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스24에서는 어떤 책을 구입했을 때 ‘말빨껌’을 2,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준다. 책을 사면 주는 사은품 종류가 다양해지는 지금, 웬만한 사은품은 신기하지 않지만 ‘말빨껌’이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씹으면 말빨이 세질 듯한 말빨껌. 어떤 책의 사은품일까. 바로 노유진이 쓴 『생각해봤어』다.
이 글로 노유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면 생각 좀 해 봐야겠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4,2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팟캐스트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인기 방송이니까.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와 붙어도 말로는 지지 않을 듯한 세 사람, 즉 노회찬과 유시민 그리고 진중권이 함께 만들어간다. 특별 게스트가 있기도 하고 없을 때도 있는데 그 주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존 정치 관련 팟캐스트가 재미를 추구하거나, 너무 음모론적 해석에 치우쳤다면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팩트를 근거로 대한민국 전반적인 문제를 다뤘다. 이들이 다룬 소재는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 환경,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인터뷰가 있던 날은 한창 화제인 성완종 리스트가 화제였다.
『생각해봤어』는 인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14가지 꼭지를 뽑은 책이다. 이미 방송을 들은 사람도, 아직 듣지 않은 사람도 노유진이 던지는 14가지 질문을 생각하다보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에 관한 단서를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을 듯하다. 팟캐스트 녹음이 끝나고 서둘러 다음 일정으로 향하려는 세 저자로부터 어렵사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헬스클럽 옆방에서 10만 불을 주고 받는 게 정치는 아냐
세 분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이잖아요. 노유진의 정치카페 팟캐스트를 하기 전과 지금, 관계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유시민 (이하 ‘유’) : 옛날에는 많이 까불었는데, 요즘은 아주 잘해요. 그게 제일 많이 달라진 점? (웃음)
진중권 (이하 ‘진’) : 옛날에 정말 얄밉게 굴었죠. 소수정당이라고 얼마나 무시했는데.
노회찬 (이하 ‘노’) :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가까이 있으면 닮아가요. 큰일 나잖아요. 닮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쓰는데 쉽지 않아요.
세 분 다 말을 잘하시잖아요. 그 중에서 진중권 교수가 진행을 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진 : 비쥬얼 아닐까요? 손석희 아나운서도 비쥬얼이 뛰어나잖아요.
유 : 진행에는 비쥬얼이 진짜 중요해요. 진 교수가 독일 가서 없는 동안 제가 했는데 비쥬얼이 딸려서 힘들더라고요.
노 : 진행은 딴 사람에게 맡기고 유 작가는 대본을 잡았죠.
진 : 지금도 전체 방송의 60퍼센트를 넘는데, 진행까지 하면 유 작가가 분량의 90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거예요.
팟캐스트 내용이 『생각해 봤어』라는 책으로 나와서 인기가 좋은데요.
노 : 이미 방송을 들은 사람도 있을 텐데요. 방송으로 들은 소리를 왜 또 봐, 할 수도 있겠지만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생각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목을 『생각해 봤어?』로 뽑은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 카페이지만 교황, 인공 지능, 진화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요. 넓은 의미로 정치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노 : 그게 정치죠. 정치라고 하면 헬스클럽 옆방에서 10만 불을 주고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건 정치가 아니죠. 정치 탈락자 이야기고요. 인공 지능, 건강 보험, 세월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게 정치입니다.
지식을 지혜로 옮겨야
부제가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인데요. 지식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 : 가장 아래 있는 게 데이터이고, 이것을 처리하면 정보입니다. 정보를 연결하면 지식이 되고, 여기에 성찰을 가하면 지혜가 되는데요. 저희가 하는 건 지식을 지혜로 옮기는 일이에요.
유 : 빙고.
정치카페로 부르고 싶었는데 못 부른 게스트가 있었나요?
유 : 문재인 대표를 모시고 싶었는데, (섭외가) 잘 안 되나 봐요.
진 :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안 되죠.
유 : 거기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대화가 되는 사람을 모셔야지.
노 : 우리가 일부러 누구를 부르고, 일부러 안 부르는 건 없어요. 대부분 게스트는 캐스트에요. 던져진 사람입니다. 기획하는 팀에서 모셔 오면 어떤 분이든 하죠.
진 : 대부분은 세월호 1주기 같이,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져요. 우리가 머리를 짜낼 때가 더러는 있지만 많지는 않죠.
유 : 최근에 사건 사고가 많아서 게스트 선정에 어려움이 없어요.
세 분이 좋은 화자이자 좋은 청자이기도 합니다. 다른 분의 말을 경청하시던데요.
진 : 유 작가만 좀 잘 들어주시면 될 듯합니다. 게스트 말을 끊어요.
유 : 게스트 말을 끊어야 해요. 너무 대접해주면 안 돼요. 긴장이 있어야죠. 게스트에게 끊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제대로 되거든요.
방송 전에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대본이 있나요?
노 : 없어요. 대본 있으면 재미 없어요.
유 : 그러니 방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죠.
노 : 식사 제 때 하고 잠 매일 자는 게 준비죠.
유 : 타임라인을 한 꼭지 준비해야 하니까 일주일 내내 고민해요. 월요일에 방송 녹음인데, 최종적으로 월요일 아침에 정해요. 처음에는 기습적으로 하다가 골탕 먹이는 것 같아서 미리 알려드리죠.
진 : 신문 많이 보죠. 주제와 관련한 기사를 많이 검색하고요.
유 : 대개 그 때 가장 중요한 주제로 하니까.
노 : 돌발적인 게 나오진 않아요.
녹음 끝나고 함께 하시는 활동 있나요?
노 : 없어요. 끝나고 같이 하는 건 해산.
노회찬이 떠올린 2가지 데자뷰
곧 4.16인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 : 작년에도 그랬는데, 한편에서 슬프고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요. 그런 기분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어요. 이런 기분을 받아들여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문제가 해결되면 기분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겠지만, 해결 안 되고 가니까 이 기분을 어느 정도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진 : 1년이 지났는데 해결된 건 없죠. 도돌이표, 제자리걸음, 오히려 출발보다 뒤에 있는 기분도 들고요. 세월호 사건이 한국사회의 단면이죠.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할지 뻔히 답이 나와 있는데 이상하게 안 돼요.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이거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나 생각이 들면서도,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 걱정되죠.
노 : 데자뷰라는 말이 있죠. 과거의 기억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상황인데요. 작년 4월 16일 세월호를 버리고 혼자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을 보면서 올해 4월 16일 국민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중남미로 빠져나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데자뷰가 있고요. 또 하나는 그때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상황을 보면서 이게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1년만인 4월에 초대형 비리사건을 보면서 과연 이게 나라냐,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데자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봤어?』 를 읽을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유 : 비쥬얼 대표인 진 교수님이 하시죠.
진 : 혼자서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사서 주변에 돌리면서 토론도 같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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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노회찬,유시민,진중권 공저 |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의 시작은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청취율 1위를 놓치지 않아 팟캐스트 계의 블록버스터로 불린다. 《생각해봤어?》는 그동안 다룬 주제 중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앞으로의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 14가지만 뽑아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남녀노소, 지역불문, 세대초월, 대한민국에 사는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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