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가 개막했습니다. 학문에는 완벽하지만 사랑에는 서툰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개발해 500년 전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는 이야기죠. 독특한 소재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시즌마다 마니아 관객들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2인극인데요. 이번 시즌에도 오리지널 캐스트 허규, 송용진 씨부터 조형균, 김찬호, 윤소호 등 새로운 배우들까지 모두 13명의 배우가 색다른 조합으로 특유의 매력을 발산할 예정입니다. 특히 송용진 씨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이 <마마,돈크라이> 마지막 무대라고 밝혔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연출이 원하는 그림이 있어서 이번 공연에는 살짝 바뀐 게 있어요. 아예 확 바뀌면 모르겠는데, 이렇게 조금 바뀌면 헷갈려요.”
과거에 했던 작품은 대사가 기억 어딘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나요?
“남아 있어요. 하다 보면 나오더라고요. 머리로만 외운 건 까먹는데 몸으로 익힌 건 몸을 움직이면 나와요. 그래서 몸에 많이 배여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씩 바뀌는 게 더 힘들어요”
그러게요. 두세 번 참여한 같은 공연이 많지만, <마마,돈크라이> 는 그야말로 최다 참여 작품이 아닐까요? 진화 과정을 다 알고 있는 산증인이시잖아요.
“네 번째 시즌이긴 해요. 허규가 초연부터 했으니까 그야말로 산증인이고. 다들 이 작품 하면서 고생 많이 했어요. 스토리 자체가 구멍이 좀 많아서 대사 하나하나 다 같이 만들면서 구멍을 메꿔 나갔거든요. 어느 정도 정리된 게 지난 시즌이에요.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 역사의 중심에 제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증이 있죠(웃음).”
그래도 시즌 때마다 화제였잖아요. 캐스트도 쟁쟁했고요. 이번에도 모두 13명의 배우가 참여하는데, 어느덧 가장 선배네요(웃음)?
“네, 그래서 마음이 좀 아파요. 원래 (고)영빈이 형이 큰형 자리를 지켜주셨는데(웃음).”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 건가요(웃음)?
“지난 시즌을 끝으로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연 때부터 엄청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작품도 탄탄해졌고, 무엇보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후배들이 해야 할 작품이 아닐까. 물론 프랑큰 퍼터나 셜록 홈즈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지만, 20대의 훨훨 날아다니는 역할은 이제 못하겠어요. 나이 많은 배우가 어린 역할 하는 것처럼 보기 싫은 것도 없거든요. 내려놓을 때는 내려놔야죠. 작품 많잖아요. 저한테 맞는 작품이 없으면 제가 만들어서 할 거예요(웃음).”
생각은 그렇지만 막상 배역의 노선이 바뀌면 섭섭하지 않을까요?
“섭섭하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하고 싶은 거 다 해봤거든요. 뮤지컬 하면서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 <헤드윅>, <록키호러쇼>, <렌트>였는데 이미 오래 전에 다 했기 때문에 이후에는 욕심 내지 않고 즐겼어요. 창작은 욕심이 나긴 해요. 캐릭터를 만들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나왔을 때 희열이 있거든요.”
그럼 창작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의 매력은 어떤 건가요?
“일단 음악이 좋고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러브스토리잖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데, 사랑을 얻기 위해 정말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져서 특히 여성 관객들이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마마,돈크라이> 에서 좋아하는 대사나 넘버가 있나요?
“대사나 넘버보다는 특정 장면을 좋아해요. 1시간 넘는 무대는 마지막에 프로페서V가 드라큘라가 돼서 메텔을 만나는 장면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그 장면을 위해 앞에서 처절하게 망가지고 힘을 쓰고. 그래야 마지막 순애보적인 사랑이 더 빛이 나고 감동적이거든요. 그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드라큘라 백작은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캐릭터도 잘 하시잖아요(웃음).
“기럭지가 안 돼서(웃음). 제가 생각하는 백작의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그 이미지와도 안 맞고. 그리고 드라큘라 백작보다는 프로페서V가 제 성향에 더 맞아요.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고, 연기를 잘해야 하는 역할이거든요. 제가 고생하면 백작이 싹 따먹긴 하죠(웃음). 공연 앞부분에 혼자 30분 동안 용을 쓰는데, 결국 백작 등장시키려고 그러는 거거든요.”
송용진 씨가 생각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는 어떤 건대요?
“대사에도 나오잖아요. 너무 아름답고,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고, 남녀를 떠나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그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그런 외모의 소유자여야 하는데, 냉정하게 제가 그런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웃음). 후배들과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백작은 잘 생긴 걸 떠나서 차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백작은 인간의 움직임을 쓰면 안 된다. 걸음걸이 하나, 손동작 하나하나가 달라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역대 드라큘라 백작 가운데 송용진 씨가 생각하는 백작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일까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나이 차이가 많은 후배들과도 함께 작업하게 되는데, 자극을 받는 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연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제가 못 가진 걸 상대가 가질 수 있거든요. 같이 연기하다 보면 ‘얘는 이런 게 참 좋네’ 반하면서 공연할 때도 있어요. 최근에는 윤소호 배우가 인상적이었어요. 진중하다고 할까요.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연기 외에 뭔가를 하고 있잖아요. 요즘은 어떤가요?
“그렇죠,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요즘은 연기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영화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카메라, 영상, 편집 공부도 하고.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노래 불러주는 남자>라는 공연이 있는데, 그걸 25분짜리 단편으로 만들고 있거든요. 예쁠 때 마저 촬영하려고 초록색이 좀 더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6월쯤에는 어딘가에서 시사할 계획이에요. 다른 영화도 계획 중이고, 만들고 싶은 공연도 있고, 올해는 음반도 낼 계획이고요.”
작품을 쉬지 않고 하는데, 그럴 시간이 있나요?
“틈틈이, 열심히 하는 거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뭔가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유튜브에도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지인들과 술이나 차를 마시는 시간은 거의 없어요. 많이 아쉬운데,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플레이어라는 일은 놓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크리에이터로서도 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거든요. 음악영화나 뮤지컬영화를 만들고 싶고, 해외 유학도 어떨까 생각 중이고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자는 시간도 아까워요.”
일단 <마마,돈크라이> 는 끝내시는 거죠(웃음)?
“당연하죠.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에 마지막 무대라 더 집중하고 있어요. 좀 더 깊은 걸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후회 없는 무대여야 하잖아요. 마지막 가는 길 꽃 한번 뿌려주시면 멋있게 백라이트 받으면서 퇴장하겠습니다(웃음).”
혹여 송용진 씨가 은퇴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마마,돈크라이> 만 마지막 무대고요, 올해만 해도 그를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영화, 음반 등 다른 장르에서 색다른 모습으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고 보면 송용진 씨를 인터뷰해 온 10여 년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인데요. 그렇게 넘치는 꿈과 에너지가 무대 위 판타지 가득한 배우 송용진의 특별한 모습을 만드는 거겠죠? 송용진 씨가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