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정 아나운서의 결혼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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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현정 아나운서가
출간한 에세이집
『노현정의 황금유리창』
갑자기 민병국의 <가능한 변화들>이 생각납니다.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반대로 2시간 동안 몸을 비비꼬면서 고통스럽게 봤지요.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 자체에는 특별히 반대하고 싶지 않았어요. 성추행범과 구차스럽기 짝이 없는 지식인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이 영화의 세계에 대해서는 알만큼 알죠. 그게 얼마나 사실과 가까운지도 알고. 하지만 왜 내가 이걸 영화관에서 일부러 찾아 봐야 하는 건데? 저런 인간들이 세상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보고 있자니 자꾸 반감이 들더란 말이죠. 노골적인 자기 경멸과 자기학대로 짜여진 이 이야기가 오히려 자기 과시처럼 보이더란 말이에요.

어떤 때는 자기 폭로나 고백 자체가 공해가 되는 수가 있어요. 그 양이 엄청나게 많을 때는 말이죠. 전 아주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지 않는 한 인문학도 지식인 남성들의 불쾌한 넋두리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데, 이미 그들은 그 숫자만으로 하나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유행이었고 지금도 시들 구석이 없는 조폭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영화들 중 전적으로 조폭이라는 대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작품들은 없거나 적죠. 아무리 폼을 잡아도 그들은 결국 희화화되거나 자기가 휘두르던 폭력의 함정에 빠집니다. 하지만 내용이 어떻건, 그들이 너무 많다는 것 자체는 달라지지 않아요. 조폭들은 그들의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언급되고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며 그러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문화에 필요 이상의 범위를 차지합니다. 이럴 때는 말 하는 것 자체가 공해예요.

여기서, 따로 따로 보면 전혀 연결되지 않을 이야깃거리를 하나 더 끌어와 보죠. 바로 노현정 아나운서의 결혼 이야기입니다. 결혼이야 개인사이니 제가 여기서 할 말은 별로 없죠. 그냥 잘 살고 일이나 그만 두지 말라고 하는 수밖에. 뉴스야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겠지만, [상상플러스]나 [스타 골든벨]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거의 전적으로 그 사람이 지난 1,2년 동안 만든 개성에 의해 지탱되는 프로그램들인데. 하여간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이죠.

그러나 수다는 멈추지를 않습니다. 주인공이 아나운서이고 결혼상대자가 현대가 출신이니, 재벌과 아나운서 그 밖의 기타 등등에 대한 온갖 루머들이 떠돕니다. 심지어 당사자가 입도 뻥끗하기 전에 (이 글이 실릴 무렵엔 공식 발표가 있겠군요) 그 사람들의 미래를 미리 결정해버린 뉴스들이 쏟아져 버리죠. 그럼 또 거기에 흥분하거나 열 받거나 부러워하거나 기타 등등 뻔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또 뻔한 수다를 떨고요.

지겨워요. 세상이 아침연속극처럼 뻔한 곳인 건 알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더 뻔한 구도로 몰고 갈 필요는 없는 건데. 결국 이 역시 하나의 소재에 대한 말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거든요. 이런 수다를 떨면서 우린 그들이 꼭 필요해하지도 않은 권력을 대상에게 안겨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결과를 보고 또 흥분해서 떠드는 거죠. 참으로 매저키스틱한 악취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스스로 삽을 들고 땅을 파면서 자길 낮추는 거죠. 도대체 뭣 하러?

여기에 대해서는 인터넷 환경을 비난하고 싶기도 합니다. 최근 포털 사이트의 대문은 거의 공해 수준이에요. 예전 같으면 이런 잡다한 뉴스는 지하철에서 사보는 스포츠 신문에서만 1면으로 다루었죠. 요샌 이런 게 일반 신문 1면으로 옮겨간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것도 마치 비행기 추락 기사라도 되는 양 초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죠. 사람들은 거기에 또 중독 되어 죽어라 그것들을 클릭하고 프로그램된 로봇 양처럼 뻔한 반응을 보이는 거죠. 이 과정엔 뇌세포도 필요하지 않아요. 이 모든 건 막 컴퓨터를 배운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알고리듬에 의해 순환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포탈 사이트를 비난하고 싶어도 진짜 책임은 우리에게 있죠. 해결책도 우리에게 있고요. 그냥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이야기는 진짜 할 거리가 생긴 뒤에 해도 늦지 않아요.
10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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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ser

2019.07.23

아내랑 최근에 아이들 떼놓고 둘이서만 오랜만에 여행갔었죠.서로 요즘 고민하고 관심갖는 주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나누며, 우리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인 우리들의 친구관계에 대해서도 진솔한 대화가 오고갔었습니다. 서로 나이들어도 아이들과 똑같이 고민되는 부분.친구관계.바로 이주제가 딱이네요!!이번 행사에서어떤 내용이 말되어질지 궁금하고 어떤도움을받을수 있을까 기대됩니다.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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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29904

2019.07.23

40즈음 아이키우다보니 저를 잊고 놓칠때가 많단생각이 드네요
소통하며 작가의 생각을 느끼며 공감하며 세상밖의 소리에도 귀기울여보고 싶습니다 남편과함께 시간을 내어 들어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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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920k

2019.07.23

미국, 캐나다의 10년 생활로 인해 한국에 있던 친구들과 소원해졌습니다. 이제 귀국하였으니, 이 강연을 통해 기존의 친구들 그리고 새로 만날 친구들과 진정한 우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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