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중에 안 중요한 게 어딨겠느냐만 요즘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식’인 듯하다. 먹방, 맛집, 레시피 등은 이 시대 인기 있는 대표적인 키워드다. 그렇다 보니 특색적인 맛집 탐방도 많은데, 『경상 빵집』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은 베이커리 문화가 풍부한 영남의 이름난 빵집을 소개했다. 유명한 빵집 중에서도 지하철 근처에 있어 접근성 좋은 곳을 선정했다.
책을 쓴 이슬기 저자는 전작 『카페 부산』에 이어 두 번째 책에도 부산을 많이 다뤘다. 20대에 들어서야 부산에서 살기 시작했지만, 10여 년 넘게 부지런히 부산과 대구의 빵집을 다니다 보니 원주민보다 이 분야에 더 밝게 됐다고 한다.
『카페 부산』에 이어 두 번째 책을 내셨는데요. 첫 번째 책에 비해 두 번째 책을 낼 때 달랐던 점이 있다면?
『카페 부산』이 정적이었다면, 『경상 빵집』은 조금 더 동적이예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런 면이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장이 잦은 편이라 1년에 대구에 머무는 기간이 두세 달은 훌쩍 넘어가더라고요. 퇴근길에 출출해 들른 부산의 빵집, 출장 길에서 놓치지 않은 대구의 빵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마산의 빵집까지. 그 모든 시간이 합쳐져 나온 책이 『경상 빵집』이에요. 그러니 저를 조금 더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죠.
첫 책에 이어 두 번째 책도 주된 장소는 부산이 중심인데요. 작가님께 부산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부산에 산 지 올해로 10년을 넘어갑니다. 연고도 없는데 말이에요. 전 그냥 이 도시가 좋았어요. 어디든 30분이면 바다가 있고, 투박한 듯 이야기해도 진심인 부산 사람도 좋고요.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지요. 20대의 울고 웃었던 모든 시간을 온전히 부산에서 보냈어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남편 같다고 할까요. 저는 이제 부산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책에는 부산과 함께 대구, 그외 지역도 실렸는데요. 서문에도 쓰셨지만 부산과 대구 지방색이 미묘하게 다르잖아요. 이런 게 빵 문화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부산이 네모라면, 대구는 사다리꼴이예요. 멀리서 보면 똑같은데 천지 차이고, 그 중에서도 대구는 조금 더 세심한 면이 있어요. 그건 빵에서도 그래요. 부산은 원래 가지고 있던 본연의 맛과 느낌을 잃지 않으려 하는 것 같고, 대구는 조금 더 다듬어가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투리로 '깔롱부린다' 고 표현해도 될까요. 부산은 묵직하고, 대구는 그 중 세련미가 조금 더 있고요.
이 책에 실린 집이 대개 소문난 집들인데요. 그래서 취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든지 하는 어려움이 예상되는데요. 혹시 취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알려주신다면.
전 부산 당리에 있는 '오공팔도너츠'를 잊을 수 없어요. 하루에 두 번, 빵이 시간 맞춰 나오는 빵집인데 10분 늦었더니 메뚜기떼라도 지나간 양 진열대가 깨끗해졌더라고요. 같은 부산이지만, 해운대쪽에 사는 저와는 끝과 끝이라 몇 번이나 도전을 했던지. 너무 튕겨서 도너츠랑 썸탈 뻔 했어요. 그래도 너무 맛있어서 마음이 눈 녹듯 녹았죠. 매력적인 빵집이에요.
빵집에 가서 판단할 때 기준이 ‘단팥빵’이라고 하셨는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고의 단팥빵을 꼽는다면?
전생에 팥이었나 봐요. 전 팥을 정말 좋아합니다. 단팥빵 없는 빵집이 없잖아요. 그만큼 흔한 것이 단팥빵이지만, 저는 그 흔한 빵을 맛있게 만드는 집이 좋아요. 가장 많이 찾는 빵에 공을 들이는 빵집은 기본적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깊게 생각한다고 믿거든요. 전 대구 '정환철베이커리'의 단팥빵을 으뜸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오랜 시간 숙성하고 팥을 직접 쑤어 만드는 집인데, 한 입 먹어보고는 그날 만나는 사람들 갖다 주러 주섬주섬 빵을 담았어요. 혼자 먹기 아까워서 내 가게 아닌데도 마구 자랑하고 싶어지는 단팥빵이었어요.
취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평상시에 작가님께서 편히 가시는 장소가 있나요. 있다면 공개를 해 주세요.
부산역 앞 '신발원'에 참 자주 가요. 제게 부산역과 신발원은 동의어예요. 기차 타는 날 무조건 가는 곳이고요, 평소에도 생각나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요. 중국식 콩국이랑 빵, 과자를 파는 곳인데 사실 오늘도 갈까 싶거든요. 부산은 오늘 비가 와서, '신발원' 따뜻한 콩국 한 그릇 먹고 꽈배기 한 봉지 사와야겠다 싶어요.
카페상시여행자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파워 블로거로도 오래 활동하셨는데요. 카페얼리비지터로서, 블로거로서 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사실 블로그는 '친구가 하길래 재미있어보여서'라는 특별하지 않은 이유로 시작했습니다. 부산에 나와 사니 혼자 밥 먹을 것이 막막하고, 그러니 조금 편하게 뭔가를 먹을 수 있는 카페를 찾아간 것이 먼저였고요. 원래 토박이가 자기 동네를 더 모르잖아요. 전 여기가 좋아 살게 되었으니, 곳곳으로 여행하듯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그런 좋은 날을 기록해서, 오래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블로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은 이십대인데 어느덧 서른이 되었다고 쓰셨는데요. 20대와 30대의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금도 마음은 20대와 별 다르지 않아요.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꼭, 마음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도 섭섭하면 금세 울컥거리고, 좋은 일 있음 금세 싱글벙글인 그 때와 별반 다른 것이 없어요. 다들 그렇지 않은가요. 모두, 사실 항상 청춘이잖아요.
앞으로 쓰실 책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요. 맛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더 좋고요. 소개라기보다는 함께 있는 듯, 함께 먹고 마시는 듯, 그런 도란도란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혼자 먹는 것보단 같이 먹는 게 맛있잖아요. '함께' 보다 더 맛있는 조미료는 없으니까요.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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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빵집 : 지하철로 떠나는 경상도 빵투어이슬기 글,사진 | 북웨이
《경상빵집》은 우리나라 최적의 빵투어 지역인 경상도 중심의 빵투어 가이드북이다. 베이커리 문화가 풍부한 경상 지역의 도시 중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부산과 대구를 중심으로, 그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을 타고 빵투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기름 값 아껴 맛있는 빵을 하나라도 더 사 먹자는 게 이 책의 기본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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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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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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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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