 거의 없다. 어렵다는 말이 반드시 부정적이라는 뜻이 아닌 것처럼, 높은 진입 장벽을 넘어서면 빛을 발하는 음악들과 생소한 사운드 속에는 낙엽이 지는 아련한 감성이 숨어 있다. 본 이베어의 는 그 고통의 과정을 거쳐야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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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