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의 날갯짓처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현재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고 있는 자본주의.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가 무수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이를 책임감 있게 대체할 만한 사회체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자본주의 스스로 융통성 있게 변화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본주의 이야기』의 목적은 자본주의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들이 어떻게 극복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위험 요인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자본주의는 1760년부터 현재까지 250년 넘게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앞으로 250년 후에도 여전히 잘 버틸 수 있을까?
저자 김민주는 마케팅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자 비즈니스사례 사이트인 이마스의 대표 운영자, 동시에 강연가, 작가 겸 영미경영서적 전문 번역가이다. 대기업ㆍ정부기관ㆍ비영리기관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트렌드, 마케팅, 경제, 문화 이슈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북유럽, 이케아, 창조경제를 주제로 많은 강의를 했다.
산업혁명에서 피케티까지
지난『북유럽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 책에서는 자본주의 250년 역사를 다루셨는데요.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본주의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자본주의에 대한 책이 기존에 매우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내 책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50개 키워드를 신중하게 골라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전개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좌우 중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자본주의 이슈를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단순히 경제체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 사회, 문화, 기술을 모두 담고 있는 복합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제가 알고 다양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빅 히스토리(big history) 관점에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이 책에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언급이 군데군데 있지만 미래에 대한 언급은 많이 자제했습니다.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체제 형태에 대해서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다른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책에서는 빅히스토리 관점에서 어원과 특성, 핵심 산업 등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는 50개의 키워드를 선정했습니다. 자본주의가 포함하고 있는 많은 요소들 중에 핵심적인 키워드를 50개로 추려내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선정기준과 원칙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50개 키워드를 뽑기 위해 우선 현재의 자본주의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100개가 훨씬 넘더군요. 이것들을 그냥 나열하면 안 될 것 같아 몇 개의 대분류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자본주의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혁명과 산업, 인물들을 각각 묶었습니다. 또 자본주의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이슈들도 묶어 보았습니다. 즉, 자본주의의 특성, 이슈, 혁면, 산업, 인룰 등 5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많은 키워드들을 그 안에 집어 넣는 식으로 넣고 중첩된 것은 통폐합하여 총 50개를 선정했습니다. 그래도 막바지에 빼기가 아까운 키워드들이 있었지요.
넣고 싶었지만 아쉽게 빠진 키워드도 있었나요?
50개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아쉽게도 탈락한 것으로 보험이 있었습니다. 모험가와 벤처 투자가들은 손해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해상 무역을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투자은행만 언급했는데 상업은행도 별개의 키워드로 넣으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저축을 받아 이를 다시 대출하는 과정에서 통화량을 늘려 자본주의의 혈액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또 거래소(상품, 증권)와 중앙은행도 넣고 싶었습니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과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두 키워드도 넣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후보로 관료, 비영리기구, 과학기술, 공산주의, 대도시, 대중문화, 탐욕, 직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이 자제했습니다.
책에 등장한 여러 키워드 중 자본주의 발전과 변화에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나만 꼽는다면 ‘기업‘을 들겠습니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경제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업은 시장이 포화되었거나 내외부 환경이 악화될 때 이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하는 주체입니다. 특히 유한책임회사나 주식회사가 생겨 투자하는 사람에게 무한정 책임을 지게 하지 않고 일정 한도의 리스크만 지게 한 것도 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기업이 많이 생기게 된 배경으로는 ‘사유재산제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해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해 재산을 축적해도 왕이나 지역 통치자가 마음만 먹으면 이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탈취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유재산을 법으로 확실히 보장해준 이후부터 창업을 통해 재산을 축적하려고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고 투자를 했습니다.
자본주의 발전과 변화에 결정적인 것을 더 든다면 ‘자유시장경제’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사업을 하려면 국가로부터 특별한 권한을 부여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독과점에 해당되는 이런 사업에는 경쟁의 강도가 약했습니다. 그래서 기술이나 상품,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하려는 인센티브가 부족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가 일반화되면서 누구나 허가를 받지 않고 사업에 진출할 수 있어서 기업가들이 많아져 자본주의는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한 시기도 있었지만, 소련의 붕괴 후, 공산주의 체제는 대부분 무너졌으며 중국 역시 자본주의를 대폭 수용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긴 생존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결국 승리한 이유는 경쟁과 인센티브라고 생각합니다. 공산주의에도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을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제대로 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센티브가 약합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경제는 어느 레벨까지는 올라갔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면에 자본주의에서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할 수 있고 인센티브도 충분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열심히 일하고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자발적으로 극복하려고 합니다.
에필로그에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불황, 전쟁, 에너지, 소득불균형 등 다수의 위협요소들과 새로운 체제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하셨습니다. 새로운 체제가 등장한 후에도 여전히 자본주의가 가장 우리 사회에 적합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도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체제가 나오면 참 좋겠습니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체제가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지만 최대 강점은 바로 적응력에 있다고 봅니다. 불경기가 극심했던 1930년대에는 정말 자본주의가 붕괴될 뻔 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사회주의 정책을 대거 도입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주면서 미국은 수요 급증으로 기사회생을 했습니다. 또 최근 2000년대 후반에는 미국발 불경기가 오래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이제 회복세로 들어섰습니다.
사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소득불평등 심화입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 갈등이 심해져 정치가 불안정해지고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밖에서 적을 찾다가 전쟁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티격태격하는 단기전이라면 몰라도 큰 전쟁으로 비하되면 자본주의 체제를 크게 위협하게 됩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복지국가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는 이런 형태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사람, 특히 기업가와 정부의 탐욕, 이해관계 때문에 복지자본주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간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책을 집필하셨는데, 현재 준비 중인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자본주의 이야기』 책의 50개 키워드 중의 하나로 넣었던 철도를 가지고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철도는 19세기에 대단한 인기를 끌다가 20세기 들어와 급부상한 자동차와 비행기에 한참 밀렸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와 일본, 프랑스, 독일의 초고속 열차가 등장하면서 빠르고 쾌적한 철도 사용량이 급증했습니다. 또 중국은 이제 제국주의 팽창 수단으로 철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철도산업이 생겼다가 몰락했고, 또 재부상했는지의 우여곡절 과정을 다루는 책 『철도 르네상스』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철도의 밝은 미래도 언급할 것입니다.
또 다른 책을 준비 중입니다. 잘 아시듯이 공부를 잘하는 이과 고등학생들은 요즘 의대를 많이 갑니다. 물론 우수한 학생들이 어느 정도까지 많이 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는 비정상적인 수준이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정말 걱정됩니다. 똘똘한 학생들이 어느 분야로 가느냐가 국가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제가 과학고에 가서 강의도 했고, 과학 분야 원로 모임에서도 창조시대의 과학인재상에 대해사도 강의를 했는데요. 앞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생도, 기업도, 정부도 우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합니다. 그래서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첨단기술, 비즈니스, 직업 관점에서 우주에 대해 관심을 더욱 일깨우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책 이름은 『우주 마케팅』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는 사실 최선의 정치체제가 아닙니다. 최선의 정치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는 선의의 독재자가 통치하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의의 독재자도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든지 악의의 독재자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민주주의 체제는 시끄럽고 불안정하지만 민중들의 다수 의견을 반영하며 조금씩 진보를 합니다. 자신들이 고른 한시적 통치자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통치자를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융통성이 있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경제체제에서도 자본주의는 사실 최선의 체제가 아닙니다. 공산주의가 상당한 기간 동안 맹위를 떨쳤지만 결국 도태되었습니다. 아직 중국, 쿠바, 베트남, 라오스 등 일부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유지되고 있지만 상당히 자본주의와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자본주의보다 더 바람직한 형태는 북유럽에서 볼 수 있는 복지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나라가 복지자본주의를 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국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자본주의를 개발하여 최적의 성장과 분배, 삶의 질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 중에 허점이 많은 현재의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사회체제를 제시하는 분이 앞으로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쓴 책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본주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통찰력을 주는 촉매 역할을 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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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본주의 이야기 김민주 저 | 미래의창
이 책의 목적은 자본주의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들이 어떻게 극복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위험 요인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자본주의는 1760년부터 현재까지 250년 넘게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앞으로 250년 후에도 여전히 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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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욱
201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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