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벗고 기름때 묻힌 뮤지컬 <올슉업>의 안시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꾸며지는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이 6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글ㆍ사진 윤하정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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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꾸며지는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이 6월 17일부터 8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노래만 17곡에 미국에서만 1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하지만 뮤지컬 <올슉업>에서 그는 한껏 폼 잡는 풋내기 청년이죠. 상당히 느끼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라서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면 어떤 배우가 엘비스를 연기할까 궁금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휘성, 김성규, 최우혁 씨가 블루 스웨이드 슈즈를 신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캐스팅을 확인한 뒤 이들보다 더 궁금했던 배우는 바로 나탈리 역을 맡은 안시하 씨였습니다. 무대 위에서 항상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던 그녀가 기름때 묻은 바지를 입고 급기야 남장까지 할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물론 아는 관객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그녀에게는 훨씬 다채로운 모습의 ‘과거’가 있죠. 이래저래 안시하 씨가 궁금했던 기자는 대학로 인근에 자리한 연습실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연습이 진행되고 있어요. 낮에 1막 스케치를 하고, 저녁에 1막 런을 돌았어요. 이게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보통 스케치하는 데만 며칠이 걸리는데. 예전에 이 작품을 하셨던 배우들이 선을 잡아 놓은 상태라 어떤 걸 해도 잘 받아주시고, 처음 하는 배우들도 동화돼서 그런지 단합이 잘 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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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예인이 많이 캐스팅돼서 초반에는 좀 서먹서먹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연습실 분위기가 좋은가 봅니다.


“요즘은 작품에 연예인이 항상 있다 보니까 그런 경계가 없어요.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초반에 좀 낯을 가리기도 하지만,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열심히 배우려고 하거든요. 저도 예전에는 낯을 많이 가렸는데 작품을 오래 하다 보니까 이제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는 도가 튼 것 같아요.”

 

객석에서 보면 서구적인 마스크에 차가운 이미지라 다가서기 힘들 것 같은데,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많이 털털해요. 제가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차갑고 새침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먼저 내려놓고 다가가는 편이고요. 이미지 때문에 초반에는 여성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사실 아주 여성적이지는 않거든요(웃음). 상남자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래서 <올슉업>에서 나탈리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2012년 연말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시작으로 <해를 품은 달>의 연우, <프랑켄슈타인>의 줄리아, <신데렐라>의 신데렐라 등 대극장 무대의 여주인공으로 화려한 의상만 입어온 듯 한 안시하 씨에게는 사실 주목받지 못한 10년의 시간이 있었죠.


“아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소극장 무대에만 쭉 서다 방송도 도전했다, 10년 채우고 2012년 딱 12월까지만 하고 그만 두려고 했는데 영화처럼 <아이다>에 캐스팅된 거예요. 제 사주가 남들보다 노력을 몇 배로 해야 얻을 수 있대요. 그런 걸 믿는 건 아니지만, 정말이지 늘 그랬던 것 같아요. 타고 나서 금방 쟁취하는 분도 있고, 운이 좋은 분도 있는데, 저는 항상 관리하고 도전하는 데도 쉽지 않았거든요.”

 

그럼 배우로서 2012년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가요?


“너무 다르죠. 일단 작품 리딩할 때 자리가 달라요. 주연과 조연, 앙상블석이 따로 있는데, <아이다> 이후 <프랑켄슈타인> 초연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앞자리에 앉아도 되나? 내가 이런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제 자리가 아닌 것 같고, 자꾸 저에게 주목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게 어색하더라고요.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부담은 돼요.”

 

주인공이 된 뒤 무대 위에서 다른 점이라면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을 상대역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거잖아요(웃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역은 누구일까요?


“역시 <프랑켄슈타인> 초연 때였어요. 아직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은 데다 ‘내 능력에 이런 역할을 맡아도 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 배우들이 유준상, 류정한, 박은태, 한지상 씨 이러니까. 리딩을 2~3주 넘게 하는데, 리딩만으로도 너무 벅차더라고요. 정말이지 제가 그 배우들과 나란히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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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덧 모두를 리드해야 하는 위치네요. 특히 <올슉업>에서는 뮤지컬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이 많잖아요.


“그렇죠, 엘비스나 나탈리를 맡은 인물들이 다들 뮤지컬로는 두세 번째 작품이고 저보다 어리니까 제가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어요. 어미 새 마냥 챙겨주고요(웃음).”

 

나탈리가 오매불망 바라보는 엘비스인데요. 세 명의 엘비스는 많이 다른가요?


“너무 달라요. 휘성 씨는 예전에 <조로> 때 작품을 같이 해서 친한데 약간 흑인 래퍼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 흔적이 보이더라고요. (최)우혁이는 뮤지컬배우니까 딱 떨어지는 엘비스의 모습이 있죠. (김)성규는 연습실에서는 아직 조심스러운데, 이런 친구들이 무대에 가면 자기도 모르는 것들이 빵빵 터져요. 아이돌 친구들은 무대 위에서 남다른 힘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 작품을 2007년 국내 초연 때부터 봤습니다만, 사실 스타일이 좀 올드하고 스토리도 유치한 면이 있잖아요. 안시하 씨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요?


“저는 <올슉업>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어요(웃음). 그런데 작년에 <신데렐라> 하면서 힐링이 많이 됐어요. 죽고 죽임 당하고, 울고 싸우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신데렐라>는 무대 위에서 받는 힘이 있더라고요. 커튼콜 때도 정말 행복하고요. 이렇게 행복한 작품은 배우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서로 나눠요. <올슉업>도 그런 분위기예요. 전 시즌에 왕용범 연출님이 각색을 하셨다고 하니 믿음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아서 올 여름은 시원하게 즐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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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참에 이상형도 한번 물어볼까요? 나탈리잖아요. 이런 질문 참 오랜만에 해보네요(웃음).


“저도 오랜만에 얘기해 보는데요(웃음). 엘비스 같은 남자 말고, 현실에서 엘비스 같은 남자 만나면 큰일 나죠. 일단 제 일을 다 이해해주는 사람, 이해에는 의사소통이 된다는 말도 포함되겠죠? 그리고 남자답고, 리더십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되 고집과 아집이 아닌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남자요. 현실에는 없겠죠(웃음)?”

 

쉽지 않네요(웃음). 이상형이 뚜렷한 것처럼 배우로서도 출발선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스스로 증명하며 살아온 길이니 분명한 신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항상 관리와 노력이 없으면 끝이라고 말해요. 배우는 사실 타고나야 하는데, 나머지는 채워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똑똑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야 하고. 체력이든 몸매든 노래든 사실 모든 것이 노력이에요. 그런데 그 노력이라는 게 쉽지 않아서 저도 힘들어요. 늘 운동해야 하고, 레슨 받아야 하고, 이미지를 위해서 갖춰야 할 것도 많고, 언행도 조심해야 하고. 어렵지만 제가 실천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한테도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20대와는 확연히 다른 30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여배우로서는 정점의 시기가 아닌가 싶은데,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실현해 가실 건가요?


“무대 위에서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못할 수도 있고, 생계형 배우라서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을 할 수도 있겠지만,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물론 저에게 어울리고, 하고 싶고, 배울 수 있는 작품이라면 더욱 좋겠죠. 무대든 방송이든 어디에서든 제가 가진 탤런트를 드러내면서 쭉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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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무척 털털했던 안시하 씨.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인터뷰를 했다면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눴을 것 같습니다. 혜성처럼 떠오른 여배우가 아니라 무대의 중심에 서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1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풀어낼 이야기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법도 알게 된 것이겠죠. 관객들도 <올슉업>의 나탈리를 통해 항상 예쁜 드레스만 입고 있던 안시하 씨의 반전 매력을 확인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힘들게 달려온 시간을 저버리지 않은 무대, 그 위에 당당히 서 있는 안시하 씨의 모습은 작품이 갖고 있는 재미 이상의 감동을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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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올슉업 #안시하 #엘비스 프레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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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