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던 매터 “무용수들은 나만큼 미쳤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사진전을 보고,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조던 매터. 그의 저서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조던 매터가 아들 허드슨이 장난감 버스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된 책이다. 전직 야구선수였지만 연극을 전공한 후 사진작가가 된 조던 매터는 “일상이 멈추는 순간, 삶의 이야기는 춤이 된다”고 말한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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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조던 매터



빨간 우산을 쓰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여자.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의 표지를 장식한 이 사진은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전 세계 블로거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조던 매터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이 작품은 세계적인 사진 전문지의 ‘오늘의 사진’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2009년 무용수의 홍보용 사진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평범한 환경 속에서 일상복을 입고 춤추는 무용수의 사진’으로 발전했고, 포토샵 없이 오로지 무용수의 동작만으로 작업한 사진집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반스 앤드 노블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이 됐다.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에 실린 사진들은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사무실, 욕실 등 우리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평범한 공간을 배경으로 특유의 몸짓을 선사하는 최고 무용수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요가 동작을 하기도 하고, 허공에 몸을 날리기도 한다. 서핑을 즐기러 바다로 향하는 남자, 지하철에서 내려 기대에 들뜬 채 낯선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 등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몸의 감각들은 아찔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조던 메터에게 ‘좋은 사진’이란, 관객으로 하여금 사진이 찍힌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프랑스 사진저널리스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 영향을 받은 조던 메터는 “그의 사진에서 가장 강력한 점은 이미지가 말하는 이야기다. 일상이 멈추는 순간, 삶의 이야기는 춤이 된다”고 말한다. 조던 메터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무용수들을 찍고 있고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 ‘Athletes Among Us’을 시작했다. 웹사이트(www.athletesamongus.com)에서 프로젝트의 초기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또한 2014년에 출시될 벽걸이용 달력 ‘Dancers Among Us’ 작업에 한창이다. 오는 7월 24일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 종로 사비나미술관에서 ‘조던 매터 사진전’이 열린다. 전시에 앞서 23일에는 조던 매터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27일 오후 5시부터 서울문화재단에서 조던 매터와 함께하는 ‘게릴라 춤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들꽃이 되어」 캐서린 스칸시아 / 일리노이 주, 롱 그로브



아이디어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이디어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따로 있나요?

제 작업이 늘 그렇듯이,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을 작업하는 과정 내내 뜻밖의 재미에 의존했습니다. 저는 제작 준비 과정을 거창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도착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는 게 더 보람이 있습니다. 제 사진이 연출된 게 아니라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보이기를 원합니다.


촬영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아무런 밑그림을 그리지 않은 채, 무용수(모델)들과 만나나요?

도시에 도착할 때 무용수와 만날 장소 외에는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함께 차에 타고 내가 시각적으로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여기저기를 드라이브합니다. 시각적으로 흥미 있는 것은 버려진 기차, 아름다운 나무, 혹은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모퉁이도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장소를 발견하면 무용수와 시나리오를 의논합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날마다 무엇을 할까? 사람들의 이 행동들을 어떻게 무용수의 포즈에 연결시킬 수 있을까? 저는 무용수가 자신의 최고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포즈를 취하도록 용기를 줍니다. 그 포즈가 운동력을 필요로 하는 점프이든,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몸선(lines)이든 상관없습니다.


무용수

사진의 모델이 세계 각국의 최고 무용수들입니다. 선호하는 무용수들의 특징이 있나요?

처음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을 시작했을 때, 폴 테일러 댄스 컴퍼니(Paul Taylor Dance Company)를 통해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 몇몇과 일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도 지니고 있는 매우 높은 기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운동신경이 아주 좋은 무용수를 선호합니다. 저는 사진작가가 되기 전에 대학 야구선수였고, 그래서 무용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은 운동선수였던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을 쌓아 가면서, 좀 더 미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표현을 무용수에게 제안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사진을 찍었던 무용수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트위터, 저의 웹사이트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제가 새 도시에 갈 때, 무용수들은 종종 자원해서 내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차를 몰고 옵니다.



「도시에서 서부로」 코너 윌시 / 텍사스 주, 휴스턴



공간

어떤 공간에서 찍는 사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시골이든 산업 지역이든 상관없이, 시각적으로 흥미 있는 장소를 대개 고릅니다. 전원이나 모래가 있는 장소를 더 선호하기는 합니다. 또한 모든 도시에 있는 인지할 만한 랜드마크를 발견하기를 좋아해서 그것을 사진에 포함시킵니다.


사고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사진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진을 찍으면서 사고가 난 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미지들을 디지털로 변형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 장면이 위험해 보인다면 아마 실제로도 그랬을 것입니다. 무용수들은 나만큼 미쳤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내 생각에 “NO”라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웃음). 다행스럽게도 누구도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High Roller’라는 제목의 사진에서는 무용수를 4층 높이의 허공에 떠 있는 화재 대피용 비상 사다리에 매달았습니다. 이 이미지를 출판사에 보냈을 때, 출판사 직원들은 제가 무용수들과 감내하는 큰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지적했습니다.


찰나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기억하는 가장 강렬했던 찰나는 언제였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고 나서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서 밤새 사진을 찍었을 때였습니다. 2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사진 작업을 계속했는데요. 가장 강렬한 장면은 ‘Out in the Cold’였습니다. 우리는 시애틀에서 대형 눈보라에 갇혔고, 저는 빨리 공항으로 가야 했지만 사진을 찍기를 원했습니다. 무용수와 저는 밝은 빨강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Mission’이라는 간판이 있는 도로 위를 거의 뛰다시피 했습니다. 완벽한 장소였지요. 그녀는 제 손이 얼어붙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눈보라 속에서 점프하고 또 점프했습니다. 훌륭한 장면이었고 저는 10분 만에 간신히 비행장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평균적으로 몇 컷을 촬영하나요? 

결정적인 순간을 얻기 위해 걸리는 촬영 회수는 극적으로 다르고, 시나리오의 환경은 갑자기 변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환경을 사진으로 찍은 뒤로 이 환경들은 끊임없이 변해 왔습니다. ‘Rise Above It All’에서는 세 차례의 촬영 이후에 공원 벤치가 완전히 비었습니다. 많은 사진들에서 좋아하는 장면을 얻기 전까지 수백 차례 셔터를 눌렀습니다. 대개는 무용수들이 지칠 때까지 찍고, 그 뒤로 약간 더 찍습니다(웃음). 사랑하는 장면을 얻었다면, 확신을 갖기 위해 그것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찍습니다.


「예술가」 조던 매터 / 뉴욕 주, 뉴욕


사진

가장 찍기 힘들었던 사진은 어떤 사진인가요? 반대로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쉽게 찍었던 사진은 무엇인가요?

찍는 게 가장 어려웠던 사진은 아마 ‘Prayer’였을 것입니다. 나는 교회를 사용하는 데 허락을 받지 않았고, 경비원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연습 없이 바로 장면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무용수가 제단 앞으로 달려갔고 저는 경비원이 멈추라고 외치기 전에 재빨리 세 차례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는 5초 만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편으로 ‘Cram Session’도 어려운 장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매우 조용했고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큰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막는 사람은 없었고 우리는 30분 동안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

책에 두 아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셨는데요. 아이들 사진은 책에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출판할 계획은 없나요?

두 아이의 사진은 이 책의 서문에 등장합니다. 아들은 이 책의 몇몇 사진의 배경에서 나타납니다. 저는 아이들 사진을 찍는 것을 사랑합니다. 우리 꼬맹이들의 사진을 사례로 삼아서 아이들을 사진 찍는 방법을 알려 주는 촬영기법에 대한 책을 출판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서 우선 순위가 아닐 뿐입니다.


아내

아내가 준 아이디어로 찍게 된 사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내는 작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아내는 많은 방식으로 영감을 줍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그녀는 스스로에게 매우 진실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수의사 훈련을 받았지만, 만일 달리 선택했더라면 훌륭한 사진작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고, 저는 그녀의 제안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죠.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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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조던 매터 저/이선혜,김은주 공역 | 시공아트
일상의 한 순간만을 기록할 수 있는 사진 한 컷에 인생의 의미를 담는다? 말은 그럴듯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집은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사무실, 욕실 등 우리 주위의 공간에서 최고 무용수들이 춤추는 순간들을 포착해서 삶의 진정한 모습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화려한 기교 대신 가슴 따뜻한 모습과 생기 있는 동작을 선택한 젊은 무용수들은,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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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매터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사비나미술관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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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리

2013.07.31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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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

2013.07.23

그의 사진전 꼭 갈꺼에요 ㅎㅎ 정말 러블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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즌이

2013.07.21

일상 속의 예술이네요! 저도 요새 사진공부중인데 한번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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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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