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본류를 찾아가다 - 존 메이어(John Mayer)
존 메이어가 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도 그간 쌓아올린 관록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네요.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훌쩍 넘긴 존 메이어의 여섯 번째 앨범, 를 소개해드립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3.09.04
작게
크게
존 메이어(John Mayer)


아티스트로서의 존 메이어는 대중들에게 공고한 브랜드다. 이 시대 가장 순수한 청년이었을 때도, 시대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였을 때도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튼튼한 연주력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내실이 다져진 아티스트의 끊임없는 고민과 탐구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루면서도 평단의 지지는 물론 대중적 성공까지 거두는 드문 경우를 낳았다.

미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는 음악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는 존경스러운 과거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1년 후인 지금, 존 메이어는 신작 를 통해 즐거운 여정의 소식을 편지로 전한다. 앞만 보고 걸어갔던 이전의 모습들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묻어나온다.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어느덧 베테랑 뮤지션인 셈이니 관록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부드러운 기조의 컨트리 팝 앨범이다. 전작의 회귀 노선을 따르고는 있으나,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무감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태도가 주를 이룬다. 전 연인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독설을 담은 「Paper doll」과, 그에 대한 대조를 이루는 케이티 페리와의 「Who you love」 등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존 메이어표 발라드 곡들이다.

천천히, 유유하게 흘러가는 앨범이지만 영리하게도 과정에 취해 목표를 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잠시 내려놓았던 일렉트릭 기타를 다시 잡고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는 「Wildfire」와 작년 타계한 전설적인 거장 J.J. 케일의 곡을 커버한 「Call me the breeze」는 블루스 아티스트로서의 증명과 과거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다. 「Queen of california」의 인트로가 연상되는 「On the way home」, 목가적 구성의 「You're no one 'til someone lets you down」 등이 만들어내는 예스러움 또한 에서 보여주었던 것 그대로다.

특별히 인상 깊은 지점이 없어 단조로우나 개별 곡들의 퀼리티나 앨범 전체의 유기성적인 차원에서 딱히 흠잡을 곳도 없다. 명작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수작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풍류를 즐기며 음악의 본류를 찾아가는 여정은 마치 팔도를 유람하며 유유자적 발걸음을 옮기는 나그네와 같다. 깊어만 가는 음악 내공은 발길 닫는 그 곳을 전설들의 발자취로 이끌었다. 과연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까. 가객은 유유히 낙원 계곡의 별곡(別曲) 한 수를 남기고 초연히 발걸음을 옮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존 메이어 #Paradise Valley #Wildfire #Who you love
0의 댓글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