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Save The ‘Queen Mary’- 메리 제이 블라이즈 내한 공연
1월 16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무대 위에 오른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분명 힙합 소울의 여왕이었다.
201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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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은 주로 일부 흑인들과 20대 여성으로 꽉 채워졌다. 이는 곧 그녀의 음악을 집약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유연하게 튀어 오르는 바운스가 매력인 힙합 스타일의 곡과, 여성의 심정을 대변하는 소울 풍의 알앤비 넘버들이 그녀의 위상을 존재케 한 공신들이었다. 다행히도 이날은 무려 30곡에 가까운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두 갈래의 스타일을 모두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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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리아!’를 우렁차게 외치고 한걸음씩 걸어 나오며 쇼는 시작했다. 타이트하게 달라붙은 검은 가죽 슈트를 입었기에 튼실하게 발달한 신체가 더욱 부각되었다. 이것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두 시간동안 줄기차게 이어온 공연에서 지친 기색하나 내보이지 않던 이유였다. 댄서들과 일체가 되어 격한 안무를 춰도, 제 감정에 못 이겨 혼신을 다해 부르짖을 때에도 호흡은 여전히 생기가 나돌았다. 몸으로 노래를 폭발했기 때문이다.
래퍼 더 게임(The Game)의 「Hate it or love it」을 샘플링한 「MJB da MVP」가 시작을 끊고, 다크차일드(Rodney ‘Darkchild’ Jerkins)가 프로듀싱한 「The one」과 「Enough cryin'」등 최근에 발표한 클럽 풍의 싱글들이 연이어지자 관객들은 모조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이에 화답하듯 「Be happy」를 부르면서 선글라스를 벗고 본모습을 드러냈다. 뭐에 홀린 듯이 몸을 흐느적대며 초기 최고 히트곡인 「Real love」가 흘러나오자 공연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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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광경도 포착되었다. 오른쪽 관객석에 밀집해있던 흑인 팬들은 흔치 않은 흑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을 기다렸다는 듯이 완전히 공연에 심취했다. 특히 노먼 휘트필드(Norman Whitfield) 사단의 소울 밴드인 로스 로이스(Rose Royce)의 곡을 리메이크한 「I'm going down」을 부르자 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박수를 치며 몸을 맡기는 풍경의 기시감은 AFKN에서 접할 수 있었던 소울 트레인 쇼(Soul Train Show)와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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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혼을 빼놓게 하는 공연이었던지라, 「Just fine」과 빌보드 싱글 정상에 오른 「Family affair」를 부르자 벌써 마무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관객들은 「Just fine」의 후렴구를 블라이즈와 함께 연호하며 끝까지 음악을 즐겼다. 마지막 앙코르곡인 「Be without you」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관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Be without you」의 후반부를 멋진 드럼 연주로 마무리한 투어 밴드의 퍼포먼스가 콘서트의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서두에 따뜻한 환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공연 후 감동을 받고 돌아갈 것을 보증한 그녀의 약속은 200% 지켜졌다. 힙합을 좋아하는 20대 전후의 젊은 세대나, 감미로운 발라드를 사랑하는 부모 세대 모두, 올 겨울 최고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은 가치를 얻고 홀을 나섰을 것이다. 얼마만큼 객석이 찰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여성 팝 보컬의 공연을 접할 수 있을까! No More Drama!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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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