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골목을 구석구석 걸어보고 싶습니다. 맛집보다 맛집을 찾으러 가는 길이 좋습니다. 낡은 나무 냄새와 커피 향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사람과 풍경, 사물 등을 펜 드로잉으로 담아내는 설동주 작가의 첫 번째 책 『동경식당』 이 출간되었다. 시간을 머금은 카페, 미술관 속 맛집, 젠 스타일 도쿄투어 등 11가지 테마로 즐기는 도쿄 잇트립(eatrip) 안내서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정보 위주인 기존의 가이드북과 달리, 필름사진과 드로잉으로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입혔다는 사실이다. ‘과연 일러스트레이터가 쓴 여행책은 어떤 점이 다를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책과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동경식당』 이라는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독립출판물만 출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도시들의 이곳저곳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는 ‘CITYTREKKING’이라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도쿄는 천천히 들여다볼수록 서울과 다른 또 다른, 묘한 매력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저만의 시선으로 찾아내어 기록한 도쿄의 얼굴을 언젠가 책으로 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중, 출판사로부터 출간제안을 받았습니다. 도쿄에 안 가보신 분들도 공감해야 하므로 ‘맛집’이라는 주제를 골랐지만, 결국은 맛집과 음식을 통해 도쿄라는 도시의 매력을 전하는 책입니다. ‘맛있는 풍경 속 나홀로 도쿄투어’라는 부제처럼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재미도 담고 있습니다.
드로잉과 필름사진으로 만든 여행 책이라는 게 인상 깊었는데요. 어떤 의도였나요?
여행책에서 정보전달이 중요하긴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만 검색하면 정보는 다 나오잖아요. 짜임새 있는 여행 어플도 많고요. 따라서 여행정보를 어떤 느낌으로 보여줄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게 드로잉이고 실제 그림을 그리면서 여행하니까 어찌 보면 저에게는 당연한 작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필름사진을 꾸준히 찍어왔는데 필름사진과 드로잉, 도쿄라는 도시가 묘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독자 분들도 그 3가지의 조화에 공감해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평소 여행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아직까지는 ‘도시 여행자’에 가까운 것 같아요. 대자연에서 휴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도시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도시여행의 매력은 기록인데요. 저에게 여행이란 마냥 아름답고 멋진 것들을 감상하기보다는 평범하고 흔해 보이는 일상에서 새로운 모습들을 찾아내고 매일매일 변해가는 장면들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 밖에 자주 찾는 여행 스폿이라면, 유명 관광지보다는 미술관이나 빈티지 소품숍, 문구점 등이 있겠죠?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정말 전부 맛있었는데요(웃음). 그중에서도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나왔던 수프카레가 최고였어요. 에비스역 부근 주택가에 있어서 찾아가기도 조금 어려웠고, 심지어 1시간 넘게 기다려서 먹었는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었습니다. 가격이나 분위기도 적절했고요.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 외에 도쿄로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긴자에 있는 겟코소와 이토야라는 두 문구점을 함께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두 곳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문구점이지만, 도쿄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은 같습니다. 두 곳 다 멋지지만 어느 쪽이 내가 더 좋아하는 도쿄의 모습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주로 도시의 어떤 모습을 보면 그리고 싶어지나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신가요?
디테일이 많은 스타일의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다 보니, 도시의 건물들이나 간판 안의 텍스트 등 복잡한 모습들을 보면 그리고 싶어집니다. 그런 맥락에서 복잡한 도시의 느낌을 주는 홍콩을 가보고 싶네요. 생각만 해도 그릴 것들이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기록하는 작가님만의 도구가 궁금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 짐을 많이 챙기지 않으려 하지만 몰스킨 라지 사이즈 한 권(새 것으로)과 라미 만년필은 꼭 챙겨갑니다. 최대한 열심히 새 노트 한 권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기록하고 수집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필름카메라 두 개와 자료용 디지털카메라 하나, 필름은 10롤 정도 챙겨갑니다. 대부분 오래된 카메라들이어서 가끔 불편하기도 하지만 오래된 느낌의 결과물이 좋아서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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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식당설동주 저 | 비컷
상황에 맞게 추천하고 싶은 맛집들을 펜 드로잉과 필름사진으로 담았다. 페이지마다 도쿄 감성이 물씬 배어나는 책이지만, 도쿄 잇트립(Eatrip)이라는 주제에 걸맞게끔 정보 또한 충실하게 담았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