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당신도 셀러브리티를 꿈꾸시나요? - 『셀러브리티』 정수현, 김태희
셀러브리티를 다룬 이야기들은 언제나 미디어의 전선에 뛰어든 기자들이 빠지지 않는다. 대중과 별을 이어주는 그들은, 스타를 다룬 드라마 <스타일>에서도, 우디 앨런의 <셀러브리티>라는 영화에서도, 이번 정수현 작가의 장편소설 『셀러브리티』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01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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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디오스타>에서 한물간 셀러브리티 최곤(박중훈 분)을 뫼시는(!)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말씀대로 셀러브리티란 우리를 설레게 하는 고유명사를 가진 별들이요, 그들을 비추는 빛은 일반명사인 대중이요, 가십 기사를 클릭하는 누리꾼이요, 이타주의적으로 타고난 성품 덕에 늘 남의 소식이 궁금한 우리들이다.
셀러브리티는 마치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의 세계와는 다른, 어제 거기의 세계ㅡ우리는 대부분 지나간 일들을 소문으로 접하니까ㅡ를 가진 듯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따져보자면 셀러브리티의 세계는 결국 대중사회 속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우리 안의) 세계다. 셀러브리티는 현대사회의 트렌드이며, 욕망의 키워드다. 대중은 대리만족의 즐거움으로 그들을 비추고, 고유명사는 해마다 바뀔지라도 셀러브리티의 자리는 언제나, 빛난다.
셀러브리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예전에는 동네, 지역구 수준이었다면, 요즘의 셀러브리티는 전국구, 아니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 여기에는 미디어가 수고가 많다. 천리마가 다 무어랴. 미디어는 셀러브리티들에게 지구 한 바퀴 정도는 거뜬하게 도는 ‘사만리마(馬)’ㅡ지구의 둘레는 39,660 킬로미터니까ㅡ쯤 된다. 우리는 인터넷, 잡지 등을 통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샤를리즈 테론이 최근에 영화를 찍고 요즘은 뭘 하며 지내는지, 쇼핑 중독에 빠졌다는 빅토리아 베컴이 영국에서 뭘 그리 사들이는지 그 동네 사람과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셀러브리티를 다룬 이야기들은 언제나 미디어의 전선에 뛰어든 기자들이 빠지지 않는다. 대중과 별을 이어주는 그들은, 스타를 다룬 드라마 <스타일>에서도, 우디 앨런의 <셀러브리티>라는 영화에서도, 이번 정수현 작가의 장편소설 『셀러브리티』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름다운 공주님을 꿈꾸며 멋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만 싶은 소녀, 헌데 그녀, 왕후장상의 씨도, 공주 혈통도 이어받지 못했다. 동화 속과는 겁나 먼(!) 비루한 현실 속에서 사는 여자, 이현에게는 한갓 로망일 뿐인가. 자고로 간절한 꿈은 (비슷하게라도) 이루어진다고, ‘이현’은 셀러브리티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는 잡지사 기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한류스타 ‘유상현’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 사이에 유상현의 조카 ‘환’이 엮이면서 관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동시에 그녀가 원하던 셀러브리티의 세계로 입성한다! 화려한 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괴여있는 셀러브리티들의 세계에서, 이현은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수현 작가는 시트콤 <논스톱 5>를 집필한 방송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절친 김태희 작가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의 대본 작가다. 이 두 사람, 『쇼를 하라』라는 소설로 출판계에 입성했다. 방송 작가라는 직업 역시 셀러브리티와 조금 더 가까운 위치. 그래서인지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셀러브리티와 미디어에 관한 소재가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전하는 셀러브리티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모였다. ‘셀러브리티’S 티타임’ 그래, 맞다. 이런 얘기는 오붓이 모여 따뜻한 차 한잔 놓고 도란도란, 보다는 깔깔거려야 맛이 난다. 2010년 1월 6일, 홍대 한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보다는 훨씬 밀착된, 그런 티타임을 가졌더랬다.
경험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방송 작가로서 힘든 점은 없나.
정수현(이하 ‘정’): 막내라서 힘든 건 없었고, 방송국에 있으면 이상한 전화가 진짜 많이 온다. 혜선이랑 승기랑 키스신 같은 것 왜 썼느냐고 전화 온 적도 있다, 그러면, 난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라서 ? 모른다고 하지.(웃음)
김태희(이하 ‘김’): 외계인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만날 전화를 한 적도 있다. 아무 이유 없이(웃음). 그런 전화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은 진짜 힘든 것 같다. 만날 포맷이 바뀌니까 목숨 걸 일이 많다.(웃음) 예능 작가일 때, 인생에 있어 못할 경험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스펙터클한 경험을 한다, 오지 마을에 가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다. 일반인들이 가지 못하는 가스전에 헬기 타고 가고 체험하기도 하고……. 이런 건 좋은데 그만큼 힘든 일이 많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방송 작가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은 뭔가.
정: 인맥도 중요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줄도 알아야 한다. 섭외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무한도전>은 특히 그랬다. 매주 하나씩 새로운 포맷이 나와야 해서. 김태호 피디는 열 가지 포맷을 만들어놓고 하나만 택한다. 그렇게 매주 열 개의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작가들이 너무 힘들어서 만날 그만둔다고 하면서도 다들 계속한다.(웃음).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고 묻는데,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친구랑 어디 놀러 가거나 밥을 먹다가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잦다. ‘이번에 댄스 스포츠가 재미있었다’는 얘길 들으면, ‘그럼 무한도전에서 해볼까?’ 또 ‘이거 재미있었다’ 하면, ‘무한도전에서 해볼까?’ 이런 식이다. 자기가 겪은 일이 소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 그래서 많이 놀아야 된다.(웃음) 많이 놀고, 많이 다니는 게 작가에게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재미있는 아이템, 그리고 자신감이 있으면 된다!
어떻게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나. 거기에 힘든 점은 없었나.
정: 기획안을 써서, 무작정 전화했다. 보낼 테니까, 한번 보시라고. 안 보면 후회할 거라고.(웃음) 그때, 이 언니가 옆에 있었다. 다음날 출판사 쪽에서 연락이 와서 쓰게 됐는데, 그때 한참 방송에 지쳐 있었을 때다. 나는 버라이어티가 맞지 않았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해서, 내가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서 버라이어티는 정말 못하겠더라. 소설 쓸 때는 되게 재미있었다. 근데 이제 정적인 작업인 소설을 쓰다가, 이제 다시 동적인 작업을 하려니 좀.(웃음) 하지만 소설을 쓰면서 이런 동적인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소설은 혼자 쓰고, 방송은 여럿이 함께 만드니까.
『쇼를 하라』는 두 사람이 공동 집필했다. 어떻게 같이 쓰게 되었나.
정: 밥을 먹다가 ‘재미있는 소설 거리 없을까? 이거 좋겠다! 그럼 쓸까?’ 이런 대화를 하고 바로 전화했다. 출판사 어디가 좋으냐고 언니한테 물어봤더니, 언니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책을 보더니 거기 어떠냐고 했다. 그 책을 낸 곳에 무작정 전화했다. 정말 뭐든 무작정 시작한 것 같다. 나한테 재미있는 아이템이 있고, 자신감만 있으면 일이 잘되는 것 같다.
압구정 다이어리는 어떻게 쓰게 된 계기는.
정수현 : 동생이랑 압구정에 놀러 가는데, 내 동생이 그러더라. 학교 애들이 압구정에서 노는 걸 꺼린다고. 옷도 예쁘게 입어야 하고. 신경 쓰고 가야 된다는 거지. 내가 2003년에 <기막힌 처녀들>이라는 인터넷 소설을 썼는데, 압구정 실화를 다루고 있다. 조회수가 높았다. 박범신 교수님께서 그 소설을 칙릿같이 다시 써 보라고 권유해 주셔서 쓰게 되었다.
처음에 소설 반응이 좋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정: 내가 읽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다. 당연히 잘될 거로 생각했지.(웃음) 거기 속에 그려진 지도도 내가 생각해 낸 거다.
『블링블링』의 집필 계?는?
정: 그때도…….(웃음) 친한 언니가 있었는데, 책을 한 달 만에 써달라고 해서. 한 달 만에 미친 듯이 썼다.(웃음) 나는 거절을 못 한다. 내가 그걸 어떻게 써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웃음)
그리고 나서 『셀러브리티』를 쓰게 되었다. 사장님이 써보라고 권유한 소재가 <너는 펫> 같은 이야기, 셀러브리티, 연예인 관련 이야기였는데, 그걸 조합해서 쓴 거다. 다 구상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연재하면서 하루하루 긴박하게 썼다. 마지막 챕터인 오드리 햅번의 탄생 비화도 있다. 원래 없을 이야기였다. 오프라 윈프리를 쓸까, 오드리 햅번을 다룰까 하다가 오프라 윈프리는 그림이 안 예쁘다고 해서, 안녕.(웃음) 대부분 다 우연히 시작된 것 같다. 그 우연을 따라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셀러브리티』를 드라마로 만들 계획은 없나?
정: 진행하고 있다. 극본 작업도 직접 할 거다. 원래 드라마를 쓰려고 쓴 글이기도 하다.
후속작 계획은?
정: ‘페이스 쇼퍼’라고. 얼굴을 사는 사람이 등장한다. 성형에 관한 얘기다.
『셀러브리티』를 드라마로 만들면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는?
정: 환을 유승호로 하고, 윤상현을 소지섭이라고 하면 어때? 닮았잖아! 얼마나 재미있을까. 여주인공은 한예슬이나 이다해 같이 발랄한 이미지면 좋겠다. 그들은 생각도 없는데 우리끼리 정하고 있다.(웃음)
드라마는 소설 속 내용이 그대로 가나?
정: 20부작으로 진행되니까, 다른 얘기들이 많이 추가될 거다.
김: 책을 읽은 사람도 있으니까, 결말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두 분이 또 같이 글 쓸 계획이 있나?
정: 우리 아마 드라마를 같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웃음)
김: 그건 수현이가 만날 결정한다. ‘언니, 이거 하자, 빨리 와.’ 하고 통보한다. 우리는 싸운 적이 없다. 둘이 글을 쓸 때도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 서로 보완해주면서 일하는데 궁합이 잘 맞는다. 나중에는 같이 만든 작품을 보게 되지 않을까. 원래 꿈은 크게 잡아야 하니까.(웃음)
방송 작가에 관한 이모저모
같은 방송 작가인데도, 구성 작가랑 드라마 작가랑 많이 다른 것 같다. 구성 작가가 드라마를 쓰기도 하나?
김: 작가라는 분야가,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예능이나 교양 등등 여러 종류의 작가가 있고 하는 일도 정말 다르다. 예능 작가에서 드라마로 전향하는 사람이 몇 명 없다. <쾌걸 춘향> <환상의 커플> 홍자매도 원래 KBS에서 예능을 집필하던 분들이고, <대장금> <선덕여왕>을 쓴 김영현 작가도 예능 작가였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야기, 뒷담화는 없나(웃음)
김: 방송국에는 여자 작가가 90퍼센트가 넘는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어디나 그렇지만, 여자들 세계의 서열도 장난 아니다.(웃음) 라인도 잘 타야 되고. 혼나기도 엄청 혼난다. 그런 걸 이겨낼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여 작가라면 더!(웃음)
처음에 작가 일 시작할 때 너무 힘들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일을 잘 해내면 더 기대를 많이 한다.(웃음) 막내 작가 때 세 시간씩 잤다. 새벽 3시에 끝내주고 다음날 10시까지 기획안 세 개 써오라? 했다. 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열심히 해서 살아남은 줄 알았는데…….(웃음)
그때의 노력 덕분에 같은 연차의 작가들 가운데 내가 좀 더 할 줄 아는 게 많은 작가가 된 것 같다. 그땐 욕이란 욕은 다 듣고, 혼자 울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다른 친구들보다 일을 빨리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고.
작가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 팀을 꾸려놓고 팀이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땐 좀 편하다. 어릴 때는 힘들고 속상한 일이 많았지만, 하긴 작가뿐 아니라 그 어느 직업이든 말단일 때는 힘든 거니까. 그때 일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실력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거다.(웃음)
나는 드라마 작가인데, 드라마 작가는 소설가의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꾸려진 팀 안에서 회의하고, 특별히 연예인 만날 일도 없고, 온실 속 화초처럼 글만 쓴다.(웃음) 사실 방송국 들어갈 일도 대본 연습 빼고는 없다. 그래서 구성 쪽 일이 궁금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김: 드라마는 이야기를 짜낼 때마다 힘든 게 있을 거다. 구성은 자리를 잘 잡으면 진행이 잘 굴러가게 조절하는 역할을 맡아, 여자로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는 페이가 20회당 나오지 않나. 그럼 그게 일 년이 걸릴지, 더 오래 걸릴지 알 수가 없는데.(웃음) 구성 작가 페이는 회당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어느 정도 위에 올라 두세 개의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다. 문은애 작가님이라고, 프로그램 일곱 개 쓰는 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 삶도 꾸리신다. 구성 작가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분이시다.
드라마 작가는 스토리를 짤 때 재미있는 상상을 하고, 창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예능은 매주 즐겁고 오락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하니까, 아이디어 회의할 때도 재미있다. ‘우리 어떻게 웃길까.’ 이런 얘기하고, 사무실 모여서 벌칙 같은 걸 직접 해보고…….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다.
매회 연기자를 담당하는 것도 작가다. 컨셉을 설명해준다. 앞에서 이끌어 나가는 게 작가들의 역할이다. 박명수 씨가 침을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뿌듯해지고, 촬영하고 있을 땐 정말 배가 찢어지도록 웃을 때도 있다.
정: 방송 작가가 가져야 할 것 중 하나는 체력인 것 같다.
리얼 버라이어티 대본은 정말 어느 정도 나오나?
김: 그게 규정이 없다. <무한도전> 같은 경우 보면 알겠지만, 출연자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쓸 수 없잖은가. 오늘은 어떤 취지에서 뭘 보여 드린다는 식의 오프닝 대본을 써준다. ‘현장에서 이런 얘기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쉬는 시간에 얘기하기도 하고, 스케치북으로 써서 촬영 중에 전달하기도 하고, “가위바위보 할 때 누가 져라.” 이런 건 없다. 우리는 놀이터에서 시소만 만들어주고, 출연자들더러 놀라고 하는 거다.
셀러브리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예전에는 동네, 지역구 수준이었다면, 요즘의 셀러브리티는 전국구, 아니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 여기에는 미디어가 수고가 많다. 천리마가 다 무어랴. 미디어는 셀러브리티들에게 지구 한 바퀴 정도는 거뜬하게 도는 ‘사만리마(馬)’ㅡ지구의 둘레는 39,660 킬로미터니까ㅡ쯤 된다. 우리는 인터넷, 잡지 등을 통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샤를리즈 테론이 최근에 영화를 찍고 요즘은 뭘 하며 지내는지, 쇼핑 중독에 빠졌다는 빅토리아 베컴이 영국에서 뭘 그리 사들이는지 그 동네 사람과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셀러브리티를 다룬 이야기들은 언제나 미디어의 전선에 뛰어든 기자들이 빠지지 않는다. 대중과 별을 이어주는 그들은, 스타를 다룬 드라마 <스타일>에서도, 우디 앨런의 <셀러브리티>라는 영화에서도, 이번 정수현 작가의 장편소설 『셀러브리티』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름다운 공주님을 꿈꾸며 멋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만 싶은 소녀, 헌데 그녀, 왕후장상의 씨도, 공주 혈통도 이어받지 못했다. 동화 속과는 겁나 먼(!) 비루한 현실 속에서 사는 여자, 이현에게는 한갓 로망일 뿐인가. 자고로 간절한 꿈은 (비슷하게라도) 이루어진다고, ‘이현’은 셀러브리티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는 잡지사 기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한류스타 ‘유상현’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 사이에 유상현의 조카 ‘환’이 엮이면서 관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동시에 그녀가 원하던 셀러브리티의 세계로 입성한다! 화려한 만큼 어두운 그림자가 괴여있는 셀러브리티들의 세계에서, 이현은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수현 작가는 시트콤 <논스톱 5>를 집필한 방송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절친 김태희 작가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의 대본 작가다. 이 두 사람, 『쇼를 하라』라는 소설로 출판계에 입성했다. 방송 작가라는 직업 역시 셀러브리티와 조금 더 가까운 위치. 그래서인지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셀러브리티와 미디어에 관한 소재가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전하는 셀러브리티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모였다. ‘셀러브리티’S 티타임’ 그래, 맞다. 이런 얘기는 오붓이 모여 따뜻한 차 한잔 놓고 도란도란, 보다는 깔깔거려야 맛이 난다. 2010년 1월 6일, 홍대 한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보다는 훨씬 밀착된, 그런 티타임을 가졌더랬다.
경험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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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로서 힘든 점은 없나.
정수현(이하 ‘정’): 막내라서 힘든 건 없었고, 방송국에 있으면 이상한 전화가 진짜 많이 온다. 혜선이랑 승기랑 키스신 같은 것 왜 썼느냐고 전화 온 적도 있다, 그러면, 난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라서 ? 모른다고 하지.(웃음)
김태희(이하 ‘김’): 외계인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만날 전화를 한 적도 있다. 아무 이유 없이(웃음). 그런 전화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은 진짜 힘든 것 같다. 만날 포맷이 바뀌니까 목숨 걸 일이 많다.(웃음) 예능 작가일 때, 인생에 있어 못할 경험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스펙터클한 경험을 한다, 오지 마을에 가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다. 일반인들이 가지 못하는 가스전에 헬기 타고 가고 체험하기도 하고……. 이런 건 좋은데 그만큼 힘든 일이 많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방송 작가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은 뭔가.
정: 인맥도 중요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줄도 알아야 한다. 섭외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무한도전>은 특히 그랬다. 매주 하나씩 새로운 포맷이 나와야 해서. 김태호 피디는 열 가지 포맷을 만들어놓고 하나만 택한다. 그렇게 매주 열 개의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작가들이 너무 힘들어서 만날 그만둔다고 하면서도 다들 계속한다.(웃음).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고 묻는데,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친구랑 어디 놀러 가거나 밥을 먹다가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잦다. ‘이번에 댄스 스포츠가 재미있었다’는 얘길 들으면, ‘그럼 무한도전에서 해볼까?’ 또 ‘이거 재미있었다’ 하면, ‘무한도전에서 해볼까?’ 이런 식이다. 자기가 겪은 일이 소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 그래서 많이 놀아야 된다.(웃음) 많이 놀고, 많이 다니는 게 작가에게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재미있는 아이템, 그리고 자신감이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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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나. 거기에 힘든 점은 없었나.
정: 기획안을 써서, 무작정 전화했다. 보낼 테니까, 한번 보시라고. 안 보면 후회할 거라고.(웃음) 그때, 이 언니가 옆에 있었다. 다음날 출판사 쪽에서 연락이 와서 쓰게 됐는데, 그때 한참 방송에 지쳐 있었을 때다. 나는 버라이어티가 맞지 않았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해서, 내가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서 버라이어티는 정말 못하겠더라. 소설 쓸 때는 되게 재미있었다. 근데 이제 정적인 작업인 소설을 쓰다가, 이제 다시 동적인 작업을 하려니 좀.(웃음) 하지만 소설을 쓰면서 이런 동적인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소설은 혼자 쓰고, 방송은 여럿이 함께 만드니까.
『쇼를 하라』는 두 사람이 공동 집필했다. 어떻게 같이 쓰게 되었나.
정: 밥을 먹다가 ‘재미있는 소설 거리 없을까? 이거 좋겠다! 그럼 쓸까?’ 이런 대화를 하고 바로 전화했다. 출판사 어디가 좋으냐고 언니한테 물어봤더니, 언니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책을 보더니 거기 어떠냐고 했다. 그 책을 낸 곳에 무작정 전화했다. 정말 뭐든 무작정 시작한 것 같다. 나한테 재미있는 아이템이 있고, 자신감만 있으면 일이 잘되는 것 같다.
압구정 다이어리는 어떻게 쓰게 된 계기는.
정수현 : 동생이랑 압구정에 놀러 가는데, 내 동생이 그러더라. 학교 애들이 압구정에서 노는 걸 꺼린다고. 옷도 예쁘게 입어야 하고. 신경 쓰고 가야 된다는 거지. 내가 2003년에 <기막힌 처녀들>이라는 인터넷 소설을 썼는데, 압구정 실화를 다루고 있다. 조회수가 높았다. 박범신 교수님께서 그 소설을 칙릿같이 다시 써 보라고 권유해 주셔서 쓰게 되었다.
처음에 소설 반응이 좋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정: 내가 읽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다. 당연히 잘될 거로 생각했지.(웃음) 거기 속에 그려진 지도도 내가 생각해 낸 거다.
『블링블링』의 집필 계?는?
정: 그때도…….(웃음) 친한 언니가 있었는데, 책을 한 달 만에 써달라고 해서. 한 달 만에 미친 듯이 썼다.(웃음) 나는 거절을 못 한다. 내가 그걸 어떻게 써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웃음)
그리고 나서 『셀러브리티』를 쓰게 되었다. 사장님이 써보라고 권유한 소재가 <너는 펫> 같은 이야기, 셀러브리티, 연예인 관련 이야기였는데, 그걸 조합해서 쓴 거다. 다 구상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연재하면서 하루하루 긴박하게 썼다. 마지막 챕터인 오드리 햅번의 탄생 비화도 있다. 원래 없을 이야기였다. 오프라 윈프리를 쓸까, 오드리 햅번을 다룰까 하다가 오프라 윈프리는 그림이 안 예쁘다고 해서, 안녕.(웃음) 대부분 다 우연히 시작된 것 같다. 그 우연을 따라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셀러브리티』를 드라마로 만들 계획은 없나?
정: 진행하고 있다. 극본 작업도 직접 할 거다. 원래 드라마를 쓰려고 쓴 글이기도 하다.
후속작 계획은?
정: ‘페이스 쇼퍼’라고. 얼굴을 사는 사람이 등장한다. 성형에 관한 얘기다.
『셀러브리티』를 드라마로 만들면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는?
정: 환을 유승호로 하고, 윤상현을 소지섭이라고 하면 어때? 닮았잖아! 얼마나 재미있을까. 여주인공은 한예슬이나 이다해 같이 발랄한 이미지면 좋겠다. 그들은 생각도 없는데 우리끼리 정하고 있다.(웃음)
드라마는 소설 속 내용이 그대로 가나?
정: 20부작으로 진행되니까, 다른 얘기들이 많이 추가될 거다.
김: 책을 읽은 사람도 있으니까, 결말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두 분이 또 같이 글 쓸 계획이 있나?
정: 우리 아마 드라마를 같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웃음)
김: 그건 수현이가 만날 결정한다. ‘언니, 이거 하자, 빨리 와.’ 하고 통보한다. 우리는 싸운 적이 없다. 둘이 글을 쓸 때도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 서로 보완해주면서 일하는데 궁합이 잘 맞는다. 나중에는 같이 만든 작품을 보게 되지 않을까. 원래 꿈은 크게 잡아야 하니까.(웃음)
방송 작가에 관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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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송 작가인데도, 구성 작가랑 드라마 작가랑 많이 다른 것 같다. 구성 작가가 드라마를 쓰기도 하나?
김: 작가라는 분야가,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예능이나 교양 등등 여러 종류의 작가가 있고 하는 일도 정말 다르다. 예능 작가에서 드라마로 전향하는 사람이 몇 명 없다. <쾌걸 춘향> <환상의 커플> 홍자매도 원래 KBS에서 예능을 집필하던 분들이고, <대장금> <선덕여왕>을 쓴 김영현 작가도 예능 작가였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경우가 별로 없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야기, 뒷담화는 없나(웃음)
김: 방송국에는 여자 작가가 90퍼센트가 넘는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어디나 그렇지만, 여자들 세계의 서열도 장난 아니다.(웃음) 라인도 잘 타야 되고. 혼나기도 엄청 혼난다. 그런 걸 이겨낼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여 작가라면 더!(웃음)
처음에 작가 일 시작할 때 너무 힘들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일을 잘 해내면 더 기대를 많이 한다.(웃음) 막내 작가 때 세 시간씩 잤다. 새벽 3시에 끝내주고 다음날 10시까지 기획안 세 개 써오라? 했다. 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열심히 해서 살아남은 줄 알았는데…….(웃음)
그때의 노력 덕분에 같은 연차의 작가들 가운데 내가 좀 더 할 줄 아는 게 많은 작가가 된 것 같다. 그땐 욕이란 욕은 다 듣고, 혼자 울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다른 친구들보다 일을 빨리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고.
작가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 팀을 꾸려놓고 팀이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땐 좀 편하다. 어릴 때는 힘들고 속상한 일이 많았지만, 하긴 작가뿐 아니라 그 어느 직업이든 말단일 때는 힘든 거니까. 그때 일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실력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거다.(웃음)
나는 드라마 작가인데, 드라마 작가는 소설가의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꾸려진 팀 안에서 회의하고, 특별히 연예인 만날 일도 없고, 온실 속 화초처럼 글만 쓴다.(웃음) 사실 방송국 들어갈 일도 대본 연습 빼고는 없다. 그래서 구성 쪽 일이 궁금했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김: 드라마는 이야기를 짜낼 때마다 힘든 게 있을 거다. 구성은 자리를 잘 잡으면 진행이 잘 굴러가게 조절하는 역할을 맡아, 여자로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는 페이가 20회당 나오지 않나. 그럼 그게 일 년이 걸릴지, 더 오래 걸릴지 알 수가 없는데.(웃음) 구성 작가 페이는 회당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어느 정도 위에 올라 두세 개의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다. 문은애 작가님이라고, 프로그램 일곱 개 쓰는 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 삶도 꾸리신다. 구성 작가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분이시다.
드라마 작가는 스토리를 짤 때 재미있는 상상을 하고, 창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예능은 매주 즐겁고 오락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하니까, 아이디어 회의할 때도 재미있다. ‘우리 어떻게 웃길까.’ 이런 얘기하고, 사무실 모여서 벌칙 같은 걸 직접 해보고…….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다.
매회 연기자를 담당하는 것도 작가다. 컨셉을 설명해준다. 앞에서 이끌어 나가는 게 작가들의 역할이다. 박명수 씨가 침을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뿌듯해지고, 촬영하고 있을 땐 정말 배가 찢어지도록 웃을 때도 있다.
정: 방송 작가가 가져야 할 것 중 하나는 체력인 것 같다.
리얼 버라이어티 대본은 정말 어느 정도 나오나?
김: 그게 규정이 없다. <무한도전> 같은 경우 보면 알겠지만, 출연자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쓸 수 없잖은가. 오늘은 어떤 취지에서 뭘 보여 드린다는 식의 오프닝 대본을 써준다. ‘현장에서 이런 얘기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쉬는 시간에 얘기하기도 하고, 스케치북으로 써서 촬영 중에 전달하기도 하고, “가위바위보 할 때 누가 져라.” 이런 건 없다. 우리는 놀이터에서 시소만 만들어주고, 출연자들더러 놀라고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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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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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1
앙ㅋ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