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지난 3월 6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를 주제로 예스24 파워블로그 네트워크데이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 채지형 작가는 세상을 떠돌며 만났던 한 권의 책과 같은 사람들, 여행이라는 책을 만나게 해준 서점인 시장의 풍경을 통해 여행의 힘을 이야기했다.
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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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를 주제로 채지형 작가와 예스24 블로거들이 만났다. 채지형 작가는 1994년 『여행일기』 를 시작으로 『지구별 워커홀릭』,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 등의 책을 펴낸 여행작가다. 올해는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배우고 사랑한 흔적을 담은 여행에세이 『안녕, 여행』 을 출간했다. 세계일주를 포함해 총 70여 개국을 여행한 그녀에게 여행은 책이다. 오늘의 독서가 새로운 계기가 되어 내일의 독서로 이어지듯 여행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은 다음 여행으로 이어지는 호기심의 원천이고, 그녀가 계속 여행을 하는 이유이다. 열기구를 타고 내려다보는 카파도키아의 풍경과 세상을 데칼코마니로 만드는 우유니 소금사막 등을 시작으로, 채지형 작가의 ‘서서 하는 독서’가 시작되었다.
벽화를 봤던 하루,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다
채지형 작가가 처음으로 소개한 책은 『자낙푸르의 여인들』. 채지형 작가는 네팔 안나푸르나에 가려던 차에 ‘여인들이 벽에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낙푸르에 가기로 결심했다. 히말라야와는 반대 방향인데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등 자낙푸르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시골마을의 평범한 여인들이 왜 벽화를 그리게 되었을까. 농사가 주업인 이 마을에 오랫동안 가뭄이 들었는데, 기우제를 해도 오지 않던 비가 벽에 그림을 그리자 쏟아져 내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미틸라(Mithila)라 불리는 이 그림들은 현재 벽화로뿐만 아니라 종이에도 그려지고 있어요. 이 그림들이 예술작품으로서 여러 나라에서 전시되고 팔리면서, 농사로만 먹고 살던 사람들이 자식들을 교육 시키고 새로운 자존감을 얻게 됐죠.”
채지형 작가는 시골마을 여인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만들어준 그 벽화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새로운 축제가 되면 벽을 하얗게 칠한 뒤 다시 그리는데, 지금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아 벽을 다 하얗게 칠한 상태라는 대답만 들었다. 하지만 다행이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마두말라 만달(Madumala Mandal)이 자신의 집에 벽화가 있다며 작가를 초대했다.
‘아들ㆍ딸을 키워낸 벽화’라며 자랑스럽게 미소 짓는 만달 가족의 사진을 보니, “딱 그 하루, 호기심으로 쫓아가 벽화를 봤던 그 하루가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다.”는 채지형 작가의 말이 과언은 아닌 듯 싶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의 스승
두 번째 책 『파라다이스 롯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길에 날씨가 좋지 않아 우연히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파라다이스 롯지에 머물며 만난 노부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에베레스트를 여행하는 그들은 일년에 한 달은 꼭 히말라야에 머무는 독일인 부부. 보통 7박 8일에 등반하는, 몇몇은 5박 6일에 찍고 왔다고 자랑하는 그 경로를 그들은 항상 한 달 동안 머무른다. “나도 저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며 채지형 작가가 보여준 노부부는 일흔이 넘었다는 걸 믿기 힘들만큼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여행은 채지형 작가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채지형 작가가 『안녕,여행』 에서도 말했듯,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의 스승’인 것이다.
여행이 담긴 서점, 시장
채지형 작가는 여행할 때마다 시장의 풍경을 모으고 있다. 여행을 책으로 정의하는 그녀에게 시장은 여행을 읽을 수 있는 서점이다. 전 세계 시장의 풍경에 그 나라만의 특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가서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나요. 베트남 북부 박하시장에는 화려한 옷들이 많아요. 그 화려한 옷을 보고 관광객을 위한 건 줄 알았는데, 관광객은 하나도 없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이렇게 입고 있더라고요. 이게 그들의 전통인 거에요. 시장에서 같이 앉아서 밥도 먹고 즐기면서 이런 이야기를 발견해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바닥에서는 탱고 공연도 많이 볼 수 있죠.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은 아무래도 사원이 많은 곳이다 보니까, 아침 시장에도 관련된 물건들이 많구요. 과테말라 시장에서는 마야문명에서 온 화려한 원색의 물건들을 볼 수 있죠.”
인생은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우리 모두 맛있게 먹어요!
서서 하는 독서의 끝에, 채지형 작가는 스크린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진을 띄우고 말했다. “인생은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우리 모두 맛있게 먹어요!” 인생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 순간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다. 여행을 통해 순간을 즐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채지형 작가는 책 『안녕, 여행』 의 마지막 장(예순다섯 번째)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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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예스24 파워문화블로그 네트워크데이’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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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저보다 어머니의 인기가 훨씬 많아요
-어느 여행자의 기억,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벽화를 봤던 하루,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다
채지형 작가가 처음으로 소개한 책은 『자낙푸르의 여인들』. 채지형 작가는 네팔 안나푸르나에 가려던 차에 ‘여인들이 벽에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낙푸르에 가기로 결심했다. 히말라야와는 반대 방향인데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등 자낙푸르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시골마을의 평범한 여인들이 왜 벽화를 그리게 되었을까. 농사가 주업인 이 마을에 오랫동안 가뭄이 들었는데, 기우제를 해도 오지 않던 비가 벽에 그림을 그리자 쏟아져 내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미틸라(Mithila)라 불리는 이 그림들은 현재 벽화로뿐만 아니라 종이에도 그려지고 있어요. 이 그림들이 예술작품으로서 여러 나라에서 전시되고 팔리면서, 농사로만 먹고 살던 사람들이 자식들을 교육 시키고 새로운 자존감을 얻게 됐죠.”
채지형 작가는 시골마을 여인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만들어준 그 벽화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새로운 축제가 되면 벽을 하얗게 칠한 뒤 다시 그리는데, 지금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아 벽을 다 하얗게 칠한 상태라는 대답만 들었다. 하지만 다행이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마두말라 만달(Madumala Mandal)이 자신의 집에 벽화가 있다며 작가를 초대했다.
ⓒ채지형 |
‘아들ㆍ딸을 키워낸 벽화’라며 자랑스럽게 미소 짓는 만달 가족의 사진을 보니, “딱 그 하루, 호기심으로 쫓아가 벽화를 봤던 그 하루가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다.”는 채지형 작가의 말이 과언은 아닌 듯 싶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의 스승
두 번째 책 『파라다이스 롯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길에 날씨가 좋지 않아 우연히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파라다이스 롯지에 머물며 만난 노부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채지형 |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에베레스트를 여행하는 그들은 일년에 한 달은 꼭 히말라야에 머무는 독일인 부부. 보통 7박 8일에 등반하는, 몇몇은 5박 6일에 찍고 왔다고 자랑하는 그 경로를 그들은 항상 한 달 동안 머무른다. “나도 저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며 채지형 작가가 보여준 노부부는 일흔이 넘었다는 걸 믿기 힘들만큼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여행은 채지형 작가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채지형 작가가 『안녕,여행』 에서도 말했듯,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의 스승’인 것이다.
여행이 담긴 서점, 시장
채지형 작가는 여행할 때마다 시장의 풍경을 모으고 있다. 여행을 책으로 정의하는 그녀에게 시장은 여행을 읽을 수 있는 서점이다. 전 세계 시장의 풍경에 그 나라만의 특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가서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나요. 베트남 북부 박하시장에는 화려한 옷들이 많아요. 그 화려한 옷을 보고 관광객을 위한 건 줄 알았는데, 관광객은 하나도 없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이렇게 입고 있더라고요. 이게 그들의 전통인 거에요. 시장에서 같이 앉아서 밥도 먹고 즐기면서 이런 이야기를 발견해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바닥에서는 탱고 공연도 많이 볼 수 있죠.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은 아무래도 사원이 많은 곳이다 보니까, 아침 시장에도 관련된 물건들이 많구요. 과테말라 시장에서는 마야문명에서 온 화려한 원색의 물건들을 볼 수 있죠.”
인생은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우리 모두 맛있게 먹어요!
서서 하는 독서의 끝에, 채지형 작가는 스크린에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진을 띄우고 말했다. “인생은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 우리 모두 맛있게 먹어요!” 인생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 순간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다. 여행을 통해 순간을 즐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채지형 작가는 책 『안녕, 여행』 의 마지막 장(예순다섯 번째)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당신 곁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하게 할 일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 톨스토이가 말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여행이 가르쳐주었다.” (p.255) | ||
- 안녕, 여행 : TRAVEL ESSAY 채지형 저, 사진 | 상상출판
저자 채지형이 1994-2014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가지고 간 노트에 담아온 그때의 순간 순간들이 빼곡히 담긴 여행 에세이이다. 『안녕, 여행』 을 채운 65가지의 감성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은 훌쩍 여행을 떠나는 용기를 가지지 못한, 하지만 여행의 열정만은 누구 못지않은 이 혹은 그녀처럼 머무는 일보다 떠나는 일이 많은 이들에게 슬며시 말을 건다. 한 번 떠나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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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저보다 어머니의 인기가 훨씬 많아요
-어느 여행자의 기억,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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