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당신에게 필요한 용기를 충전하세요 - 뮤지컬 <위키드>
오즈의 세계? 마냥 상상의 세계라고? 초록 마녀나 하얀 마녀라는 캐릭터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동화 같은 얘기라고 <위키드>를 판단하면 오산이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법한 선택의 순간, 그리고 그 순간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위키드>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대사를 통해 전달한다.
글ㆍ사진 김수영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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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움이 사라지는 세계, 보여지는 게 더 중요한 세계


막이 오르자마자, ‘굿뉴스’가 울려 퍼졌다. 오즈의 마법사의 사악한 초록 마녀가 죽었다고 사람들이 환호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를 괴롭히던 그 초록 마녀 말이다. 그 소식을 전하는 천사같은 글린다에게 누군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글린다님. 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람들을 술렁이게 하는 의문들 사이에서 글린다는 모두가 어렸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록 마녀의 다른 이야기.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초록 마녀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으로 태어나, 화가 날 때면, 주체할 수 없이 마법을 일으키는 마녀 엘파바. 언제나 남과 달라서 따돌림을 당했고, 남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마법사들의 세계에서는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다름은 이렇게 양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오즈는 위기에 빠졌다. 다채로움을 인정하지 않는 오즈의 세계에서 함께 살던 동물들은 우리 속에 갇히고, 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생긴 게 다르고, 생각이 다른 존재를 밀어내는 세계. 무대 위 오즈는 지금의 현실을 의미심장하게 은유한다. 이런 세계 속에서 다름의 상징적인 존재 엘파바는 과연 어떻게 이 세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운 오리 새끼’같은 엘파바. 그녀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 구석까지 있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신을 따돌려도, 내가 싫으면 너희가 피해라, 고 외칠 수 있을 만큼 ‘슈퍼 갑’이다. 그녀에게는 이 세계를 움직이는 마법사와 함께 일하고 싶은 꿈이 있기에, 사소한 감정, 사소한 말들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녀는 지켜만 봐도 속이 후련한 캐릭터다.

그녀의 룸메이트, 갈린다는 세 글자로 말하자면 ‘공주병’, 다섯 자로 말하자면 ‘공주 그 자체’다. 착한 소녀 콤플렉스에 빠져 자기보다 못난 친구들을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는, 진짜 잘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세상의 이치를 일찌감치 깨달았다. 늘 있어 보이고, 착해 보이고, 예뻐 보이는 글린다는 언제나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살아간다.

글린다는 그야말로 속물에 푼수 캐릭터지만, 지켜보고 있자면 더없이 사랑스럽고 귀엽기 짝이 없다. 엘파바나 글린다나 생겨먹은 모양새는 다르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캐릭터다. 이 강력하게 사랑스러운 두 캐릭터 덕분에 <위키드>는 이야기도, 감정선도 탄탄하게 끌고 간다.


‘이 세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묻는 어른 동화


세상은 좋지 못하게 변해간다. 진실보다 거짓이 앞서고, 진심보다 겉보기가 앞선다. 누구나 자신의 세계 속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변해가는 세계에서 편승해서, 거짓과 겉보기에 치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외톨이가 될 지라도, 혼자만 잘났느냐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내가 진짜 믿는 진실, 진심을 따라 살 것인가?

<위키드>는 이런 거대한 질문을 마법의 세계, 초록 마녀와 하얀 마녀라는 대비되는 두 캐릭터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위키드>가 관객에게 전하는 대답 역시 녹록지 않다. 단순한 해피엔딩만은 아니다.

초록 마녀와 하얀 마녀의 성장담으로 읽을 수 있는 <위키드>는 두 친구가 어떻게 우정을 쌓고, 그 우정을 지켜나가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여준다. 수많은 선택 앞에 선 두 사람은 단순히 우정만으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다. 때로는 각자의 선택으로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오즈의 세계에서 추방되는 것을 감당하고서라도 자신이 옳은 것에 닿으려는 엘파바와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주고, 그들에게 사랑받는 삶을 택한 글린다는 분명 다른 길을 가는 것이지만, 관객은 누구에게도 옳고 그르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알고 내린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다.


오즈의 세계? 마냥 상상의 세계라고? 초록 마녀나 하얀 마녀라는 캐릭터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동화 같은 얘기라고 <위키드>를 판단하면 오산이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법한 선택의 순간, 그리고 그 순간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위키드>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대사를 통해 전달한다. 용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보여주고, 더불어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엘파바를 통해 보여주는데 특히, 1막에서 엘파바의 용기가 빛을 발하는 ‘defying gravity'는 매우 인상적이다.

2012년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통해 환상적인 무대를 이미 선보였기에, 2013년 한국판 버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궁금증이 매우 컸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내한공연 못지않게 반응이 뜨겁다. 무엇보다 주인공 엘파바로 발탁된 신예 박혜나의 실력이 대단하다. 내한공연 배우 뿐 아니라, 주목받고 있는 옥주현 못지않게, 자신만의 색깔로 매력적인 초록 마녀를 연기해낸다. 글린다 역으로 정선아와 더블캐스팅 된 김보경 역시 좋은 무대를 보여준다. 2014년 새해를 시작하는데 이보다 당신을 충전해줄 만한 뮤지컬이 있을까? 뮤지컬 <위키드>는 3월 30일까지 샤롯데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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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오즈의 마법사 #옥주현 #박혜나 #정선아 #김보경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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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2014.01.29

오즈의 마법사는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한때 전화번호부만한 두께의 '주석달린 오즈의 마법사' 를
매일 밤 자기전에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지요.
뮤지컬로 만나는 오즈의 마법사 - 위키드는 어떤 느낌일까요?
꼭 한번쯤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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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2014.01.17

위키드 독특한 작품인거 같아요!! 뮤지컬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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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

2014.01.16

오즈의 마법사, 한때 엄청난 붐을 일으켰는 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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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