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의 완벽한 환생, 얼마나 닮았길래? -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과 전기 영화들
최근 지상 최대의 마약딜러, 전설적인 여성 총리, 요절한 섹시 스타, FBI 설립자 등 20세기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던 시대의 아이콘을 다룬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ㆍ사진 최재훈
201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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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대중에게 드러난 공인으로서의 삶과 드러나지 않았거나 숨겨온 개인의 삶이 공존한다.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에 다쳐야만 하는 그들의 삶은 측은하지만 동시에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지극히 개인적인 삶은 누구나 들여다보고 싶은 내밀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감히 범접하지 못할 것 같은 그들의 삶에도 지극히 평범한 우리와 같은 생채기와 소소한 갈등과 희로애락이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우리는 위안을 받고 싶어 한다.

최근 지상 최대의 마약딜러, 전설적인 여성 총리, 요절한 섹시 스타, FBI 설립자 등 20세기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던 시대의 아이콘을 다룬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 일정이 확정된 영화는 <미스터 나이스>, <철의 여인>,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등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아온 실존인물의 삶에 부쩍 주목하고 있다는 건 ‘그들’의 삶을 ‘나’의 삶과 다르지 않은 ‘우리’의 삶으로 느껴보고, 그를 통해 ‘위로’받고 싶은 퍽퍽한 현대인의 삶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미스터 나이스>

<철의 여인>

세 작품 중에 가장 먼저 국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작품은 세상을 뒤흔든 지상 최대의 마약 부호인 ‘하워드 막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 나이스>다. 이 영화는 최고의 엘리트 사업가이자 지상 최대 마약 부호였던 하워드 막스가 직접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월 9일 개봉을 확정한 <미스터 나이스>는 이미 <불멸의 연인>과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전기 영화에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 버나드 로즈 감독이 연출하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클로에 세비니와 리스 이판이 출연한다. 하워드 막스는 옥스퍼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인재였으나 우연히 마약 밀매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특유의 비상한 머리와 화려한 언변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다 결국 경찰에 체포되어 25년의 형을 받게 된다. 그의 기상천외한 삶의 방식은 일반인을 중독시킬만큼 짜릿하고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2월 23일에는 <철의 여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에 올라 강인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11년간 최장기 재임기록을 남인 ‘마가렛 대처’의 삶을 최초로 그려낸 이 작품은 세계적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제69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마가렛 대처는 이 영화 덕분에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전기 영화를 가지게 되는 영광을 안았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 J. 에드가 >

여기에 최근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인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이 2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릴 스트립과 함께 유력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미셀 윌리엄스가 전설적인 섹스 심벌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마릴린 먼로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56년 그녀가 영화 <왕자와 무희> 촬영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벌어졌던 은밀한 로맨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국내 개봉일은 미정이지만 세계적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을 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인 < J. 에드가 >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20대에 시작해 77세로 은퇴할 때까지 8명의 대통령과 함께 미 연방 수사국(FBI) 국장을 지내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J.에드가 후버의 삶을 다루고 있다. 개봉을 앞둔 작품 이외에도 마이클 잭슨, 스티브 잡스, 다이애나 비, 선박왕 오나시스 등 다양한 인사들의 전기 영화들이 제작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전기 영화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재조명하고, 그 화제성을 등에 업은 이런 작품들을 최근 트렌드였던 복고를 통해 ‘좋았던 한 때’를 되짚으며 현재를 잊자는 복고의 기억상실에 기대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황망한 현재를 잊고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좋았던 한 때라고 되짚어 보는 그들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또 다른 삶의 위안을 삼아보는 것, 그것이 최근 각광받는 전기 영화를 보는 새로운 매력일 것이다.


여신이 아닌 여인 마릴린 먼로의 삶,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2012년 마릴린 먼로 사망 50주년을 맞이하여 마릴린 먼로 관련 영화와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영화는 실제 <왕자와 무희>의 조감독이었던 콜린 클락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그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마릴린 먼로의 비밀 로맨스를 그린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돌아오지 않는 강> 등을 통해 1950년대 최고의 섹시 아이콘으로 떠오른 마릴린 먼로는 자신에 대한 선입견과 유명세로 인한 스트레스로 슬럼프를 겪게 된다. 그러던 그녀가 심기일전, 각색과 제작까지 직접 참여한 작품이 바로 1957년 개봉된 영화 <왕자와 무희>였다. 영화는 <왕자와 무희>를 촬영하던 마릴린 먼로가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이었던 로렌스 올리비에와 갈등을 겪던 중 자신을 섹시 아이콘이 아닌 한 사람으로 봐주고 이해해준 조감독 콜린에게 끌리게 되면서 일주일간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마릴린 먼로 이외에 비비안 리, 로렌스 올리비에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왕자와 무희>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로렌스 올리비에는 당시 셰익스피어 극의 명배우로서 입지를 굳혔고 스스로 감독과 제작, 주연을 맡은 <햄릿>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당대 최고 영국 배우의 위치에 있었다. 그의 공로는 영국 왕실로부터 인정받아 작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로렌스 올리비에 역은 셰익스피어 극에 정통하고 뛰어난 연기력과 연출력을 동시에 갖춘 케네스 브래너가 맡았다. 로렌스 올리비에의 연인이었던 비비안 리 역시 이번 영화 속에 등장한다. 줄리아 오몬드가 불안감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끼는 비비안 리의 복잡한 심경을 원숙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냈다.

<마릴린 먼로(좌), 미셸 윌리엄스(우)>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마릴린 먼로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였다. 캐스팅이 이미 영화의 절반이상이기 때문에 현재 최고의 섹시 스타인 스칼렛 요한슨을 비롯해, 케이트 허드슨, 안젤리나 졸리 등이 거론되기도 했던 이 역할은 미셸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그녀는 작품을 위해 탈색과 염색을 번갈아 가며 금발을 유지했고, 식이 요법으로 체중을 늘리고 보정 속옷을 착용해 영화 촬영 내내 글래머러스한 보디라인을 유지했다. 마릴린 먼로의 환생이라며 사람들이 극찬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금발과 입가의 점,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반쯤 감긴 눈으로 쳐다보는 모습까지, 마릴린 먼로를 그대로 닮아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또한 마릴린 먼로의 트레이드마크인 걸음걸이를 익히기 위해 무릎을 묶어놓고 걷는 연습을 했으며, 먼로가 영화 속에서 부르는 노래와 춤을 모조리 똑같이 연습했다. 그리고 미셸 윌리엄스는 마릴린 먼로처럼 젊은 나이에 요절한 히스 레저의 미망이다. 이런 묘한 평행이론은 그녀가 맡은 마릴린 먼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화려하게만 보인 그들의 삶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다. 마릴린 먼로는 죽기 전 <라이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때때로 난 저녁식사 후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가처럼 만찬 테이블을 밝게 해주기 위해 초대 될 때가 있어요. 난 그냥 장식품인거예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은 화려한 삶 뒤에 기구하고 불행하기만 했던 마릴린 먼로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저 쓸쓸한 말을 되짚어 보고, 어쩌면 그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일주일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이다.


참된 인물의 삶을 그린 다양한 전기 영화들

<닉슨>

<아마데우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사회를 빗대어 큰 성공을 거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에 이어 선동렬과 최동원이 등장하는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은 ‘정당함’과 ‘공정한 경쟁’에 대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실화 열풍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대중들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실화열풍과 달리 세계적으로는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아마 이는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잭슨 등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감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기 영화는 실존했던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실화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는 아니기에 실제와 허구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대중스타와 IT 전문가들에 대한 영화가 나오지만, 초반의 전기 영화들은 위인전처럼 역사적으로 위대한 영웅을 하나의 신화처럼 다루고 있었다. 이러한 영웅담에서 벗어나 인물을 통해 시대를 비틀고 시대를 비판하는 전기 영화는 올리버 스톤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는 1991년 <도어즈>와 , 1995년 <닉슨>을 통해 미국 사회의 부조리에 메스를 들이댔고, 스파이크 리 감독은 1992년 <말콤 X>를 통해 흑인 인권 지도자의 성장과 투쟁을 현대 사회의 반인륜적인 차별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묘사했다. 모리스 피알라 감독은 1991년 <반 고호>를 통해 실존 인물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가려진 그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밀로스 포만은 1984년〈아마데우스〉를 통해 천재 모차르트의 인생과 함께 모차르트 때문에 영원한 2인자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살리에리의 번민과 욕망을 담아냈다. 그는 또한 래리 플린트의 삶을 통해 미국사회와 언론의 자유 문제를 빗대어 표현했다.

<완령옥>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퍼펙트 게임>

때로 전기 영화는 감독이 추앙해 마지않는 인물을 위한 헌정용으로 제작되기도 하는데, 관금붕은 1991년 장만옥 주연의 <완령옥>을 통해 1930년대 무성 영화 시절 최고 스타였던 완령옥을 통해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과 영화의 미래에 대한 깊은 회한을 담아낸다. 팀 버튼 역시 1994년 B급 영화의 대부로 추앙받은 에드우드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자신의 감수성을 일궈댄 B급 영화에 대한 경배를 담아낸다.

이외에도 코코 샤넬의 불꽃같은 삶을 그려낸 얀 쿠넹 감독의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시각장애인 뮤지션 레이 찰스의 삶을 그린 테일러 헥포드의 <레이> 등도 주목할 만한 전기 영화중의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드물게 박광수 감독이 분신 산화한 노동영웅 전태일을 삶을 담아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정도가 전기 영화로 분류될 수 있고, 2004년 김종현 감독의 <슈퍼스타 감사용>은 사라진 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을 통해 사라져버린 과거와 그 영광을 되짚어보는 영화였다. 작년 12월 21일 개봉한 뒤 롱런하고 있는 영화 <퍼펙트 게임>은 2011년 9월 14일 유명을 달리한 최동원 감독과 그의 라이벌이었던 선동열 감독의 전설적인 맞대결 경기를 다룬 작품으로 그들의 불꽃같은 명승부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수많은 전기 영화를 통해 감독들은 사라지고 없는 시대의 아이콘들의 삶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망해 본다. 그것이 인물을 빗대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건, 추앙하는 스타에 대한 헌정이건 전기 영화로 제작되는 인물은 분명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삶을 살다간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과 사진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그들의 삶은 다시 영화가 되어 그 전설을 이어간다. 그들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의 삶은 박제가 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재발견되고 재평가되며 영원히 이어진다. 괴테는 말했다.

‘반짝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이지만, 참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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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철의 여인 #미스터 나이스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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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gh

2012.03.13

마릴린 먼로 생전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먼로가 사후에도 이런 관심과 사랑을 받는지 알까 궁금해지네요. 저도 많이 좋아했던 여배우의 인간적인 삶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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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

2012.03.08

얼마전 아카데미 수상작인 아티스트를 보며 여주인공 얼굴에 점을 붙이는 장면에서 마릴린 먼로가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그 시대를 직접 접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모든이들의 가슴에 추억으로 자리 잡은 걸 보면 실로 대단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평소 좋아하는 디카프리오와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도 국내 개봉하면 꼭 보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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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3.07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겠지요. 특히나 국내를 벗어나서 세계적인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는 것은 말입니다. 물론 아이콘이 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요. 그에 따른 감수해야 할 일들 또한 부지기수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시대의 아이콘을 영화로 만나보는 것도 제법 흥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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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