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말로 SNS 포스팅으로 문자로 채팅으로 다가오는 우리말. 오늘 하루, 우리는 우리말을 얼마나 올바르게 사용했을까요? 말은 자칫하면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무기나 흉기가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려는 노력은 참으로 귀합니다. 『우리말 교실』  은 그 출발점인 우리말의 기본 공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맞춤법이 헷갈리는 이유는 발음과 표기가 다르기 때문이니 기본 규칙과 예외를 잘 기억하라. 또 우리가 하는 말의 법칙인 문법과 말의 표현인 비유법으로 보는 우리의 말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우리말 어휘학자’이신 걸로 아는데, ‘우리말 어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는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낱말에 관심이 아주 많았습니다. 단어를 보면 무슨 뜻일까 궁금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언어에서 소리나 문법은 어릴 때 대부분 완성이 됩니다. 그래서 주로 규칙을 연구하게 됩니다. 반면에 어휘는 평생 자라는 부분입니다. 평생 공부하고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휘를 공부하면서 저의 세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말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사고와 깨달음도 공부하게 됩니다. 어휘 중에서도 어원에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이유겠네요. 여러분도 어휘 공부는 평생 동안 하셔야 합니다.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기기 바랍니다.

‘우리말’은 어떤 언어인가요?

우리말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말에는 그래서 정이 담겨 있고, 감정의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감정의 표현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형용사가 세밀하게 발달하였고, 의태어도 많습니다. 동사나 형용사가 중요한 언어여서 주어나 대명사는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주어나 대명사의 생략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은 맥락이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책 『우리말 교실』  을 쓰시면서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우리말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국어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어 공부가 재미없다면 그것은 재미없게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쉽게 설명하여야 합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게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외가 있을 경우에는 재미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예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예를 제시하면 원리가 어려워도 쉽게 따라 오게 됩니다. 제 책에 있는 양염쥐, 고세회수. 뉴욕 커피숍 등의 예를 보면 알 겁니다.

세계를 다니시며 ‘우리말’ 강연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세계인들은 우리말의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나요?

세계는 점점 한국어에 관심이 깊어져 갑니다. 재외동포도 한글학교에서 우리말을 많이 배우고 있고, 세종학당에서 외국인도 한국어를 많이 배웁니다. 한국어는 세계 속에서 작은 언어가 아니라 매우 매력적인 언어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글의 창제원리부터, 한국인의 신체 언어, 속담까지 재미있는 우리말의 모습을 한국인의 사고와 연계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보통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제 강의를 많이 듣는데 요즘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제 강의를 듣고 싶어 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저에게 와서 정말 재미있었고,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어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BTS의 세계적인 열기가 대단합니다. 덕분에 세계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들었는데, 체감을 하시는지요?

스웨덴에 특강을 갔을 때 길에서 스웨덴 초등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이라고 대답했더니 한 목소리로 BTS를 외쳐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주로 유럽이나 미국은 한류가 덜 느껴지는 곳인데 BTS가 그 벽을 허물고 있는 느낌입니다. 특히 비티에스 덕분에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아이돌이라는 점에서도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세계 사람들이 아름다운 삶을 사는데 기여하기 바랍니다.

BTS가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부르는 점도 매우 기쁜 일입니다. 어쩌면 모두 자신의 모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게 좋겠죠. 한국어를 따라하고, 외우고 공부하는 외국인을 보면서 우리도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더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가수와 배우들이 세계와 소통하기 바랍니다.

가끔 우리도 우리말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왜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원래 말은 어려운 겁니다. 한국말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자꾸 한국어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언어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가르쳐 보면 한국어를 1 년 만에 잘 배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어가 아주 어려운 언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높임법이나 어미의 활용이 복잡해 보여서 그럴 겁니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별로 틀리지 않고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어휘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요즘에 보면 쉬운 어휘도 잘 모르고, 비슷한 어휘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이 절간 같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속’과 ‘안’의 차이점은 무얼까요?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휘력이 사고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과 화해의 움직임이 일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도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우리말의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설레는 일일 걸로 예상됩니다.

저는 북한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야기를 할 때 통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이질화는 많이 진척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씩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면 서로 이해 못하는 말이 늘어나게 될 겁니다. 지금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가까워지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표기법, 띄어쓰기, 외래어 등에서는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글 자모의 이름도 서로 다릅니다. 더 늦기 전에 서로의 말을 더 연구했으면 합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서로의 방송을 시청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 시리즈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연구를 계속하고 싶으신 분야가 있다면요?

우리말 시리즈는 우리말 선물, 우리말지혜, 우리말 교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 특색이 있습니다. 우리말 선물에는 쉬운 우리말 중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어휘가 많이 담겨있습니다. 쉬운 말이지만 깊은 뜻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말지혜에는 우리 감정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서 위로가 될 만한 어휘가 많이 담겨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말 교실은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내용이 많습니다. 맞춤법도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어서 정말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제 책을 읽고 우리말이 좋아졌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말 공부가 재미있고, 우리말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시기 바랍니다.

저는 언어를 통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공부하는 분야는 언어와 사고에 관한 부분입니다. 저는 요즘 철학, 종교, 문화, 역사에 대한 책을 폭넓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언어 공부를 해서 마음이 힘든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는 우리말 책을 쓰고 싶습니다. 우리말만 잘 알아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