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그림에 얽힌 오해를 풀어줄게!
그림 속 사실과는 다르게 3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야경夜警」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림이 있다.
2009.10.20
■ 암스테르담 | 사진 촬영 금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트램을 타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미리 티켓을 구입했던 우리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민석과 영걸은 프랑스에서 마음껏 사진 찍던 습관대로 박물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곧 관리직원이 달려와 사진을 찍지 말라며 주의를 주었다. 민석은 굉장히 실망하는 얼굴이다. 나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이야기해 보았지만 그는 친절한 표정에 단호한 눈빛을 실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민석은 이 많은 그림을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느냐며 내게 한 번만 더 부탁해보라고 애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영걸이 나서서 이야기해 보았지만 역시나 소용없었다. 영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민석의 표정을 살피며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아빠,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플래시에서 나오는 광선 때문에 손상될 수 있거든. 햇빛을 오래 쏘인 간판이나 비닐봉지 색이 바랜 것을 본 적 있지? 같은 이치란다. 그리고 촬영이 잘 된 사진이 다른 곳에서 저작권에 위배되는 용도로 잘못 쓰일 수도 있어. 그래서 주의하는 거지. 사진 한 장 때문에 모작模作이 생길 수도 있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구나.”
민석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 아쉬운 마음 때문에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미술관 한쪽에 영상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컴퓨터가 있었다. 민석은 엄마에게 손짓 발짓을 하며 영상 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확인해 보았는데 그럭저럭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유럽 여행 중에 갖게 된 유일한 영상 기록이었다. 여행객들 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캠코더를 준비하지 못해서 우리는 동영상 파일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디지털 기계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어딜 가든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아 씁쓸했다.
어두움이 낳은 오해
그림 속 사실과는 다르게 3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야경夜警」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림이 있다. 바로 렘브란트의 「행군을 준비하는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이다. 아직까지도 ‘야간 경비대’라는 뜻을 가진 「야경」이 더 익숙한 이유는 그림의 어두운 배경 때문이다. 그런데, 렘브란트가 처음 이 작품을 그릴 때는 지금처럼 어두운 색감이 아니었고 오히려 대낮의 풍경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림에 덧칠한 바니시가 산화하면서 그림이 검게 변해서 이 그림을 「야경」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그림은 ‘야간 순찰대’ 혹은 ‘프란스 반닝 코크 부대의 행군 준비’ ‘프란스 반닝코크 대장이 윌리암 반 루이덴브르크 중위에게 출동명령을 내리다’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아빠, 화면 중앙에 있는 여자는 키가 작은 걸로 봐선 소녀 같은데, 얼굴은 좀 나이가 많아 보여요. 누구예요?”
“글쎄, 인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잘 모르겠지만 이 그림을 완성시키던 해에 결핵으로 죽은 렘브란트의 아내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더구나.”
「야경」은 렘브란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 작품은 기존의 틀을 깨는 구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회화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민석은 그림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된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린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캔버스 하나에 여러 인물을 그리는 집단 초상화가 유행했는데, 모든 사람이 정면을 바라보고 모두 같은 크기로 그려지는 등 하나같이 고정된 틀 안에 인물들이 인위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야경」에는 인물 열여섯 명이 각기 다른 크기와 모습으로 그려졌고, 서로 다른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서 집단 초상화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명을 듣던 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선하긴 한데, 초상화 느낌이 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민석의 말처럼 렘브란트는 자신의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암스테르담 민병대원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다. 그가 극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몇몇 사람들을 옆모습 또는 뒷모습으로 그려 넣었고, 그마저도 주변 사람들의 팔이나 그늘 등으로 가려 놓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렘브란트의 새로운 시도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그림을 그린 후 렘브란트에겐 더 이상 그림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고 그의 경제 사정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에게 양도한 뒤, 1669년 죽을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답지 않게 가난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야경」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작품에 등장하는 흰 옷을 입은 소녀이다. 이 소녀는 그림에서 가장 밝게 표현되었는데, 소녀가 위치한 자리를 논리적으로 살펴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가려 전혀 빛을 받을 수 없는 곳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소녀의 존재가 더욱 강조된다. 렘브란트가 왜 이 소녀를 이처럼 강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이 있다. 바로 소녀의 허리춤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닭 한 마리다. 이 그림을 의뢰한 암스테르담 민병대의 정식 명칭이 ‘클로베니에르Kloveniers’라는 것과 허리춤의 닭을 통해 이 소녀가 누구인지 짐작만 할 뿐이다. ‘클로베니에르’는 ‘무기’를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날카로운 발톱’ 또는 ‘갈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종합해볼 때 어린 소녀가 민병대의 수호신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진위 여부가 어떻든 그림 속 소녀의 모습은 이 작품을 더욱 빛내고 있다.
렘브란트의 걸작 「야경」은 그 유명세 때문인지 영화의 소재로도 종종 사용되었다. 1995년 데이비드 잭슨 감독이 유엔 반범죄기구 요원이 도난당한 명화 「야경」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이트워치>를 제작했고 2000년에는 「야경」 모조작을 둘러싼 음모와 사건을 그린 <인코그니토>가 제작되기도 하는 등 렘브란트의 이 거대한 작품은 영화인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 렘브란트 광장에는 렘브란트의 동상뿐 아니라 실제 크기로 「야경」을 조각한 작품도 있다. 관광객들은 그림 「야경」 속의 인물들을 그대로 배치해 놓은 이 조각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듯했다.
트램을 타고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미리 티켓을 구입했던 우리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민석과 영걸은 프랑스에서 마음껏 사진 찍던 습관대로 박물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곧 관리직원이 달려와 사진을 찍지 말라며 주의를 주었다. 민석은 굉장히 실망하는 얼굴이다. 나는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이야기해 보았지만 그는 친절한 표정에 단호한 눈빛을 실어 안 된다고 대답했다. 민석은 이 많은 그림을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느냐며 내게 한 번만 더 부탁해보라고 애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영걸이 나서서 이야기해 보았지만 역시나 소용없었다. 영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민석의 표정을 살피며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아빠,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플래시에서 나오는 광선 때문에 손상될 수 있거든. 햇빛을 오래 쏘인 간판이나 비닐봉지 색이 바랜 것을 본 적 있지? 같은 이치란다. 그리고 촬영이 잘 된 사진이 다른 곳에서 저작권에 위배되는 용도로 잘못 쓰일 수도 있어. 그래서 주의하는 거지. 사진 한 장 때문에 모작模作이 생길 수도 있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구나.”
민석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 아쉬운 마음 때문에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미술관 한쪽에 영상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컴퓨터가 있었다. 민석은 엄마에게 손짓 발짓을 하며 영상 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확인해 보았는데 그럭저럭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유럽 여행 중에 갖게 된 유일한 영상 기록이었다. 여행객들 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캠코더를 준비하지 못해서 우리는 동영상 파일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디지털 기계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어딜 가든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아 씁쓸했다.
어두움이 낳은 오해
그림 속 사실과는 다르게 3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야경夜警」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림이 있다. 바로 렘브란트의 「행군을 준비하는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이다. 아직까지도 ‘야간 경비대’라는 뜻을 가진 「야경」이 더 익숙한 이유는 그림의 어두운 배경 때문이다. 그런데, 렘브란트가 처음 이 작품을 그릴 때는 지금처럼 어두운 색감이 아니었고 오히려 대낮의 풍경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림에 덧칠한 바니시가 산화하면서 그림이 검게 변해서 이 그림을 「야경」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그림은 ‘야간 순찰대’ 혹은 ‘프란스 반닝 코크 부대의 행군 준비’ ‘프란스 반닝코크 대장이 윌리암 반 루이덴브르크 중위에게 출동명령을 내리다’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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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화면 중앙에 있는 여자는 키가 작은 걸로 봐선 소녀 같은데, 얼굴은 좀 나이가 많아 보여요. 누구예요?”
“글쎄, 인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잘 모르겠지만 이 그림을 완성시키던 해에 결핵으로 죽은 렘브란트의 아내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더구나.”
「야경」은 렘브란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 작품은 기존의 틀을 깨는 구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회화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민석은 그림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된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린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캔버스 하나에 여러 인물을 그리는 집단 초상화가 유행했는데, 모든 사람이 정면을 바라보고 모두 같은 크기로 그려지는 등 하나같이 고정된 틀 안에 인물들이 인위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야경」에는 인물 열여섯 명이 각기 다른 크기와 모습으로 그려졌고, 서로 다른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서 집단 초상화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명을 듣던 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선하긴 한데, 초상화 느낌이 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민석의 말처럼 렘브란트는 자신의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암스테르담 민병대원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다. 그가 극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몇몇 사람들을 옆모습 또는 뒷모습으로 그려 넣었고, 그마저도 주변 사람들의 팔이나 그늘 등으로 가려 놓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렘브란트의 새로운 시도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그림을 그린 후 렘브란트에겐 더 이상 그림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고 그의 경제 사정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에게 양도한 뒤, 1669년 죽을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답지 않게 가난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야경」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작품에 등장하는 흰 옷을 입은 소녀이다. 이 소녀는 그림에서 가장 밝게 표현되었는데, 소녀가 위치한 자리를 논리적으로 살펴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가려 전혀 빛을 받을 수 없는 곳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소녀의 존재가 더욱 강조된다. 렘브란트가 왜 이 소녀를 이처럼 강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이 있다. 바로 소녀의 허리춤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닭 한 마리다. 이 그림을 의뢰한 암스테르담 민병대의 정식 명칭이 ‘클로베니에르Kloveniers’라는 것과 허리춤의 닭을 통해 이 소녀가 누구인지 짐작만 할 뿐이다. ‘클로베니에르’는 ‘무기’를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날카로운 발톱’ 또는 ‘갈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종합해볼 때 어린 소녀가 민병대의 수호신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진위 여부가 어떻든 그림 속 소녀의 모습은 이 작품을 더욱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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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걸작 「야경」은 그 유명세 때문인지 영화의 소재로도 종종 사용되었다. 1995년 데이비드 잭슨 감독이 유엔 반범죄기구 요원이 도난당한 명화 「야경」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이트워치>를 제작했고 2000년에는 「야경」 모조작을 둘러싼 음모와 사건을 그린 <인코그니토>가 제작되기도 하는 등 렘브란트의 이 거대한 작품은 영화인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 렘브란트 광장에는 렘브란트의 동상뿐 아니라 실제 크기로 「야경」을 조각한 작품도 있다. 관광객들은 그림 「야경」 속의 인물들을 그대로 배치해 놓은 이 조각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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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아트북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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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10
안다고 아는것이 아니다
2009.10.21
violets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