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을 남겼다. 그것은 글이 아니라, 생전의 삶으로 남겼다. 누구도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짐작하거나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에, 혹자는 그 삶을 존경했고, 혹자는 비판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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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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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노무현 저/노무현재단,유시민 공편 | 돌베개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비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을 남겼다. 그것은 글이 아니라, 생전의 삶으로 남겼다. 누구도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짐작하거나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에, 혹자는 그 삶을 존경했고, 혹자는 비판했다. 그와 가까웠던 사람 유시민이 미공개 기록들과 인터뷰를 통해 그의 시간들을 재집필(rewrite)했다. 고인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유시민은 영매가 되어 그의 말투와 글투를 복원하고자 했다. 그의 세심하고 고된 노력으로, 우리는 지금 다시 그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강연회 취재를 다니면서,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도 만나고, 보수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모두 노무현이 못했다고 했다. 우파 인사들은 노무현이 저쪽이라고 가리켰고, 좌파 사람들은 그가 이쪽이 아니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가 좀 고독하겠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노무현을 품고 있는 듯했다. 내가 그리워하는 노무현 역시 반쪽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라는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고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가 못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속상한 마음만 들 뿐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를테면, FTA나 이라크 파병 문제라든지, 나 역시 ‘대체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싶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다. 여전히 그것은 각자의 가치관의 문제지만……. 다만,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막상 대통령이 되고 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출생에서 서거에 이르기까지 인생 역정 전체를 기록한 이 자서전’은 대통령 노무현이 그때 왜 그랬는지 하나하나 대답해 주고 있지 않지만, 그의 삶 고비고비와 심경들을 살펴보면, 그가 그때 ‘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를 청문회 스타로 업어 올렸다가 금세 무자비하게 내팽개쳤던 언론, 한때 영웅이었던 김영삼과 김대중 아래에서 3당 합당을 지켜보며 뼈저리게 느꼈던 소회들, 각오들. 그가 왜 매번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자꾸만 왜 문제 제기를 하느냐”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언론과 지역 구도와 싸움을 그치지 않았는지, 뒤늦게 헤아려 볼 따름이다.

대통령, 정치인, 변호사, 진보 등등의 수식어를 빼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가진 한 인간으로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 굴복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명하지 않던 사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사람, 그래서 여전히 그런 어른이 그립다. 그는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말하고 물러났다. “우리 현대사의 존경받는 위인은 왜 패배자뿐인가? 정의가 패배하는 역사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에게 옳은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이 문장을 두고두고 되새기며, 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책을 덮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이 된다.

노무현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드라마틱한 당선 이후, 그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집권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이라크 파병’ 결정은 그를 지지했던 진보?개혁세력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이라크 파병 결정이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였음을 밝힌바 있으며, 자신의 소신 보다는 ‘국익’을 생각해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위치에서 내린 결정임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 그리고 지지율 하락 속에서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헌정사상 국회에서 탄핵당하는 첫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과반 획득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사실상 국민들에 의해 '재신임'을 받음으로써 이후 참여정부의 개혁정책들을 점화하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정치 실험’과 ‘개혁 정책’들은 ‘남-남 갈등’, ‘진보-보수’ 갈등 등으로 불리는 사회적인 논란 속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구시대의 막내’를 자임함으로써 다음 대통령에게 새 시대를 물려주고자 한 그의 신념과 정책은 아쉽게도 완성을 보지 못하였다. 임기 말에는 ‘참여정부 실패론’이 제기되기도 하였고, 진보 세력들로부터는 신자유주의로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고통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후략)


노란 옷을 입은 손님 l 우주인뿅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일한 자서전이자 반 자서전, 오랫동안 잊고지낸 한 사람, 노란색 옷을 입고 찾아오신 귀한 분을 집에 모셨습니다. 그 분의 인생이 고작 15,000원의 무게 밖에 되지 않는 듯 값을 매겨놓는 것이 불쾌하고 죄송스럽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네요. 더보기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고 l bloodlee
지금껏 나온 노무현에 관한 어떤 책보다 의미가 있다. 어떤 책은 인간 노무현만 있고, 또 어떤 책은 정치인 노무현만 있다. 또 어떤 책은 지도자 노무현, 또 어떤 책은 싸움꾼(?) 노무현만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리더 노무현, 그리고 고뇌하는 생활인(or 자유인) 노무현까지 다양한 노무현을 만날 수 있다. 읽는 재미로 치자면 [여보, 나좀 도와줘]가 낫다. 좀 더 직설적이고 좀 더 사실적이다. 더보기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
성공과 좌절
여보, 나좀 도와줘
진보의 미래

  “독자들이 ‘제2의 노무현’이 되겠다고 마음먹기를 바란다.” -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저자 오연호
저자는 노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던진다는 의미에서 처음과 끝이 한결같았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던 노무현 -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누구를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인가 봅니다.
#운명이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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