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경제학자 우석훈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갑자기 10억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예요?” 우석훈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은행에 넣어둘 것”라는 답변이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각종 투자 정보를 알려줬는데, 그의 의견만큼은 달랐다. 우석훈의 주변에 있는 부자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것. 부자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우석훈의 조언은 언제나 ‘골프를 끊으라는 것’ 딱 한 가지였다. 2000년대 초반, 우석훈의 동료 대부분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는 “그럴 시간 있으면 책 한 권 더 읽겠다”며 버텼다.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불편해질 일은 없었다.
우석훈은 『불황 10년』을 읽기에 앞서, ‘내가 골프를 끊을 수 있는가?’ 정도만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골프를 치거나 안 치는 것이 사는데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담배, TV, 심지어 육식을 끊는 일보다 쉬운 선택이다. 우석훈이 ‘골프’를 논한 까닭은 딱 하나. ”골프를 친다는 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좋은 점은 무엇이고 나쁜 점은 무엇인지를 한 번쯤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2007년 우석훈이 『88만원 세대』를 썼을 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5%였다. 아직은 물질적인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 30대가 된 사람들을 보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20대를 방치했는가를 알게 된다. 우석훈은 “지난 10년간도 그랬지만 앞으로 올 10년에도 개개인들이 느끼게 될 경제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말한다. 그가 『불황 10년』을 집필하게 된 배경이다. 10년 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경제가 예상된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우석훈의 해답은 ‘적절한 재무조정’이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오랫동안 버텨야 한다면 가급적 소비를 불편하게 일상을 재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정치가 실패한 나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면, 일단 확률적으로 보장되는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우석훈이 쓴 책으로는 『88만원 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문화로 먹고 살기』 『1인분 인생』 『모피아』 『내릴 수 없는 배』 등이 있다.
대단지보다 소규모 단지를, 월세도 나쁘지 않다
『불황 10년』은 그간의 책들보다 쉽게 읽힌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했던 노하우를 정리한 글이기 때문일까?
다른 책들은 정치를 하거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염두에 두고 썼지만, 『불황 10년』은 정치인들은 포기하고 쓴 책이다. 여야가, 못하거나 안 할거라는 걸 아니까. 정치가 좋아지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서 개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했다. 정말 실행할 수 있는 것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같은 생각을 한 까닭은?
지난해 연말, 정치판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하더라.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막 한 돌이 지나서 일어나서 걷을 때였는데, 뭐랄까? 나는 아무 근심이 없고 평안한 마음이 드는 거다. ‘나만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나?’ 생각해보니, 평소에 개인적인 삶을 잘 정리 정돈하면서 사는 게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난 옛날 집을 다 정리하고 주식, 보험도 정리하면서 통장을 심플하게 만들었다. 돈이 특별히 더 들어온 건 아닌데 나갈 데가 없으니까 편하더라. 사람들이 먹고 사느라 바쁘다고 하는데, 돈은 편하게 살려고 버는 게 아닌가? 바빠서 편하지 못한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불황 10년』을 쓰게 됐다. 30대부터 할머니 세대까지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는데, 할머니들이 읽고는 “나랑 생각이 똑같다”고 하더라. 어려운 경제용어는 되도록 빼려고 했다. 일부러 수치, 표도 하나도 넣지 않으려고 했는데, 몇 개는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분량도 많이 줄였다.
부동산, 개인 재무구조, 고용 문제와 창업, 육아와 교육 등 크게 4장으로 나눠 썼다.
영화 구조를 그대로 따왔다. 상업영화들을 보면 4장 구조로 이뤄져 있지 않나?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8 시퀀스다. 이 구조에 맞춰 조금 바꿨는데,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클라이맥스가 처음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부동산, 재무구조 문제가 3장 뒤쪽에 나오는 게 맞는데, 이 책에서는 앞장으로 뺐다. 중요한 것 먼저 말하고 싶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챕터는 무엇이던가?
아무래도 여자들은 사교육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보고, 남자들은 무조건 집 이야기다. 보험을 정리하라는 이야기도 썼는데, 여기에도 관심이 많더라. 요즘 사람들은 보험을 너무 많이 든다. 보험 카달로그를 보고 있으면 왠지 다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럴 돈이 있으면 그냥 가지고 있으면 된다. 개인이 다 문제 없이 해결하려고 하면 정치가 해결을 안 하려고 한다. 그러면 사회가 무너진다.
부동산 이야기의 핵심은 “이번 정부가 지나가고 집을 사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분양하는 아파트는 절대 사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분양 아파트는 좀 시간이 흐르고, 냄새도 빠지고 환기도 된 다음에 들어가는 게 현명하다. 분양 아파트는 몇 동에서 살지도 추첨하지 않나? 몇 년이 지나서 사면 골라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미리 돈을 주고 건설회사에게 이득을 주나? 예전에는 싼 값으로 입주가 가능해서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지간하면 오를 일이 없다. 2011년 신분당선이 개통할 때, 지하철이 들어가면 집값이 확실히 오를 거라고 전망했는데, 개통하기 전까지는 오르다가 개통 후에는 호재가 반영돼서 오히려 떨어졌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오른다는 이야기도 다 업자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 걸로 아파트값이 바뀌지 않는다.
대단지보다는 소규모 단지를 염두에 두는 게 낫다고도 했는데.
투기적 수요 때문에 다들 대단지를 선호하는데, 사는 건 다 똑같다. 외국에는 큰 단지와 작은 단지의 차이가 별반 없다.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특수 상황이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힘들게 살 거면 비슷한 지역의 소규모 단지로 이사를 가라”고 하면, 다들 “미래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당신 미래가 더 안 보인다”고 말한다. 싸게 샀기 때문에 싸게 팔아도 되는 거 아닌가?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액이 중요한 거다. 빚을 내서 대단지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어쨌든 투기적 수요가 있다.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잘 받아들이나?
세상을 좀 아는 사람들, 살아본 사람들은 수긍한다. 하지만 그냥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만 듣는 사람들은 관심을 크게 기울이진 않더라.
땅콩집이나 소행주 같은 공동주택도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했는데, 유행처럼 지나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도 많이 짓고 있다. 라이선스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늘긴 늘고 있다. 이런 집의 경우는 입지에 따라 전세 값 정도로도 충분히 집을 지을 수 있다. 투기적인 목적보다는 실제로 이 집에 사는 식구들을 위해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거나, 오르지 않는 그 사이에서, 자기가 살고 싶은 형태의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행주 같은 경우에는 입주 희망자들이 줄을 서 있다. 시민적 기반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가 만약 작업실을 얻게 된다면, 전세보다는 월세로 계약할 생각이라고 했다. 요즘 갑자기 전세에서 반월세로 변경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세입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전세가 혜택이 너무 좋은 거다. 전세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속이 쓰린 이야기인데, 유럽의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월세로 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월세가 아까워 무리를 해서 집을 사는 경우, 자기 능력 범위 밖으로 나가니까 리스크가 크지 않나? 그에 대한 회피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월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평수도 줄여야 한다. 우리는 너무 큰 평수를 싸게 빌리고 있었던 거다. 나 역시, 작업실이 절실하게 필요할 경우에도 집을 살 의향이 전혀 없다. 지방에 있는 아파트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사는 건 문제가 아닌데 팔 수가 없겠더라.
재테크에 관심을 안 갖는 게 최고
30대 독자들에게 1년치 생활비를 모으라고 했다. 실제로 저자가 유지했던 상태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1년치 생활비를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전세로 살면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은 좀 여유롭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들 어디엔가 묶어 놓는다. 그럼 돈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왜 전세로 살고 있냐? 집이 없는 건 나의 심리적 고통으로 끝나지만, 돈을 주고 사게 되면 실질적인 고통이 생기기 때문이다. 1년치 생활비를 손에 쥐고 있으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소비를 줄이는 것보다는 가진 돈이 줄어드는 것이 사람을 더 초조하게 만든다. 그보다는 평균 잔고를 유지하되 소비를 줄이는 편이 훨씬 심적으로 낫다. 꼭 1년치 생활비가 기준은 아니다. 이 정도가 만약 직장에서 잘렸을 경우 다음 직장을 모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목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1년짜리 정기예금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정기예금 기간을 1년, 3년, 5년이라고 했을 때 이자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결혼을 안 했거나 출산을 앞두고 있는 부부의 경우에는 단기에 돈이 필요할 때가 많다. 1년짜리를 여러 개 나눠서 저금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매년 갱신하는 게 귀찮지만, 이 때 귀찮은 게 낫지 나중에 돈을 빌리려고 하면 더 귀찮고 속상하다.
만약 저자에게 갑자기 큰 돈이 생겼으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내 돈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단기 MMF에 넣을 거다. 이자율이 높진 않지만 일반통장에 넣어 두면 써버리니까, 일단 귀찮게 해놓는 게 좋다.
창업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 성공했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이사 가기’, ‘차 바꾸기’를 꼽았다.
올해 책을 쓴 지 10년째가 됐는데, 그간 이사도 갔지만 돈을 벌고 한참 있다가 갔다. 차는 여전히 안 바꿨고 술도 거의 소주만 마신다. 친구들이 “너, 차가 왜 그래?”라고 하면, “왜? 멀쩡히 잘 가는데”라고 답한다. 국내 유명증권사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입사 3년차에 집을 산 직원이 있는데, 죽어라 안 쓰고 다 모았다는 거다. 증권가에서 유명한 말이 증권을 하면서 집 산 사람이 없다는 거다. 내부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고객에게도 추천하고 자기도 샀다가, 자살 직전까지 가는 거다. 오랫동안 나와 친하게 지내는 증권사 임원이 있는데 연봉이 6억 원이다. 그런데 돈을 정말 안 쓴다(웃음). 자주 보지만 막걸리 그 이상의 것을 안 산다. 그 분 하는 말이 “임원은 임시 직원이라, 이 돈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지 모르니까 지금 버는 돈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거다. 연봉 6억이면 외제차 타고 그럴 것 같은데, 운전사도 없다.
여전히 재테크 도서가 쏟아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주를 찾기 힘들다.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가?
재테크에 관심을 안 갖는 게 최고다(웃음). 재테크라는 말이 사실 없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 단어가 맞는 말인가를 생각해볼 때, 영어나 불어로 옮겨지냐를 따져보는데, 이런 말이 영어에는 없다. 일본과 한국에서만 통하는 굉장히 특수한 단어다. 재테크는 80년대 일본이 호황일 때 만들어진 말인데, 경제학자 케인즈가 말한 ‘재테크’와는 다르다. 개인이 큰 돈이 생겼다고 주식에 다 넣으면 큰일날 일이다. 특수한 흐름에 따라 개인이 움직이긴 어려운 일이다. 재테크 도서를 읽을 시간에 차라리 소설을 읽는 게 훨씬 현명하다. 자기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지 않나? 소설, 시, 수필 같은 장르가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갖게 된 건, 살아보니까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증된 옛날 것들이 좋다. 최근의 책들은 흐름 같은 것을 읽기 위해 보는 것이고,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기본 매커니즘이다. 그런데 어렵게 쓰니까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딱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책들은 없다.
30대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40,5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나? 지금 이들이 가장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집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 손절매를 할 것인가, 이게 문제다. 개인이 주식으로 손해를 보는 큰 이유는 정보 부족이 아니고 손절매, 딱 하나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이 안 따라주는 거다. 하지만 기업은 마음이 없으니까 가능한 거다. 증시 뉴스를 보면, 기관투자자들은 다 빠지고 개인이 산다고 했는데, 다음 날이 되면 거꾸로 돼있지 않나? 이게 손절매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인생은 길다. 개인도 기업처럼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여러 사람들이 판단하니까 충격의 최소화가 가능하다. 기업과 개인이 다를 이유가 없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하고 있는 재무조정을 개인이 한다고 생각하면 훨씬 편하다. 책에서 영화 <머니볼> 이야기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구단을 오래 끌고 가려면, 조금이라도 흑자 경영을 하는 게 맞다. 1등은 못하더라고 지금 상황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좋은 성과를 내는 게 현명하다.
사교육 걱정하지 말고, 아빠들이 움직이자
2012년에 『1인분 인생』을 썼을 때, “아이들이 학원에 중독되면 그 인생은 끝나 버린다”고 말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는데.
다음 주면 둘째가 태어난다. 아내랑 아이가 둘이 되면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불황 10년』에 쓴 내용 그대로다. 책에 안 쓴 게 있다면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좀 가르치자는 거다. 요즘 부모들이 어지간하면 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왜 초등학교 영어를 꼭 학원에 보내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는 다 가르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자녀를 가르치는 것에 공포가 있는 것 같다. 정확한 지식을 주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과 나보다 더 나은 선생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우리나라의 양대 사기가 있는데, 남편이 아내의 운전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과 부모가 자식 공부를 가르칠 수 없다는 거다. 이건 학원에서 만든 사기인 것 같다. 물론 안 해본 사람은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운전학원이나 학습학원도 불친절하거나 능력 없는 사람을 만나면 결과는 똑같다. 확률적으로 다를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세상에는 굳이 돈을 내고 배우게 만든 게 지나치게 많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2022년이 되면 사교육이 없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동의하나?
완전히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흐름은 분명 바뀔 거다. 외고나 특수 학교에 들어갈 때, 이제는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내용을 적어 내면 영점 처리가 된다. 수상 이력을 적는 것도 감점 요인이 된다. 교육정책은 생각보다 빨리 바뀐다.
아빠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 흥미로웠다. 한국교육과정에서 아직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자원이 ‘아빠’라고 했다.
사교육의 목표에는 지식 습득만 있는 게 아니다. 돌봄 기능도 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야 하지 않나? 엄마들은 지금도 최대치를 할애하고 있으니 아빠가 시간을 더 내는 게 맞다. 주변 아빠들에게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어줄 시간도 없냐?”고 물으면 다들 대답을 못한다. 아무리 야근을 많아 바빠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시간이 난다. 야근을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인데도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게 귀찮아서 야근을 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나이가 들어서 자식하고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아이랑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되는 건, 본인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다. 물론 비용도 들지 않고, 모두에게 이점이 되는 일이다. 못나도 아버지가 가르치는 게 낫다.
지난해 SBS CNBC <우석훈의 사람이 사는 경제>를 진행하면서 창업에 성공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만약 자유롭게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나?
대한민국 솔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3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 조금 큰 회사 사장이나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공무원들을 모아서 사회적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 큰 대기업 인사팀장을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요즘 직원 뽑을 때 스팩 안 보지 않냐? 부모들에게 제발 좀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나에게 개인적으로 해줬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밥 먹는 데 곤란한 상황이 이어지진 않아야 하지 않나? 정치적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기 전에 최소한 세 끼를 먹는 일이 불행하지 않게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불황 10년』을 꼭 읽어야 할 독자층은 누구일까?
30대 초 중반 여성들이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왜냐면 집 문제보다는 교육이 불안할 거다. 육아가 무서워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 않은가? 불황일 때는 사회적으로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생각을 달리 해봤으면 한다. 지금 우리 아이가 두 돌이 됐고, 다음주면 둘째가 태어난다. 큰 아이 때, 우리는 큰 돈을 들이지 않았다. 한 시즌도 못 입는 옷을 명품으로 사겠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자회 이런 곳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다. 차라리 그런 돈이 있으면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드는 게 현명하다. 영어 조기교육도 필요 없다. 아이들만 스트레스다. 요즘은 아이들도 부모가 뭘 원하는지를 잘 알아서 그거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 이렇게 어렵게 사나? 그럴 이유 전혀 없다. 재밌게 놀면서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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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우석훈 저 | 새로운현재
『불황 10년』은 국가경제의 근간이 됨과 동시에 불황이라는 가장 잔혹한 시장에 내던져진 30대를 위한 생존전략을 담은 책으로, 우석훈이 지난 15년 동안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했던 경제활동 노하우가 총망라되어 있다. 부동산부터 금융, 취업, 창업, 개인 재무관리, 자녀교육 등…… 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경제적 과제들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을 작가가 가진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총동원해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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