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림책의 거장 앤서니 브라운, 한나 바르톨린과의 만남
그림책 분야에서 각각 영국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두 작가가 만났다. 바로 앤서니 브라운과 한나 바르톨린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남다른 주제 의식, 어린이들의 마음을 꿰뚫는 다양한 작품으로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두 거장이 이번에는 협업을 했다. 바로 『꼬마곰과 프리다』가 그것.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출간했다는 것이다.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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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창작놀이, 스토리 셰이프 게임’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 된 『꼬마곰과 프리다』는 최초 앤서니 브라운의 제안을 한나 바르톨린이 받아들이면서 기획됐다. 셰이프 게임이란 일종의 그림 그리기 놀이로서 한 사람이 선을 그려 어떠한 형태를 전달하면 상대가 그것을 받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소통하고 서로의 상상력에 영감을 받으면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두 사람이 셰이프 게임을 기반으로 협업한 자신들의 결과물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간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독자들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출간에 즈음해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어느 저녁, 한국을 찾은 두 거장은 수많은 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나서며 자못 상기 된 표정이었다. 앤서니 브라운(이하 앤서니)은 벌써 한국 방문이 네 번째, 한나 바르톨린(이하 한나)은 세 번째라고 한다. 먼저 소감을 털어놓는 한나의 함박웃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에 올 때마다 너무 좋네요. 이제까지 앤서니와 저는 각각 서로의 작업에 몰두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작업을 공동으로 하게 됐습니다.” 이번 책이 두 사람이 이제껏 만들어 온 작품과 다른 이유는 셰이프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다. 앤서니는 반짝이는 팬들의 눈빛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인사말을 꺼내기 무섭게 셰이프 게임에 대한 설명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저의 첫 아이디어는 단순한 선을 가지고 아이들이 쉽게 놀이를 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하다가 제가 어린 시절부터 형과 함께 했던 셰이프 게임을 본격적으로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이때까지는 그저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전문적인 책으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우선은 아이들에게 셰이프 게임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셰이프 게임은 두 작가가 만나는 과정에도 특별한 촉매로 작용했다. 앤서니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방문을 했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나와 셰이프 게임을 하며 친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앤서니는 셰이프 게임이 비단 창의력을 키우는 것만이 아닌, 친구를 만들 수도 있는 게임이라 확신을 하게 됐다. 협업이 결정 된 후 두 사람이 처음 한 일은 각자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주인공인 ‘꼬마곰’과 ‘프리다’였다. 사실 꼬마곰과 프리다는 작가들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다. 책은 이 두 캐릭터가 서로 선을 통해 모양을 만들고 다시 한쪽이 그림으로 완성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소득이다. 앤서니의 설명은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그리기를 위해 선으로 모양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셰이프 게임을 했어요. 그러다 구겨진 종이, 나뭇가지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그림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됐죠. 그렇게 구겨진 종이가 원숭이가 되고 나뭇가지가 멋진 나비로 탄생하는 과정을 꼬마곰과 프리다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설명을 마친 두 작가는 팬들이 참여하는 셰이프 게임 시연을 시도했다. 이날 자리를 채운 팬들은 아이들도 있지만 교사나 그림책 작가 지망생 등이 많은 상황, 그러나 처음부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에 앤서니는 ‘사람이 커가며 잃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어린이들은 이 게임에 높은 호기심을 보입니다. 모든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죠.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한때는 그와 같은 어린이였겠죠? 그리고 그 당시에는 여러분들도 모든 것을 그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잃어가고 점차 시도하는 것을 멈추게 되죠. 그러다 결국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연신 ‘판타스틱’을 외치는 앤서니의 응원에 용기를 얻은 지원자들이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고 팬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연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흥겹게 무르익었다.
이어지는 순서는 두 사람의 즉문즉답, 두 작가가 서로에 대해 건네는 질문이지만 사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첫 스타트는 앤서니가 끊었다. 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 한나의 역할에 관한 것인데, 다른 작가의 글에 따라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웃음을 띤 한나가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작업한 『할머니 집에 갔어요』에서 등장하는 ‘칼’이란 캐릭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코끼리를 좋아하거든요(웃음). 글을 받고 우선 작가에게 캐릭터를 코끼리로 그려도 되는지를 물어봤죠. 제 작업 스타일은 먼저 캐릭터를 만들고 그 글에 대해 이 캐릭터를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거든요. 작가와 저는 경쟁관계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느낀 감정을 통해 발전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논쟁이 따르지만 결국에는 합의를 하게 되죠. 처음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서로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쳤을 때 우리는 모두 ‘칼’의 캐릭터를 좋아하게 됐고 시리즈로 만들기로 결정하게 됐죠. ‘칼’의 캐릭터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캐릭터를 통해 그림책이 발전한 셈이죠.”
이어 한나가 앤서니에게 던진 질문은 다음 작품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앤서니지만 다음 작품은 늘 호기심을 자아내는 탓이다. 독자들 역시 더욱 귀 기울여 앤서니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프로젝트인데, ‘윌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에요. 첫 번째 장면에서 윌 리가 특별한 문을 통과해 매주 다른 모험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죠. 결과적으로 독자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되고요. 윌리가 겪는 모험은 『보물섬』이나 『로빈슨 크루소』,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한 장면과 비슷해요. 모든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운 순간에 끝나게 되고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독자들이 찾는 방식이에요. 여기까지에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에요.”
흥미진진한 독자와의 대화
다음 순서로 이어진 것은 팬들과의 대화, 작가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던 팬들은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한정된 시간 탓에 모든 질문을 받을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은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며 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어렸을 때 세이프 게임을 많이 하셨다고 하셨는데 작가가 될 수 있는 영감을 준 것은 그 외에 또 무엇인가요.
앤서니 : 제가 어렸을 때 맥주 바에서 몰래 놀 수 있었어요. 운 좋게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죠. 사실 제 아버지가 한때 맥주 바를 운영하시기도 했고요(웃음). 또 한 가지를 꼽으라면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제 신발에 해적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죠.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그저 제 상상일 뿐이지만 전 어린이들이 그런 초현실적인 그림에 대한 느낌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로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거든요. 그것 역시 일종의 셰이프 게임이죠. 또 한 가지 제 책에서 지금도 종종 사용하는 것인데 세밀하게 묘사한 꽃을 볼 수 있어요. 제가 6살 때부터 그런 디테일을 재미있어 했거든요. 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림을 한 페이지씩 채울 때 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궁금하네요.
앤서니 : 대개는 싫어요.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끝나고 났을 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남들이 보기에는 제 스타일로 완벽하게 그려졌다고 생각 하지만 제가 보이에는 흠이 보이죠. 여러분들이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서 볼 때 흠이 잘 보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가끔 제 작품을 거울에 비춰보기도 해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보며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는 계기를 갖죠.
한나 : 어느 때는 기분이 좋고 어느 때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 때론 오랜 시간 작업을 하면서 보다 보면 그림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한 숨자고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잘 그린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당시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작품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이기에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것을 더 발전시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을 해요.
작가에게 있어서 드로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 때, 그 작품을 비롯해 다른 일도 병행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앤서니 : 한 작업을 할 때는 거기에만 집중을 하고 다른 그림은 그리지 않아요. 끝날 때까지 그러죠. 제가 중간에 다른 걸 하게 되면 리듬을 잃거든요.
한나 : 앤서니와 비슷해요. 한 작업에 충실한 스타일이죠. 덴마크 예술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강의를 할 때는 또 강의에만 집중을 하는 편이고요.
언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궁금하네요.
앤서니 : 어린이 책을 그리게 된 것은 우연이에요. 저는 사실 화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워낙 실력이 별로였어요(웃음). 결국 처음 가진 직업이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였죠. 수술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표구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고요. 어느 날 ‘뭔가 다른 걸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제가 만든 카드를 출판사에 보내게 됐고 그 중 한군데서 연락이 와서 그림책을 만들게 된 거고요. 제 생각에 그림책 만드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에요. 게다가 돈까지 벌어다 주니 더할 나위 없죠.
그림이 참 섬세한데요. 그렇게 그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앤서니 : 제 성격 자체가 그래요(웃음). 예를 들어 6살 때 그렸던 그림을 보면 그 또래 아이에게 느낄 수 없는 섬세함이 있죠.
고릴라 얼굴을 많이 그리셨는데요. 고릴라에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앤서니 : 네, 맞아요. 고릴라에 대한 질문이 많은 편이에요. 제 생각에 고릴라는 그 어떤 사람들 보다 그리기에 흥미로운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또 고릴라의 눈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물론 100% 같지는 않죠(웃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아버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동물이기도하고요. 제 아버지는 제가 17살 때 돌아가셨어요. 2차 세계대전 때 군인이시기도 할 정도로 건장하셨지만, 한편으로 무릎에 절 앉혀놓고 시를 읽어줄 정도로 감성이 뛰어나시기도 했죠. 한번은 고릴라가 토마토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를 모습을 봤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죠.
두 작가와 함께한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하지만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자리를 채운 팬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긴 여운으로 남을 듯 했다.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끔 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로인해 세상이 조금 더 순수하고 착해지길 바라본다.
출간에 즈음해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어느 저녁, 한국을 찾은 두 거장은 수많은 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나서며 자못 상기 된 표정이었다. 앤서니 브라운(이하 앤서니)은 벌써 한국 방문이 네 번째, 한나 바르톨린(이하 한나)은 세 번째라고 한다. 먼저 소감을 털어놓는 한나의 함박웃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에 올 때마다 너무 좋네요. 이제까지 앤서니와 저는 각각 서로의 작업에 몰두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작업을 공동으로 하게 됐습니다.” 이번 책이 두 사람이 이제껏 만들어 온 작품과 다른 이유는 셰이프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다. 앤서니는 반짝이는 팬들의 눈빛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인사말을 꺼내기 무섭게 셰이프 게임에 대한 설명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저의 첫 아이디어는 단순한 선을 가지고 아이들이 쉽게 놀이를 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하다가 제가 어린 시절부터 형과 함께 했던 셰이프 게임을 본격적으로 다뤄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이때까지는 그저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전문적인 책으로 만들었다고 할까요. 우선은 아이들에게 셰이프 게임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셰이프 게임은 두 작가가 만나는 과정에도 특별한 촉매로 작용했다. 앤서니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방문을 했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한나와 셰이프 게임을 하며 친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앤서니는 셰이프 게임이 비단 창의력을 키우는 것만이 아닌, 친구를 만들 수도 있는 게임이라 확신을 하게 됐다. 협업이 결정 된 후 두 사람이 처음 한 일은 각자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주인공인 ‘꼬마곰’과 ‘프리다’였다. 사실 꼬마곰과 프리다는 작가들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다. 책은 이 두 캐릭터가 서로 선을 통해 모양을 만들고 다시 한쪽이 그림으로 완성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소득이다. 앤서니의 설명은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책에 대한 설명을 마친 두 작가는 팬들이 참여하는 셰이프 게임 시연을 시도했다. 이날 자리를 채운 팬들은 아이들도 있지만 교사나 그림책 작가 지망생 등이 많은 상황, 그러나 처음부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에 앤서니는 ‘사람이 커가며 잃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어린이들은 이 게임에 높은 호기심을 보입니다. 모든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죠.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한때는 그와 같은 어린이였겠죠? 그리고 그 당시에는 여러분들도 모든 것을 그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잃어가고 점차 시도하는 것을 멈추게 되죠. 그러다 결국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연신 ‘판타스틱’을 외치는 앤서니의 응원에 용기를 얻은 지원자들이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고 팬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연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흥겹게 무르익었다.
이어지는 순서는 두 사람의 즉문즉답, 두 작가가 서로에 대해 건네는 질문이지만 사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첫 스타트는 앤서니가 끊었다. 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 한나의 역할에 관한 것인데, 다른 작가의 글에 따라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웃음을 띤 한나가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작업한 『할머니 집에 갔어요』에서 등장하는 ‘칼’이란 캐릭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코끼리를 좋아하거든요(웃음). 글을 받고 우선 작가에게 캐릭터를 코끼리로 그려도 되는지를 물어봤죠. 제 작업 스타일은 먼저 캐릭터를 만들고 그 글에 대해 이 캐릭터를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거든요. 작가와 저는 경쟁관계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느낀 감정을 통해 발전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논쟁이 따르지만 결국에는 합의를 하게 되죠. 처음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서로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쳤을 때 우리는 모두 ‘칼’의 캐릭터를 좋아하게 됐고 시리즈로 만들기로 결정하게 됐죠. ‘칼’의 캐릭터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캐릭터를 통해 그림책이 발전한 셈이죠.”
이어 한나가 앤서니에게 던진 질문은 다음 작품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앤서니지만 다음 작품은 늘 호기심을 자아내는 탓이다. 독자들 역시 더욱 귀 기울여 앤서니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프로젝트인데, ‘윌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에요. 첫 번째 장면에서 윌 리가 특별한 문을 통과해 매주 다른 모험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죠. 결과적으로 독자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되고요. 윌리가 겪는 모험은 『보물섬』이나 『로빈슨 크루소』,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한 장면과 비슷해요. 모든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운 순간에 끝나게 되고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독자들이 찾는 방식이에요. 여기까지에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에요.”
흥미진진한 독자와의 대화
다음 순서로 이어진 것은 팬들과의 대화, 작가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던 팬들은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한정된 시간 탓에 모든 질문을 받을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은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며 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어렸을 때 세이프 게임을 많이 하셨다고 하셨는데 작가가 될 수 있는 영감을 준 것은 그 외에 또 무엇인가요.
앤서니 : 제가 어렸을 때 맥주 바에서 몰래 놀 수 있었어요. 운 좋게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죠. 사실 제 아버지가 한때 맥주 바를 운영하시기도 했고요(웃음). 또 한 가지를 꼽으라면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제 신발에 해적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죠.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그저 제 상상일 뿐이지만 전 어린이들이 그런 초현실적인 그림에 대한 느낌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로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거든요. 그것 역시 일종의 셰이프 게임이죠. 또 한 가지 제 책에서 지금도 종종 사용하는 것인데 세밀하게 묘사한 꽃을 볼 수 있어요. 제가 6살 때부터 그런 디테일을 재미있어 했거든요. 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림을 한 페이지씩 채울 때 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궁금하네요.
앤서니 : 대개는 싫어요.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끝나고 났을 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남들이 보기에는 제 스타일로 완벽하게 그려졌다고 생각 하지만 제가 보이에는 흠이 보이죠. 여러분들이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서 볼 때 흠이 잘 보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가끔 제 작품을 거울에 비춰보기도 해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보며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는 계기를 갖죠.
한나 : 어느 때는 기분이 좋고 어느 때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 때론 오랜 시간 작업을 하면서 보다 보면 그림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한 숨자고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잘 그린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당시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작품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이기에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것을 더 발전시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을 해요.
작가에게 있어서 드로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 때, 그 작품을 비롯해 다른 일도 병행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앤서니 : 한 작업을 할 때는 거기에만 집중을 하고 다른 그림은 그리지 않아요. 끝날 때까지 그러죠. 제가 중간에 다른 걸 하게 되면 리듬을 잃거든요.
한나 : 앤서니와 비슷해요. 한 작업에 충실한 스타일이죠. 덴마크 예술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강의를 할 때는 또 강의에만 집중을 하는 편이고요.
언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궁금하네요.
앤서니 : 어린이 책을 그리게 된 것은 우연이에요. 저는 사실 화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워낙 실력이 별로였어요(웃음). 결국 처음 가진 직업이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였죠. 수술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이었어요. 그 다음에는 표구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고요. 어느 날 ‘뭔가 다른 걸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제가 만든 카드를 출판사에 보내게 됐고 그 중 한군데서 연락이 와서 그림책을 만들게 된 거고요. 제 생각에 그림책 만드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에요. 게다가 돈까지 벌어다 주니 더할 나위 없죠.
그림이 참 섬세한데요. 그렇게 그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앤서니 : 제 성격 자체가 그래요(웃음). 예를 들어 6살 때 그렸던 그림을 보면 그 또래 아이에게 느낄 수 없는 섬세함이 있죠.
고릴라 얼굴을 많이 그리셨는데요. 고릴라에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앤서니 : 네, 맞아요. 고릴라에 대한 질문이 많은 편이에요. 제 생각에 고릴라는 그 어떤 사람들 보다 그리기에 흥미로운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또 고릴라의 눈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물론 100% 같지는 않죠(웃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아버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동물이기도하고요. 제 아버지는 제가 17살 때 돌아가셨어요. 2차 세계대전 때 군인이시기도 할 정도로 건장하셨지만, 한편으로 무릎에 절 앉혀놓고 시를 읽어줄 정도로 감성이 뛰어나시기도 했죠. 한번은 고릴라가 토마토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를 모습을 봤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죠.
두 작가와 함께한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하지만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자리를 채운 팬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긴 여운으로 남을 듯 했다.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끔 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로인해 세상이 조금 더 순수하고 착해지길 바라본다.
- 꼬마곰과 프리다 앤서니 브라운,한나 바르톨린 글, 그림/김중철 역 | 현북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 받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덴마크 대표 그림책 작가 한나 바르톨린과 함께 멋진 상상의 세계를 책으로 엮었다. 이번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꼬마곰과 프리다>는 셰이프를 가지고 어떤 것이든지 만들어 내는 꼬마곰과 프리다가 그 주인공이다. 앤서니 브라운과 한나 바르톨린의 새로운 캐릭터가 이끄는 <꼬마곰과 프리다>는 기존의 그림책의 개념을 넘어, 아이들에게 창작의 즐거움과 상상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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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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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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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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